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메모리얼 & 유대인 박물관

학살된 유대인을 위한 기념물 : Holocaust Mahnmal

Holocaust mahnmal 전경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독일은 나치 집권 시절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던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희생된 유대인을 기리기 위하여 추모공원을 만들었습니다. 유대인 추모공원,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이라 불리는 이 추모공간은 유대인 건축가 피터 아이젠만이 설계를 맡아 지어졌습니다.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는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고 반성하는 흔적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유대인 박물관 그리고 공포의 지형학 박물관이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피터 아이젠만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과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유대인 역사박물관에 대한 답사기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Holocaust mahnmal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 위치 : Cora-Berliner-Straße 1, 10117 Berlin, 독일

  • 운영시간 : 추모공원 24시 개방 전시관 10:00~20: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관람요금 : 무료

 

 

피터 아이젠만 (Peter Eisenman)

flickr: peter eisenman-03

 

피터 아이젠만은 1932년생으로 코넬 대학교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습니다. 20세기 후반 뉴욕 파이브의 공동 설립자로써 이후에는 해체주의 건축을 이끄는 건축가로 떠올랐습니다. 아이젠만의 작품은 단순한 기능성보다 추상화와 지적 엄격함을 선호하며 전통적인 디자인의 경계를 허무는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표 작품으로는 유대인 추모공원, 하우스 넘버 시리즈, 스페인 갈리시아 문화 도시 단지 계획 등이 있습니다.

 

Holocaust mahnmal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추모 공원에는 0.9m x 2.35m의 면적을 가진 비석 모양의 콘크리트 조형물이 2711개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베를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브란덴부르크문 남쪽으로 1만 9000m2 면적에 조성되어 있으며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인 추모시설입니다. 지상에는 조형물들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추모공간으로 구성되어있고, 지하에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사실적 기록이 상세하게 진열된 전시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Holocaust mahnmal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지상에 위치한 콘크리트 조형물은 사이로 들어갈수록 점점 그 높이가 커지는 구조입니다. 지상과 같은 높이와 사람의 발밑과 같은 아주 낮은 높이에서부터 최대 4.7m까지 높아지는 조형물은 유대인에 대한 추모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터 아이젠만은 조형물 사이로 들어갈수록 침침해지고 고립되는 분위기를 연출해 당시 유대인들의 아픔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Holocaust mahnmal 내부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지하 박물관에는 1845년부터 1933년까지 나치에 의해 자행된 600만명의 유대인 희생자들에 의한 탄압을 상세하고 사실적으로 설명해주고 유대인 몰살 당시에 긴박했던 순간의 일기와 편지, 메모들이 남겨져 있습니다. 전시관 한 켠에 위치한 영상실에서는 유대인 희생자들의 이름을 낭독해주는데 모든 희생자들의 이름을 모두 들으려면 6년 7개월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Holocaust mahnmal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유대인 추모 공원을 방문했을 때 현장 수업을 나온 선생님과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교사들은 차분하게 홀로코스트에 대하여 설명하고 학생들은 그 이야기를 집중해 듣습니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은 공원을 뛰놀기도 했고, 나이가 있는 학생들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거니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독일 시민들과 관람객들이 공원과 전시관을 관람하는 것을 보며 건축이 사회적,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역사적 기록과 물품을 전시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박물관과 함께 상징적인 추모 공간이 더해짐으로써 공간이 전달하고자 하는 역사와 뜻을 더 의미있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대인 박물관 The Jewish Museum

The Jewish Museum 전경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유대인 역사 박물관은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고 반성하기 위하여 베를린에 지어진 건축물 중 하나로써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설계를 맡았습니다. 1988년과 1989년에 걸쳐 국제 건축공모가 진행되었는데 이 공모를 통해서 다니엘 리베스킨트가 당선되었습니다.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을 미학적인 접근보다는 교육적인 목적과 철학적 의미를 가진 건축물이 되기를 원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리베스킨트가 설정한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다윗의 별을 형상화한 지그재그 모양의 박물관이 탄생하였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유대인 역사 박물관의 3가지의 추모공간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The Jewish Museum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 위치 : Lindenstraße 9-14, 10969 Berlin, 독일

  • 운영시간 : 매일 10:00~18:00

  • 관람요금 : 성인 10유로, 학생 4유로, 18세 미만 무료

  • jmberlin.de

 

다니엘 리베스킨트 (Daniel Libeskind)

flickr:daniel libeskind

 

다니엘 리베스킨트는 이스라엘에서 음악을 공부한 뒤 미국과 영국에서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리베스킨트는 그가 공부했던 음악을 드로잉의 모티브로 삼기도 하고,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비정형의 드로잉을 통해 자신의 건축 철학을 보여주는 언빌트 건축가로서 활동하였습니다. 하지만 1988년부터 시작된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 설계 공모에서 당선되며 그의 건축은 더 이상 드로잉으로만 남지 않고 실제로 지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결과 유대인 역사 박물관은 당시 언빌트 건축가였던 다니엘 리베스킨트를 세계에 알리게 되는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의 무게감과 엄숙함을 시각적, 공간적인 언어로 완벽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후에 2001년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조성된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원인 ‘그라운드 제로’의 마스터플랜 설계자까지 맡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됩니다.

 

The Jewish Museum 구건물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유대인 역사박물관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건축물 자체에는 출입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박물관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전에 프로이센의 법원으로 사용되었던 바로크 양식의 법원 건물을 통해 들어간 후 지하층으로 진입해야 합니다. 바로크 양식의 구 건물은 박물관의 매표소와 기념품점 등이 있는 로비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건축물 외피에 사용된 알루미늄 패널과 건축물 입면에 사선으로 뚫려있는 수많은 개구부는 유대인들의 아픔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사실 건물의 형태와 외관을 보았을 때는 표현주의적이고 작가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디자인 언어의 논리와 그 논리의 설득력을 따져 보았을 때 유대인의 아픔을 직접적이지만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The Jewish Museum 입면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유대인 역사 박물관 _ 공간 구성

The Jewish Museum 지하 평면도

 

유대인 역사 박물관은 “Between the lines”라는 건축 컨셉을 가지고 세 개의 축을 구성해 동선과 프로그램을 배치하며 축에 의해 구분된 공간은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세 개의 축은 전시관과 추모공간의 시작이자 각 공간으로 이어주는 지하 공간에서 드러납니다. 첫 번째 가장 긴 축(A)는 ‘연속성의 축’으로 옛 독일 역사 박물관이자 유대인 역사 박물관의 입구인 구 건물과 연결됩니다. 두 번째 축(B)은 ‘망명의 축’으로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들이 세계 곳곳으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의미하며 망명의 정원으로 연결됩니다. 세 번째 축(C)은 ‘대학살의 축’으로 축선의 마지막에는 홀로코스트 타워가 위치하고 있어 대학살을 당했던 유대인들의 아픔을 의미합니다.

 

The Jewish Museum 지하공간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유대인 역사 박물관 _ 홀로코스트 타워

The Jewish Museum 홀로코스트 타워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유대인 역사박물관에는 총 세 곳의 추모 공간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학살의 축선의 끝에 위치한 홀로코스트 타워입니다. 홀로코스트 타워는 아주 높은 층고를 가진 공간에 어떠한 오브제도 없이 차가운 콘크리트 벽면과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 한줄기로 이루어진 공간입니다. 이 공간은 당시 유유대인들이 처했던 차갑고 어두운 현실을 의미하며 높은 곳에서 희미하게 들어오는 빛줄기는 절망적인 현실 속 한줄기 희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유대인 역사 박물관 _ 망명의 정원

The Jewish Museum 망명의 정원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망명의 축 끝에 위치한 망명의 정원은 박물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위치한 공간입니다. 총 49개의 콘크리트 기둥 구조물로 구성되어있으며, 의도적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지게 계획된 바닥은 불안했던 유대인 망명자의 심리를 상징합니다. 홀로코스트 탑이 갇혀있는 유대인들의 경험을 주었다면 망명의 공간에서는 갇힌 공간에서 나왔지만 항상 불안함을 가지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유대인들의 감정을 전달해주는 공간입니다. 햇빛과 나무가 존재하지만 희망과 기쁨이 있는 평화로운 공간이 아니라 콘크리트 구조물과 비스듬히 기울어진 바닥을 통해 불안함과 마치 미로와 같은 혼란을 주며 당시 나치로부터 도망쳐 망명했던 유대인들의 삶을 공간을 통해 형상화 하였다고 합니다.

 

유대인 역사 박물관 _ 기억의 부재

The Jewish Museum 기억의 부재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기억의 부재라는 의미를 가진 이 공간은 지하층에서 올라와 박물관 내부 전시를 관람하는 도중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높고 폐쇄적인 공간에 사람이 절규하는 듯한 모습의 철판이 바닥에 깔려있습니다. 관람객이 철판 위를 걸을 때마다 철판끼리 부딪혀 나는 쇳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지게 되는데 관람객들은 울려퍼지는 소리를 들으며 당시 유대인들의 아픔과 고통을 상징하는 공간을 체험하게 됩니다. 리베스킨트는 사람이 절규하는 듯한 철판의 모양으로 유대인들의 아픔을 직접적이고 가시적으로 표현하였고, 철판끼리 부딪혀 울려 퍼지는 비가시적인 소리라는 요소를 통해 공간의 분위기를 표현하길 원했다고 합니다.

 

The Jewish Museum 철판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OUTRO

The Jewish Museum 철판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전범국으로써의 자신들이 저질렀던 만행과 역사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어 반성하고자 하는 독일의 태도는 비슷한 역사를 가진 다른 전범국들도 배워야 할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신들의 선조들의 세대에서 이루어진 비극이었지만 그 후손들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기억하기 위해 자신들의 심장인 수도 베를린에 여러 추모공간을 만들어 후대에도 계속 기억하겠다는 그들의 태도와 의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과 유대인 박물관 두 공간을 답사하고 이번 아티클을 제작하며 건축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과 그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독일 베를린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홀로코스트 메모리얼과 유대인 박물관을 방문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