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건물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INTRO
1호선 남영역에 내리면 스크린도어 너머로 남영동 대공분실이 눈에 들어옵니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남영동 대공분실의 비일상이,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민주화운동기념관, 이곳은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로 불렸던 공간입니다. 이 건물은 1976년 건축가 김수근에 의해 지어졌으며, 1983년 두 개 층이 증축되어 현재의 7층 건물이 되었습니다.

2025년 6월 10일,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민주화운동기념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가능한 한 원형을 보존하며 진행한 것이 이번 리노베이션의 핵심이었습니다. 외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5층의 창문 구조입니다. 다른 층과 달리 유난히 좁은 창은, 이곳이 과거 무고한 시민들이 고문을 당했던 장소입니다.

정문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은 M1 기념관입니다.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을 담은 이름처럼 이 건물은 과거 대공분실과 마주보고 서 있습니다. M1은 지하 2층부터 지상 1층까지이어지는 전시를 통해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그 의미를 전합니다. 그리고 일상 속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합니다. 바로 옆에 있는 M2는 옛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입니다. 이곳은 과거와 미래를 잇는 공간입니다. 고문과 감시의 흔적이 남은 장소에서 전시와 매체는 그날의 실체를 조명합니다.
이제, 함께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장소: 민주화운동기념관
위치: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1길 37
운영일: 화요일 ~ 일요일
휴관일: 월요일
관람시간: 10:00 ~18:00
M1은 자유 관람, M2는 사전예약 관람입니다.
M1 –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
주출입구로 들어서면, 안내데스크 옆 경사로를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이곳에는 <한국민주화운동 1, 2>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적 흐름을 보여줍니다. 경사로를 따라 지하 2층까지 더 내려가면, 민주광장이 펼쳐집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면, 다양한 방향으로 배치된 길고 얇은 형광등과 큰 창이 보입니다. 마치 천창을 통해 하늘빛이 쏟아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이 천장은 과거 대공분실 5층에 있던 얇고 긴 창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억압 속에서도 자유를 갈망했던 피해자들의 마음을 건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 해보게 됩니다.

M1 지하에서 대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M2로 향하는 동선이 이어집니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대공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이 순간은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이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드는 깊은 사유의 공간이 됩니다.

M2 – 1층 외부
김수근 건축가는 이 건물 외장에 우리나라 전통 벽돌인 전벽돌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그의 또 다른 작품인 공간사옥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특징입니다. 전벽돌 특유의 투박하면서도 단정한 질감은 이곳의 무거운 분위기를 잘 나타냅니다.

한편, 건물 뒤편으로는 거칠게 마감된 콘크리트 담장 위에 철조망이 촘촘히 둘러져 있습니다. 이 구조물을 남겨둠으로써, 통제와 감시의 흔적이 여전히 이곳에 머물고 있음을, 그리고 역사가 이 공간 위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조용히 상기시킵니다.

M2 – 소리로 소환된 장소의 기억 1F
건축 당시 1층에는 면회실, 서무실, 숙직실, 피의자 대기실 등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건물 뒤편의 출입구는 외부에 쉽게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되었으며, 이 출입구는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화한 통로로 사용되었습니다. 이곳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은 나선형 계단이나 소형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곧바로 5층에 위치한 조사실로 이동했습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며 방향감각을 잃기 쉬운 구조였고 철제 계단을 오를 때마다 울리는 ‘탕탕’ 소리는 공간의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고 전해집니다.

M2는 이러한 현장의 소리로 기억에 접근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건물 내외부 곳곳에 설치한 204개의 스피커는 네 개의 층위와 건물 전체에 동시에 올리는 상징소리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첫 번째 층위는 내용 소리로 기록과 증언의 소리입니다.
두 번째 층위는 중심 소리로 전시와 분위기를 주도하는 소리입니다.
세 번째 층위는 공간의 소리결로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소리입니다.
네 번째 층위는 공간의 시간 흐름을 조율하는 소리입니다.
마지막으로 상징소리는 <빛나는 날>이라는 합창곡으로 의인화된 민주주의의 절규와 외침입니다.
M2 – 멈춤: 잃어버린 시간 2F
과거 이곳에 끌려온 사람들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이 몇 시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들을 수 있는 것은 간혹 들려오는 남영역 지하철 소리, 그리고 조사실에서 흐르던 라디오 소리뿐이었습니다. 소리들로만 이 공간을 짐작할 수 있었고 모든 시간은 멈춘 듯 흘러갔습니다. 전시실 중심에는 시곗바늘이 멈춘 시계가 놓여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시침과 초침, 그리고 그와 대비되는 시계 작동음은 이 공간에서 시간이 일상과 다르게 흘렀던 과거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고장난 시계는 그날 이후 시간이 멈춰버린 누군가의 청춘을, 그들의 잃어버린 시간을 조용히 떠올리게 합니다. 전시 공간은 3평이 채 되지 않는 작은 방이며 시계 하나만이 보이도록 공간 전체는 어둡게 연출되었습니다. 5층을 제외한 대부분의 층이 빛을 차단한 채 마치 시간과 감각이 모두 멈춘 듯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5층 천장의 조명은 조사대상자의 자해를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 철망으로 덮여 있습니다. 전시 연출에서 시계 위로 드리워진 철망의 그림자는 그러한 요소를 상기시키는 중요한 디테일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M2 – 보이지 않는 눈 3F
대공분실 내부 곳곳을 비추는 수십 개의 CCTV 화면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처럼 감시는 직접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존재하는 시선으로 작동합니다. 과거의 조사 대상자들은 어느 공간에 있어도 자신이 감시 당하고 있다는 긴장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화면들은 단지 물리적 감시의 재현이 아니라 통제와 불안, 긴장과 침묵이 반복되던 시간을 시각화한 장치입니다. 화면 앞에선 우리는 수많은 프레임을 통해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사이에 놓인 시선의 권력을 체험하게 됩니다.

M2 – 보통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 4F
노출된 천장 구조와 거칠게 남은 바닥은 겪어온 흔적을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어두운 조명과 단정한 전시 테이블은 시선을 낮추게 하며 보통사람들의 작은 물건 하나에도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조용한 공간은 화려한 해석보다 담담한 시선으로 시간을 바라보게 합니다.

M2 – 시선이 닿지 않는 곳 5F
왼쪽과 가운데 사진은 5층에 위치한 조사실로, 앞서 말한 세로로 길고 좁은 창이 특징적입니다. 창은 외부와의 시각적 단절을 강화하면서도 제한된 채광만 허용해 폐쇄적인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오른쪽 사진은 3층의 특수조사실로, 고위급 피의자를 대상으로 사용되던 공간입니다. 실제 피해자 증언에 따르면, 5층 조사실에서 이곳으로 내려와 구타를 당하기도 했으며 “빨간 방이나 노란 방에 잡혀가 고문을 받았는데, 그 강한 색감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치유의 길
치유의 길 앞에는 공공예술 작품 〈열린 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과거 남영동 대공분실 후문에 설치되어 있던 철문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지금은 억압의 상징이었던 문이 진실과 화해를 향해 비스듬히 열린 문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OUTRO
남영동 대공분실의 리노베이션은 보존하면서 세로로 긴 대지를 활용하여 기억을 다시 마주하게 하는 동선이 돋보이는 작업이었다. 지하에 배치된 전시공간과 비워낸 마당, 절제된 조명과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은 방문자를 사유하게 만든다.
비스듬히 열린 철문, 남겨진 창과 벽, 어둠 속에서 드러나는 사물 하나까지 건축은 말하지 않지만 조용히 그 존재를 드러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