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공장에서 나눈 BIM 이야기

건축설계에서 BIM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하지만 실무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교육은 어디까지 따라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은 동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이자 BIM 사무소 ‘눈사람공장’의 대표인 백성진 교수님입니다. 교육자이자 실무자로서, BIM을 어떻게 바라보고 설계에 녹여내고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BIM을 도구 너머의 설계 철학으로 이해하는 교수님의 시선과 실무 현장의 경험, 그리고 교육자로서의 고민을 함께 들여다봅니다.

 

 

INTERVIEW

안녕하세요, 교수님. 바쁘신 일정 속에서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교육과 실무, 두 영역에서 BIM을 모두 경험하고 계신 교수님의 시선으로, BIM이 실제 설계와 교육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눠보고자 합니다. 특히 눈사람공장에서의 실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Q. 먼저 교수님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운영 중이신 눈사람공장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렉터스 독자분들.

저는 1996년에 동국대학교 건축학과에 입학해 2003년에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원도시건축사사무소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2017년까지 실무를 하였습니다. 삼우에서 근무 중 BIM 교육을 받으며 건축 정보 모델링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이후 동국대에서 박사과정을 진행하며 강의를 시작했고 2013년부터는 ‘눈사람공장’이라는 회사를 통해 BIM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됐습니다. 눈사람공장은 BIM, 3D 스캐닝, 디지털 트윈,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건축 설계와 연구를 진행하는 곳으로 현재까지 다양한 디지털 기반 건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요즘 주로 어떤 작업을 하고 계시나요?

 

A. 처음 눈사람공장이 맡았던 프로젝트는 BIM, 즉 레빗을 이용한 모델링과 도면 작업이었습니다. 건축, 구조, 기계, 전기, 소방 등 전 분야의 BIM 모델링과 도면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런 실무 프로젝트가 회사 업무의 약 50% 정도를 차지합니다. 또한 눈사람공장 내부에는 부설 연구소가 있어서 농촌 지역 공간 재구성이나 지역 활성화 관련 연구 용역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3D 스캐닝 프로젝트, 그리고 탄소 저감 및 친환경 에너지원(소규모 지역 에너지 발전소) 관련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에요.

 

 

Q. BIM 도입 초기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제가 처음 BIM 교육을 받고 프로그램을 사용한 건 대리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건축 설계나 각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서 BIM처럼 통합적인 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실무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BIM을 활용하는 데 필요한 종합적 이해가 부족했던 것이에요.

 

또 하나는 프로그램 비용 문제였습니다. BIM 소프트웨어가 고가이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 전 직원이 사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구입하고 운영하는 부담이 컸습니다. 이 두 가지가 BIM 도입 초기에 가장 큰 어려움이었습니다.

 

 

Q. BIM을 활용한 협업 중 가장 인상 깊은 사례나 경험이 있다면?

 

A. 프로젝트명은 밝히기 어렵지만 특정 기업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습니다. 보통 BIM 프로젝트는 설계가 끝난 뒤 모델링으로 전환하는 전환 설계 형태로 진행되는데 이 프로젝트는 오토데스크의 클라우드 기반 BIM 협업 시스템(BIM 360)을 활용했습니다. 서버에 하나의 모델을 저장해두고, 건축·구조·기계·전기 등 모든 분야 담당자들이 동시에 접속해 작업을 진행했어요. 보통은 순서대로 설계를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동시다발적 협업 설계가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습니다. BIM의 가장 이상적인 협업 방식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던 사례였습니다.

 

 

Q. 현재 대학교, 대학원 건축 교육에서 BIM 교육이 실무와 잘 연결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A. 제가 보기엔 아직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BIM 교육과 실무에서 요구하는 BIM 결과물 사이에 간극이 꽤 큽니다. 학생들은 주로 설계 결과물이나 발표 자료를 만들기 위한 BIM 활용법을 배우지만 실무에서는 납품 도서·도면 등 구체적인 산출물 중심의 BIM 작업을 요구합니다. 또한 기관마다 BIM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배운 방식과 실제 납품 방식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정보가 많아지고 실무 중심 교육이 확대되면서 이 간극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학생들도 BIM 역량이 취업 경쟁력이 된다는 걸 인식하면서 실무 중심의 BIM 교육이 점차 늘어나고 학생들도 취업을 위해 실무형 BIM 역량을 스스로 준비하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BIM이 설계 실무에서 어떻게 진화해갈 것으로 보시나요?

 

A. 요즘 상황을 보면 정말 많이 바뀌고 있어요. 2020년 전후까지만 해도 “캐드를 대체해서 BIM으로 빨리 바뀌어야 한다” 이런 얘기가 많았는데 이제는 단순히 BIM 프로그램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이나모(Dynamo) 같은 관련 프로그램들이 붙으면서 더 쉽게, 그리고 BIM 개념에 맞게 효율화된 프로세스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에 AI가 결합되면서 앞으로는 BIM이 AI와 함께 더 다양하고 전문화된 방향으로 진화할 것 같아요. 결국 효율성과 결과물의 퀄리티를 동시에 높이는 쪽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Q. 최근 AI나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BIM 및 설계 업무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시나요?

 

A. 이제는 예전처럼 여러 명이 모여서 팀을 꾸려 설계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AI와 여러 프로그램들이 일부 업무를 대신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은 다른 산업처럼 AI가 대체하게 될 거고 그만큼 팀의 인원도 줄어들겠죠. 결국 AI가 설계 실무 안으로 들어오면서 업무 효율은 높아지고 역할은 점점 재편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Q.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의 건축 설계자는 어떤 역량을 가져야 한다고 보시나요?

 

A. 결국 중요한 건 BIM에 대한 정확한 이해예요. 작은 프로젝트라도 BIM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해봤다는 경험이 있어야 그걸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설계 프로세스에 대응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학생들이나 취업 준비생들은 AI와 경쟁하는 시대에 들어섰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회사 입장에서는 “신입사원을 뽑을까, 아니면 AI를 쓸까”를 고민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설계 실무를 이해하면서도 BIM과 AI를 다룰 수 있는 사람, 즉 회사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요즘은 설계사무소 대표님들도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BIM과 AI에 관심이 많고,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이나 젊은 설계자들은 그런 기술적 감각과 실무 경험을 함께 갖추는 준비가 꼭 필요할 것 같아요.

 

 

Q. 건축과에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나 취업을 앞둔 건축과 학생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A. 건축과를 선택하려는 고등학생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 건축은 한동안 인기가 떨어진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지금은 실무 인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그래서 전망이 나쁘거나 비관적인 전공은 아닙니다. 자신이 건축에 소질이나 관심, 호기심이 있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분야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른 산업들이 AI의 영향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건축은 인류의 거주와 함께 계속 존재해온 직업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유지될 안정적인 분야라고 봅니다.

 

 

취업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지금이 2D 기반 설계의 마지막 세대이자 3D 기반 설계의 첫 세대가 될 시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능하면 BIM을 포함한 3D 기반 설계 지식을 배우고, 그걸 잘 활용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해 경험을 쌓는다면 미래는 충분히 밝다고 생각합니다.

 

OUTRO

 

이번 인터뷰를 통해 BIM이 실제 설계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 또 어떤 가능성과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BIM과 AI, 그리고 사람. 이 세 가지의 조화 속에서 미래의 건축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까요? 오늘의 이야기가 그 길을 준비하는 예비 건축가들에게 작은 방향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주신 백성진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