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이 만드는 커뮤니티: 야마모토 리켄의 건축 철학 탐구
INTRO

3월 5일 오후 11시,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2024년 프리츠커 수상자가 발표됐습니다. 그 주인공은 일본 국적을 가진 건축가이자 사회 운동가, 야마모토 리켄 (Riken Yamamoto)입니다. 그가 가진 건축적 사고가 건축 환경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탐구해 보고, 앞으로 건축학도가 관심 가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야마모토 리켄 건축의 철학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의 형태가 분화되고 있는 상황 속 앞으로의 주거 공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리켄 야마모토는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이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토대로 한 건축으로 답을 했습니다.
‘1가구 = 1주택’, ‘나만의 집’이라는 개념을 버리고 함께 나눠쓰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지금까지의 가장 작은 사회적 단위인 가족을 훨씬 더 작은 요소로 나누고 그것들을 재결합한다는 개념으로 개인 스스로가 사회에서 하나의 객체로 존재하고 하나의 객체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는 공동체를 ‘하나의 공간을 공유하는 감각’이라 정의하며 공간이 주는 투명감을 통해 단절된 사회에서 사람들 간 친밀함을 조성하고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도록 주택을 주거 공간이자 노동력을 주고받는 일터로의 개념으로 확장시켜 공간과 공동체 전체를 하나로 인식합니다.

주요 작품
1. 판교 하우징 (한국, 서울)

판교 하우징은 야마모토 리켄의 첫 한국 공동주택 프로젝트입니다. 야마모토 리켄은 한국 주거 문화에 상호 지원을 장려하기 위해 고안된 지역사회권이라는 개념을 적용시키려고 했지만 입주자들에게 그의 뜻이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주거 공간은 유닛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유닛은 1층 – 가족 커뮤니티를 위한 거실, 2층은 넓은 현관, 3층은 침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층의 넓은 현관은 공용공간을 개방적인 장소로 만들기 위해 유리를 사용하였습니다. 또한 거주자의 특성에 맞게 작업실, 여가 활동,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가변적 공간이 됩니다. 이는 가족의 사생활과 이웃과의 공동체 의식을 양립시켜 이웃 간의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킵니다.

2층 설계안을 보시면 유리로 되어 있는 현관에서 골목으로 지나가는 주민들과의 시선의 교류를 통해 커뮤니티가 더욱 활성화되며 입주자의 특성에 맞는 자유로운 평면을 구상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방의 벽을 유리로 처리한 독특한 투명 현관 홀은 개인이 고립되지 않도록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경계를 흐리게 하여 지역 사회에 주택을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시도로써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사이타마 현립 대학교 (일본, 사이타마)

사이타마 현립 대학교는 간호, 사회복지 그리고 재활치료를 교육하기 위한 세 가지 학부로 구성되었습니다. 리켄 야마모토는 이 학부들이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축적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각 학부의 독립된 영역을 강의동에 배치하고, 이들 사이의 단층 부분에는 모든 학부가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계획했습니다. 강의동을 따라 길게 이어진 4층 높이의 열린 공간은 통로와 홀의 기능을 하며, 수평적 연결을 강화합니다.

또한, 계단과 승강기를 포함한 수직이동 동선을 통해 입체적인 연결을 구현했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이용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도록 하여,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을 촉진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일상의 이벤트가 되며, 건축은 묵묵히 배경의 역할을 수행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끌어내 학문 간의 융합뿐만 아니라 일상에서의 소통을 이끌어 내는 기능을 담당합니다.
결국 학교라는 공동체는 주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사회의 발전을 상상하는 리켄 야마모토의 프로젝트 목표를 볼 수 있습니다.
3. 히로시마 니시 소방서 (일본, 히로시마)

2000년에 지어진 히로시마의 소방서는 7층 높이의 상자 형태로, 모든 면이 유리 루버로 덮여 있어 내부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외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건물은 소방관들이 훈련하는 넓은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각종 공간이 배치되어 있으며, 방문객들은 로비에서 시작해 4층에 위치한 테라스까지 올라가며 다양한 작업 공간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프리츠커 상 심사위원단의 평가와 같이 일상생활의 배경이 되어 전경 역할을 하며, 공적인 차원과 사적인 차원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줍니다.

이러한 설계는 야마모토의 철학을 반영한 것으로 그는 건물을 주변과의 맥락으로부터 디자인하여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 소방서는 대중에게 좀처럼 볼 수 없는 소방관의 일상 활동을 체험하도록 합니다. 그 결과 통행인들은 자연스레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사람들과 뜻을 함께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공무원과 봉사하는 시민들 사이에 상호 헌신이 유도되어 함께 하는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OUTRO

야마모토 리켄은 건축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는 게 느껴집니다. 그의 고민은 어떠한 정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나 일상을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 하는 의견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온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큰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주변 환경, 지역 사회, 현대 사회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한, 평온함이 광채로 이어지는 건축물을 만드는 야마모토 리켄의 앞으로의 프로젝트가 기대가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