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월 : 자연과 인공의 경계에서

INTRO

 

충청북도 제천 청풍호에 커다란 콘크리트 건물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산과 바다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커다란 돌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2023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콘크리트 월로, 네임리스 건축사 사무소에서 설계했으며, “자연과 인공, 진짜와 가짜의 경계”라고 스스로를 소개합니다.

 

콘크리트 월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닥부터 벽, 천장까지 모두 콘크리트로 이루어집니다. 특히나 그 단면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인공적인 콘크리트이지만 돌의 표면처럼 보이며, 공간 곳곳에 자연의 돌을 장식하여 끊임없이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경계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인공적인건가

 

건축도 하나의 자연으로 해석하는 유기적건축(organic architecture)은 전통적인 동양의 건축방식이기도 하며,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은 대표적인 유기적 건축물이며, 콘크리트월은 특히나 거친 벽과 주변의 자연 공간의 유기적 흐름이 미스 반 데로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과도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자연을 이용한 건축은 오래전부터 지금까지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콘크리트월 또한 대지와 산이 만나는 울퉁불퉁한 지형의 경계에서 이를 깎아내거나 평평하게 하려고 하지 않고 그대로 솟아오른 것 같은 유기적 건축을 행하며, 심지어는 “콘크리트는 자연의 돌과 다르지 않다.“라며 콘크리트의 단면을 적극 활용하여 방문자에게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SPACE

  • 땅 밑에서 시작하는 여정

 

 

출입구에 들어서자 처음 들었던 느낌은 마치 땅속으로 돌을 타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처럼 콘크리트 월은 방문객을 땅 밑으로 이끈 다음, 판매 공간을 지나 다시 상부로 올라가 숲과 바다의 전경을 맞이하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 자연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는 콘크리트 월

 

 

판매 공간을 지나 상부로 올라가는 사이에 존재하는 작은 마당과 천장에 조그마한 틈을 벌려 그 사이로 빛을 내리쬐고 바람을 느끼게 하며, 전경으로는 돌과 산, 바다가 너르게 펼쳐집니다. 이 공간에서는 크게 인공과 자연, 새어 나오는 빛과 그늘, 그리고 콘크리트와 돌의 대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공간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천장과 벽의 콘크리트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인 것이지만, 그 단면을 드러내며 자연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마치 “나를 인공적이라 부르고, 돌은 자연적이라 부르는 기준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합니다.

 

특히나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건물 내부가 아닌 마당으로 이어지는 점과 외부의 빛을 그대로 끌어들이는 건축적 연출은 마치 정말 땅속에 있다가 위로 올라가며 빛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인 인공인가

 

땅속에서 상부로 나온 방문객은 또다시 “인공의 돌”과 “자연의 돌”을 마주합니다. 돌의 형상을 띤 콘크리트의 단면과 실제 자연의 돌을 공간 곳곳에서 보여주며 끊임없이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나무와 바다, 돌은 의심의 여지 없이 자연적인 것이며, 건축물은 인공적인 것인데, 그렇다면 인공의 주체가 되는 “사람”이란 존재는 자연적인 것일까, 인공적인 것일까라는 질문부터, 동물과 같이 사람을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면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해서 자연의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까지 도달하게 합니다. 그 간을 나누는 경계는 무엇일지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 유리를 사용한 자연과의 소통

 

콘크리트월의 내부 공간 또한 막혀있는 벽을 최소화하고 유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방문자와 자연을 끊임없이 소통하게 합니다. 또한 밖에 형성된 수공간으로 천장에 물의 형상을 띄는 포인트가 매력적입니다.

 

 

OUTRO

 

그간의 자연과 소통하는 건축은 주변 생태의 자연 요소와 건축물의 인공 요소를 적절히 결합하고 서로를 연결하여 소통하는 건축물에 대한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콘크리트월은 콘크리트 자체를 돌과 다를 것 없다고 말하며, 그 인공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에 대한 경계는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주는 의미 있는 공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