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실무 33년, 정림건축 노광현 건축가 이야기
INTRO

정림건축에서 13년, 건축 실무 33년차. 여전히 배움을 멈추지 않는 건축가가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노광현 건축가를 만나 그의 건축 인생, 업계 변화에 대한 시선, 그리고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들어보았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정림건축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지도 함께 소개해주세요.
A. 안녕하세요. 노광현입니다. 현재는 정림아카데미 디지털유닛(JAdU) 과정을 부원장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정림 건축에 들어온지는 13년 정도 됐습니다. 처음 정림에 와서는 CM본부에서 마케팅 본부장까지 했습니다. 그 후 마케팅 파트너, 다음은 전문위원 등을 거쳐 현 보직까지 왔습니다. 전체적으로 건축 실무 경력은 33년 정도 됩니다.

Q. 건축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계기와, 지금까지 건축가로서 걸어오신 길을 간략하게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A.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같은 창작 활동을 좋아했고, 미술과 관련된 대회에서 입상한 경험도 많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감각을 살릴 수 있는 길을 고민하다가 주변의 권유로 건축을 선택하게 됐어요. 여전히 미술관이나 전시회에 자주 가는 것도 그런 애정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대학생 초반 시절에는 사실 공부에 큰 열정을 가지지 못했지만, 군 복무 후 복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건축 공부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대학원에도 진학했고, 졸업 후 무영건축에 입사하여 16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특히 현상설계나 공공 설계, 턴키 프로젝트들을 많이 다뤘습니다.
선진엔지니어링을 거쳐 정림건축에 오게 됐고, 여기서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지금까지 일해오고 있습니다. 건축은 하면 할수록 끝이 없는 분야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흥미롭고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계속 배워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도 꾸준히 생깁니다.

Q. 최근 몇 년간 건축 업계가 경기 침체,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변화를 겪고 있는데요. 건축가님께서 체감하신 가장 큰 변화는 어떤 점인가요?
A. 사회 전반적으로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난 100년간의 변화보다 최근 3~4년 사이의 변화가 더 클 정도예요. 기술과 문화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오히려 사람들이 그 변화를 따라가기 힘들 만큼 세상이 급변하고 있죠.
건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으로 건축이 하루가 다르게 첨단화되고 있지만, 대중들이 건축을 인식하는 방식은 여전히 그 변화에 많이 뒤처져 있다고 느껴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간극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말하는 ‘건축’은 사실 전통적인 한국 건축이 아니라, 근대화 이후 서양에서 도입된 건축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그러다 보니 외형적으로는 많이 발전했지만, 사람들의 인식이나 태도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거죠.
이런 인식의 간극 때문에 건축이 한국 사회에서는 주류 문화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고, 정책적 지원이나 장기적 계획의 부재도 업계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글로벌 차원에서의 불안정성—예를 들어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의 긴장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유가 불안, 팬데믹 이후의 여파 등—이 건설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국내 역시 경기 침체와 복합적인 경제적 이슈로 인해 건설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론에서도 ‘건설업계 위기’, ‘부도 도미노’ 등 위기감이 감지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죠. 업계 관계자로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기의 시기는 변화와 재정비의 기회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사회 전반에서 건축의 역할과 가치를 다시 조명하고, 보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적 접근이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건축학과 학생들이 설계, 시공, CM·감리 등 다양한 진로 중에서 방향을 정할 때, 어떤 기준으로 고민해보면 좋을까요?
A. 진로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의 적성과 하고자 하는 꿈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아는 것입니다.
건축 분야는 크게 설계, 시공, CM·감리로 나눌 수 있고, 각 분야는 다시 세분화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설계는 단순히 디자인뿐 아니라,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기술 설계, 상세 도면 작성, 협력 엔지니어링 설계, 그리고 설계 전체를 조율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까지 포함됩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설계, 컴퓨테이셔널 디자인(BIM 포함) 등도 주목받고 있고요.
또 건축 마케팅, 수주 및 발주 대응, 견적 및 품질관리(QC) 등 조직이 커질수록 중요해지는 분야들도 있습니다. 시공은 공사 현장을 실제로 운영·관리하는 영역이고, CM·감리는 설계와 시공이 계획대로 이뤄지는지 조율하고 검토하는 역할을 합니다. 모든 사람이 디자인만 할 수는 없고, 모든 사람이 특정 분야에 어울리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나의 성향, 강점, 흥미, 가치관에 따라 어떤 분야에서 오래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커리어 수명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설계보다는 시공이나 감리, CM 분야가 장기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며 설계나 시공을 하던 분들이 감리나 CM 분야로 전환(턴업) 하기도 해요. 실제로 그런 전환을 통해 더 넓은 사업 영역으로 확장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방향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를 탐색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선택한 길은 분명 더 단단하고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거예요.

Q. 요즘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들이 설계자보다 시공사 이름으로 더 알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설계 업무를 해오신 입장에서, 건축 설계자의 사회적 역할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는 현실은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A. 아마도 질문하신 부분은 ‘공동주택 브랜드’ 중심의 인식을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삼성의 ‘래미안’, 대우의 ‘푸르지오’처럼 건설사 브랜드가 중심이 되는 아파트의 경우, 대중들은 자연스럽게 시공사를 먼저 떠올립니다. 그 자체가 문제라고 보진 않지만, 그 아파트를 누가 설계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해외 유명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한 경우엔 분양 단계에서부터 건설사나 시행사, 언론이 앞다투어 알리지만, 국내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한 경우에는 그렇게 주목받지 못하는 일이 많아요. 예를 들어 정림건축이 설계한 프로젝트라도, 건설사가 주 브랜드가 되면서 설계자의 이름은 부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건축 인식 부족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축가의 역할과 기여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고, 국내 건축가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좀 더 개선되어야 한다고 느껴요. 유럽이나 미국 등에서는 건축가의 사회적 위상이 훨씬 높고, 프로젝트의 중요한 주체로 당연히 인식되는데, 우리는 아직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예전 일인데요, 2010년경에 실제로 공공건축 준공식에 설계자인 건축가가 초대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어요. 이슈가 된 공공프로젝트였는데, 건축가가 빠진 준공식이 열린 거죠. 그 일로 인해 건축 관련 3개 단체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를 제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외국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우리나라에선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해요.
오히려 행사에는 관계 없는 국회의원이나 시의원들이 초대돼 홍보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정작 건축을 만든 사람이 소외되는 현실이 반복되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고는 하지만, 건축에 대한 대우만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는 건축가도 하나의 중요한 창작 주체로서 사회적 존중과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좋겠습니다.


Q. 정림건축처럼 규모 있는 설계사무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오신 입장에서, 다시 취준생 시절을 돌아봤을 때 대형 사무소와 아뜰리에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사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대형 사무소가 무조건 낫다거나, 아뜰리에가 더 좋다고 말하긴 어려워요. 결국 본인의 성향과 목표, 그리고 어떤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싶은지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하다면 두 곳을 모두 경험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어요. 아뜰리에는 규모는 작지만,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다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연차가 낮더라도 소장님과 직접 소통하며 설계 전 과정을 함께하고, 실무 감각도 빠르게 익힐 수 있죠. 다만 프로젝트 규모나 예산이 작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대형 사무소에서는 조직이 체계적으로 분화되어 있어서 일반 건축, 주거, 병원, 마스터플랜 등 분야별로 부서가 나뉘어 있고, 기술연구소, 친환경 설계팀, 마케팅, 기획 등 다양한 지원 조직도 함께 움직입니다. 큰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지만, 처음에는 맡은 역할이 한정적이라 전체를 보기 어렵다는 점도 있어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내부 순환보직이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접할 기회가 생기기도 합니다. 꾸준히 경력을 쌓고 배우는 자세로 임하면 10년, 15년 후에는 자연스럽게 성장이 이뤄지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다만 한 가지 역할에만 오래 머무를 경우에는 그만큼의 한계도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중요한 건 스스로 커리어 패스를 의식적으로 설계하려는 노력이에요. 회사를 탓하기보다는, 본인이 관심을 갖고 방향성을 설정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회사가 모든 직원을 일일이 챙기긴 어렵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성장 방향은 스스로 챙겨야 하거든요.
저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지금까지 무영건축, 선진엔지니어링, 정림건축처럼 500~1000명이 있는 대형 사무소에서만 근무해 왔어요. 그래서 아뜰리에의 업무 환경을 직접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주변 동료나 업계 사람들을 통해 간접적인 이야기는 많이 들었죠. 현실적으로 보면, 졸업 후 빠르게 취업한 친구들 중에는 소규모 사무소에서 먼저 경험을 쌓은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대형 사무소는 지원자는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입사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어요. 그런 현실적인 요소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겠죠.
결국은 본인의 성향, 목표, 우선순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정답은 없고, 겪어보면서 자신에게 맞는 환경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신입으로 들어오는 후배들을 보시면서, 요즘 세대가 특히 미리 준비해두면 좋겠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A. 요즘 친구들을 보면, 정말 다양한 툴을 잘 다루는 것 같아서 놀랍고, 또 부럽기도 해요. 예전보다 훨씬 좋은 교육을 받고, 더 나은 환경에서 배우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각종 정보나 자료를 얻는 것도 훨씬 쉬워졌죠.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자료 하나를 찾기 위해 발로 뛰어야 했습니다. 도서관을 돌아다니며 전문지, 간행물, 논문 자료를 직접 뒤져야 했고, 자료 색인을 일일이 찾아가며 필요한 정보를 얻었어요. 당시에는 건축 전문지의 기사 내용의 목차를 정리한 출판물이 정말 귀한 자원이었고, 그걸 손에 들고 원하는 내용을 일일이 찾아보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클릭 몇 번이면 전 세계의 정보가 열리는 시대잖아요. 그만큼 접근성이 높아지고 배우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한편으로는 끈기나 인내심, 버티는 힘은 약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또 하나 느끼는 건, 예전보다 인간관계나 네트워크, 소통의 깊이가 줄어들었다는 점이에요. 저희 세대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사람을 직접 만나야 했고, 그러면서 선후배, 교수님, 동료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깊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네트워크도 커지고, 인간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이 많았죠. 하지만 요즘은 정보를 너무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누구에게 묻거나 부탁할 필요가 없어졌고, 그만큼 관계가 단절되기 쉬운 것 같아요. 세상은 넓어졌지만, 정작 마주하는 사람은 줄어든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세대가 가진 장점을 충분히 살리되, 사람과의 연결, 끈기와 인내력 같은 부분도 의식적으로 보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세대가 가진 능력과 가능성을 보면 정말 부럽기도 하고, 또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분명히 잘 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Q. 신입을 채용하실 때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디자인 완성도 외에 더 눈여겨보는 부분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포트폴리오를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그 사람만의 생각과 스토리, 그리고 차별성입니다. 요즘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는 시각적으로도 훌륭하고, 다양한 툴을 능숙하게 활용하지만, 대부분 비슷비슷한 인상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색깔이 드러나는가,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방향으로 설계를 풀어나갔는가를 중심으로 보게 됩니다.
특히, 설계 초기의 주제와 개념이 최종 결과물까지 어떻게 유지되며 일관되게 발전되었는지, 과정 전반이 잘 드러나는 포트폴리오가 인상 깊습니다. 단순히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프레젠테이션이나 인터뷰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본인의 작업을 제3자의 시각에서 검토해보는 습관도 필요합니다. 스스로 보지 못하는 부분은 타인의 피드백을 통해 보완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작업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은, 본인이 놓친 부분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사람인가”를 포트폴리오와 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입니다.

Q. 요즘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하면서 자주 하는 실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가장 아쉬운 점은 건축의 본질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툴과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결과물을 멋지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중요한 건 겉모습이 아니라 건축 안에 담긴 알맹이, 즉 계획적 사고와 공간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입니다. 툴은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이고, 본질은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과 공간의 관계, 프로그램, 기능, 동선, 환경 조건 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각적인 표현이나 기술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그 안에 담겨야 할 건축적인 사고와 설계적 고민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설계라고 해서 단지 시스템만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건물이 위치한 사이트, 사용자의 특성, 주요 기능, 코어 위치, 진입 동선 등 기본적인 건축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진짜 ‘건축적’인 설계가 됩니다.
또한, 요즘은 AI나 챗GPT 같은 도구를 쉽게 활용하면서, 스스로 깊이 있는 고민을 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도 보여요. 툴을 쓰는 것 자체는 좋지만, 도구에 의존하면서 본인의 설계 의도와 판단력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건축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자세입니다. 취업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건축은 평생 하는 일이고, 방향만 잘 잡는다면 1~2년의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고민하고 정진하는 자세가 결국 좋은 건축가로 이어진다고 믿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건축가로서 10년, 20년 후를 그리는 후배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제가 항상 강조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미션, 사업, 소통입니다.
첫째, 건축을 ‘미션’으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건축은 단지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니라, 사회에 기여하는 소명을 가진 일입니다. 좋은 건축을 통해 사람들에게 더 나은 공간과 삶을 제공한다는 마음가짐이 있다면,
건축가로서의 자존감과 태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건축가는 전문직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책임감을 가지고 임했으면 합니다.
둘째는 사업, 즉 비즈니스적인 감각입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건축은 수주 경쟁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혜롭고 정당하게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 있게 일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건축은 실명제입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설계한다는 책임감과 명예를 늘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셋째는 소통입니다.
건축은 결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항상 공공 또는 민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협력해야 합니다.
클라이언트, 엔지니어, 시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은 건축가에게 필수입니다. 소통이 잘 되는 프로젝트일수록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건, 건축이 즐거워야 한다는 점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축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면
오래 버틸 수 있고, 좋은 건축을 할 수 있습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좋은 건축을 하길, 그리고 그 길을 즐겁게 걸어가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OUTRO
노광현 건축가는 “건축은 평생 공부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건축의 본질을 잊지 않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장시키려는 그의 태도는 많은 후배 건축인들에게 울림을 준다.
앞으로도 건축을 통해 사람과 사회를 잇고, 즐겁게 건축하는 길을 걸어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의 여정을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