튠드 서울: 아프리카와 한국이 만나는 감각의 방

INTRO

 

도시는 끊임없이 새로운 감각을 필요로 한다.

서울 성수동, 조용히 자리한 ‘튠드 서울(Tuned Seoul)’은 그런 도시의 갈증을 어루만지는 공간이다. 이곳은 아프리카의 원초적인 질감과 한국의 섬세한 미감을 한데 모아, 서로 다른 문화가 공명하는 순간을 정교하게 보여준다.

 

튠드 서울(Tuned Seoul)

– 서울특별시 성동구 상원 10길 4, 지하 1층

– 운영: 화-일 12:00-20:00, 월요일 휴무

– 홈페이지: https://www.instagram.com/tuned.seoul/

 

발견되는 오브제들

 

문 앞에서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 것은 아프리카의 민속 가면이었다. 그 뒤로 시야가 열리자, 아프리카의 토템과 조선시대의 탕건·유건이 한 선반 위에서 자연스럽게 교차되어 놓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듯 낯선, 서로 다른 대륙의 오브제들이 만들어내는 묘한 조화. 바로 ‘튠드 서울(Tuned Seoul)’이 가진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선반은 또 하나의 이야기 장치였다. 선반 상단에는 정사각형의 작은 ‘구멍’이 나 있고,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오브제가 배치되어 있었다. 마치 땅속에서 문화재를 발굴하듯 서로 다른 층위가 드러나는 구조. 튠드 서울의 대표는 이 방식이 “발굴의 과정을 시각적으로 압축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땅을 파던 중 우연히 발견된 문화재가 그대로 보존되며 의미를 획득하는 것처럼, 이곳의 오브제 또한 발견되는 순간부터 존재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바잉의 기준

튠드 서울의 대표는 바잉 기준을 설명하며 가장 먼저 “예뻐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을 꺼냈다. 그러나 이 말은 결코 얇지 않다. 그가 말하는 ‘예쁨’은 완벽한 표면이나 공산품 같은 매끈함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비뚤어져 있거나, 어딘가 삐걱한 부분이 있는 것. 그 결에서 느껴지는 인간의 손맛, 사용감, 생활의 흔적이 바로 그가 찾는 미감이다.

 

 

너무 정교한 오브제는 공장에서 막 나온 제품과 다르지 않다. 반대로, 완벽하지 않은 가운데에서도 자연스러운 균형을 가지고 있는 물건은 그 자체로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가진다. 튠드 서울에 놓인 오브제들은 하나하나가 그런 ‘불완전한 아름다움’을 한 겹씩 품고 있다.

 

 

대표는 종종 “이 물건은 어디서 왔을까?”라는 질문에서 모든 구매가 시작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장에 가면 소품을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곤 했던 이유도 그 ‘기원’이 궁금해서였다. 어디에서 태어났고, 누가 사용했으며, 어떤 순간들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왔는지. 그 호기심이 결국 지금의 큐레이션 감각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튠드 서울에는 ‘지금은 쓰이지 않지만, 분명 누군가의 생활 속에서 한때 역할을 갖고 있던’ 물건이 많다. 그 물건들이 가지는 묵은 손맛이 공간의 분위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대표가 들은 ‘한국의 세 가지 정서’도 이 큐레이션 기준과 닿아 있다.

한(恨), 정(情), 막(莫).

 

그 중에서도 그는 ‘막’이라는 감정—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따뜻한, 인간적 결이 살아있는 상태—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튠드 서울의 물건들은 바로 그 ‘막’의 미학 위에서 수집된 듯한 인상을 준다.

 

튠드라는 이름, 그리고 로고에 담긴 조율의 의미

‘Tuned’라는 단어는 조율된, 조정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대표는 이 의미가 공간과 오브제를 아우르는 정체성과 가장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아프리카의 거친 질감과 한국 소품의 섬세한 미감이 서로 다른 음색처럼 들릴지라도, 튠드라는 이름 아래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음악처럼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다.

그 바람은 로고에도 담겨 있다. 로고의 형태는 음악 기호 ‘페르마타(fermata)’에서 영감을 받았다.

 

튠드 서울의 로고. 페르마타를 모티브로 했다.

 

대표의 어머니가 음악을 전공했고, 본인 역시 어린 시절부터 10년 넘게 바이올린을 공부했다는 배경은 로고의 탄생을 더욱 자연스럽게 만든다. 페르마타는 음을 ‘길게 늘여서 충분히 머물러도 좋다’는 뜻을 갖고 있다.

 

튠드 서울을 찾는 이들이 잠시 멈추어 머물고, 조용히 감각을 쉬어가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로고 안에 담겼다. 반듯한 공간 구조 또한 이 조율의 감각을 반영한다. 오브제들은 비정형적이고 손맛이 살아있지만, 그것을 받치는 선반과 구조물은 거의 건축적일 정도로 정교하고 정형화되어 있다. 거칠음과 반듯함, 불규칙함과 균형이 서로의 존재를 빛나게 만드는 방식. 튠드 서울은 그 미묘한 균형을 튜닝해낸 공간이다.

 

 

책가도에서 확장된 레이어 — 붉은 책장과 전통의 재구성

공간 한쪽 벽을 강렬하게 채우는 붉은 책장은 조선시대의 책가도에서 파생된 오브젝트다. 책가도 특유의 비례감과 배열 방식이 현대적 구조로 번역되었고, 그 안에는 아프리카의 오브제와 한국의 전통 소품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다.

 

 

서로 전혀 다른 대륙의 물건들이 한 프레임 안에서 기울기와 간격을 공유하며 놓여 있는 모습은, 시대와 문화가 맞닿아 또 하나의 ‘대화 장면’을 만드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책장은 단순히 오브제를 진열하기 위한 가구보다는, 튠드 서울이 지향하는 ‘전통의 재구성’이라는 큐레이션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시각화된 구조물에 가까웠다. 과거의 미감과 현재의 감각을 한 장면에 담아내려는 책가도의 정신이, 이 공간에서는 레이어와 색, 재료를 달리해 다시 조정되고 조율된다.

 

 

붉은 책장과 마주 보고 있는 또 하나의 구조물 역시 책가도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책가도 파티션’이다. 스테인리스로 이루어진 이 파티션에는 아프리카와 한국의 전통 가면이 매달려 있었고, 파티션의 틈 사이로는 뒤편 벽에 걸린 또 다른 레이어의 파티션이 겹쳐 보인다.

 

두 개의 책가도 구조물이 서로를 비추고 가리는 이 장면은, 튠드 서울이 만들어내는 공간적 깊이를 한층 더 강조한다. 마치 서로 다른 시대가 한 공간 안에서 투과되고 중첩되는 것처럼.

 

OUTRO

 

튠드 서울은 누군가의 예쁜 취향을 진열하는 공간 그 이상으로 대륙의 질감, 손의 기억, 문화의 기원을 한데 모아 조율하는 공간이었다. 여기서는 전통이 박제되지 않고, 시간의 흔적이 무게가 아닌 감각으로 변한다. 아프리카와 한국이라는 두 대륙의 오브제가 나란히 놓여 어울리는 이 기묘한 풍경은, 결국 우리가 문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떻게 ‘발견하고, 조율하고, 지속하는가’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