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elier 58l0과 비욘드챕터 대표, 김로아님을 만나다
INTRO
이번 아티클에서는 Atelier 58l0 공동 설립자이자 Beyond Chapter의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계신 김로아 대표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김로아님은 현재 하버드 대학교 디자인 대학원(GSD)에서 M.Arch II 과정을 밟고 있으며, Saul Kim Studio의 파트너로도 활동 중입니다. 학부 시절에는 Pratt Institute 건축학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였고, Arthur Edwards Award, Best Thesis Prize, Eleanor Allwork Scholarship Merit Award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시, 출판, 리서치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건축을 실험적으로 풀어내는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이기도 한 김로아님께, 건축을 매개로 한 실험과 확장, 그리고 유학과 교육 플랫폼 운영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로아님. 이렇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요즘 가장 집중하고 계신 활동을 중심으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비욘드챕터와 Atelier 58l0의 공동대표이자 SaulKim Studio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김로아입니다. 현재 건축을 기반으로 전시, 출판, 교육, 리서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로아님께 ‘건축’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건축은 인생의 고도의 교양수업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을 어떤 기준으로 보고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훈련이 건축 안에 담겨 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저는 건축을 단순히 하나의 결과물이나 흐름, 혹은 특정 트렌드로 해석하려는 방식에 늘 회의감을 가져왔어요. 2023년에 진행했던 졸업설계 “Life, Death, and the Eternal Recurrence of Architecture”는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고 전시랑 발표를 할때도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건축에 있어서 Narrative와 시간, preservation, repetition,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한 form과 curation까지가 하나의 구조로 묶여야 비로소 건축이 ‘언어’로서 작동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다양한 layer로 해석될수있게 작업한 프로젝트였습니다.

Q. Atelier 58l0은 단순한 작업 그룹을 넘어 실험적인 플랫폼처럼 느껴지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어떤 질문에서 출발했고, 현재는 어떤 방향을 그리고 계신가요?
A. Atelier 58l0은 졸업설계 파트너였던 Kelvin Hu와 2022년에 설립했어요. 뉴욕과 도쿄를 기반으로 한 디자이너들이 각자의 리서치와 관점을 교차시킬 수 있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데서 출발했고, Salon 구조를 참고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전시를 기획하다가, 플랫폼화하고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지금의 형태로 확장됐어요. 첫 프로젝트였던 “Pier 58l0”은 도시가 물에 잠기고, 기존의 법과 규제등 제약이 최소화 된다면 건축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Emmet Sutton, Youngdae Song, Kelvin Hu, 저를 포함한 팀이 큰 도시 틀을 설계하고 그 기반이 되는 텍스트들을 총 4가지 챕터로 구성하여 책으로 출판했구요. Mark Foster Gage, SO–IL, Chicago Underground Practice, (Ab)normal, SOAP 등 5명의 건축가들과 Shino Design과 Saul Kim 등의 object 디자이너들, 그리고 Harvard, Columbia, Yale, Pratt, SCI-Arc 등에서 선별한 25명의 학생 작업까지 포함해서 총 40~50개의 작업이 함께 구성됐어요. 이 프로젝트는 매체(medium) 의 실험이면서, 기존 도시 구조가 재해석 되었을때 건축이 어디까지 유동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묻는 구조 실험이었어요.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Q. 지금까지 진행해오신 Atelier 58l0 작업 중에서,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Pier 58l0 프로젝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시 그 자체보다, 매주 목요일 밤마다 저희 집에 사람들이 모여 와인을 마시며 작업 이야기를 나눴던 시간이었어요. 어떤 날은 줌으로 새벽까지 연결되기도 했고요. 그렇게 만든 전시가 AIA New York에서 열렸고, 150명이 넘는 분들이 오셨는데, 뉴욕타임즈 건축 critic분도 오셨었어요. 전시 소개를 위해 마이크를 잡았을 때 모두가 조용해졌던 순간의 공기, 그 수백 명의 눈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특히 이 전시는 그저 하나의 결과로 끝난 게 아니고, 그 전에 쌓였던 대화들과 질문들이 또 다른 시작이 되어서—기존 4명의 디자이너와 새로운 디자이너 3명이 합류해서, 현재 정말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기획하고 있어요.



Q. Beyond Chapter를 공동대표로 운영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플랫폼은 어떤 고민 속에서 시작하게 되셨나요?
A. Beyond Chapter는 처음 기획 단계부터 “지속가능한 플랫폼”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또 동시에 지루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걱정과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특히 현지에서 직접 생활하고 있는 유학생들이 겪는 질문은 표면적인 정보로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계속 봐왔기 때문에, 그 간극을 메워주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Beyond Chapter는 단순히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고 구조, 발표 방식, 작업 리듬, 언어 구조까지 같이 점검하고 정리해 보는 교육적 실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단기 컨설팅보다는 생각의 구조를 같이 설계하는 방식이 저희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가끔 ‘아 이분이랑은 나중에 작업을 같이 해도 정말 재미있겠다’ 하는 순간이 오는데 그때 이 플랫폼의 힘을 느껴요.

Q 플랫폼을 운영하시면서, 실제로 누군가의 흐름을 바꾸었다고 느끼셨던 순간이 있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A. 수업을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들은 학생분들의 눈빛이나, 사용하는 건축 언어나 톤이 바뀌는 시점이에요. 처음엔 말하거나 정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던 분들이 수업이 끝날 무렵이면 자기 작업을 스스로의 언어로 정리하고, 타인의 작업들에 대한 피드백도 정말 구체적으로 주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그걸 볼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Beyond Chapter는 유학 준비를 위한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저희는 나중에 다시 작업하거나 교육자로서 협업하게 될 분들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항상 즐겁게 작업하게되는거 같아요. 물론 힘들때도 가끔있지만요.
Q 본격적으로 건축을 공부하게 되신 계기와, 지금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있었다면 어떤 순간이었는지도 궁금합니다.
A. 우연과 방황의 연속이었습니다. 건축이 너무 좋기도 했지만, 동시에 너무 멀게 느껴져서 정말 그만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시기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형식이나 매체를 통해서라도 결국 다시 건축으로 돌아오더라고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시도들이 건축에서 완전히 벗어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저에게 ‘건축’ 혹은 ‘건축가’라는 정체성은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사고방식이자 언어처럼 다가왔어요. 건축을 전공한 분들 중에는 패션 디자이너, 영화감독, 전시 디자이너, 배우, 사업가 등 다양한 분야로 나아가는 분들이 많죠. 그걸 보면서 확신하게 되었어요—건축이라는 학문은 때로는 깊어야 하고, 고집스러울 때도 있어야 하지만, 동시에 유연하게 열려 있을 수 있어야 고이지 않는다고요. 그 유연성과 확장성, 그게 건축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Q 하버드 GSD에서의 수업과 작업 방식은 어떤 식으로 다가오고 계신가요? Pratt Institute에서의 학부 시절과 비교했을 때 인상 깊은 차이점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A. Pratt에서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정신없는 환경과 속도감 안에서 작업을 해야 했어요. 제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살았던 5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거같아요.. Ashley Simone, Jason Lee, Richard Sarrach 교수님들과 전시나 연구생, 조교(TA) 그리고 출판 활동도 병행하면서 유명한 건축가와 교수님들을 만나서 이야기 할 기회도 많고, 활발한 교류 속에서도 이론을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반면 GSD는 케임브리지라는 도시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운 환경 안에서 수업 구조나 대화의 방식이 더 명확하고 조용하지만 정말 깊고 치열하게 이어지는 편이에요. 지금은 Preston Scott Cohen 교수님의 스튜디오 수업을 듣고 있는데, 디자인이라는 게 말과 구조, 서사 속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계속 배우고 있어요. 지금 제 사고 구조에도 꽤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시기예요.


Q 최근 구상 중이신 프로젝트나, 스스로에게도 다음 장이 될 작업이 있다면 살짝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지금은 “Preservation through replication”이라는 주제로 리서치를 진행 중이에요. 졸업설계때 적은 thesis proposal이 시작이 되어서, 현재는 하버드에서 제가 독립적으로 방향을 정해서 확장하고 있어요. 보존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물리적 원형을 유지하는 방식이 아니라, 반복과 재현을 통해 다시 건축적 언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고, 지금 제 작업 중 가장 중심에 있는 주제예요. 나중에 더 자세히 이야기 할수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Q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거나 방향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건축은 정답이 없다는 말이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동시에 게으르면 금방 사고가 굳고 좁아질 수도 있어요. 저는 성실하게 고민하고 실험하면서 붙잡고 있다보면, 본인이 설정한 울타리보다 더 넓은 구조 안에서 작업할 수 있는 타이밍이 분명히 온다고 믿어요.

OUTRO
김로아 대표님의 인터뷰를 통해, 건축이라는 매체가 단지 물리적인 구조물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를 담고 관계를 매개하는 하나의 언어이자 사고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로아님은 학문, 실천, 교육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건축을 탐구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Atelier 58l0에서의 실험적 전시와 출판 활동, 그리고 Beyond Chapter를 통한 교육 플랫폼 운영은 로아님이 ‘건축가’라는 정체성을 단순한 직업의 범주를 넘어, 동시대적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태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또한, 하버드 GSD에서의 학문적 경험과 Pratt Institute에서의 열정적인 학부 시절이 지금의 건축적 시선과 작업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도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로아님의 작업은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매체를 실험하고 사람들과의 연결을 만들어내며, 건축이 사회 안에서 더 넓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성실히 실험하며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김로아 대표님의 앞으로의 여정이 더욱 기대됩니다. 이번 인터뷰가 건축을 공부하거나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