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 툴(Tool)을 배워야 하는 3가지 이유

발행
2022.09.13

 

툴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야. 네 아이디어가 중요한 거야!

맞아요. 우리가 툴을 다루는 이유도 우리의 훌륭한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함이죠.

 

그런데요,

 

왜 툴을 다루는 실력과 아이디어를 내는 실력을 비교할까요?

 

툴을 잘 다루면 아이디어 도출에 어려움이 생길까요?

반대로,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는 툴의 필요를 지워버리나요?

 

안녕하세요. LECTUS 이동욱 강사입니다.

 

많은 분들이 툴을 얼마나 학습해야하는지, 언제 학습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심지어 그에 앞서 꼭 배워야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으실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우리가 프로그램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제 경우‘프로그램 실력이 쌓이며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었는지’말씀드리려 합니다.

 

툴을 학습한 덕에 제가 경험할 수 있었던 점은 글의 끝에 정리해뒀으니 끝까지 읽어주세요.

 

너는 이럴 때 이런 반응이 주로 나타나니 분명히 T(또는 F)야

 

MBTI 성격유형에 관련해 이런 대화를 누구나 한번 쯤 경험해 보셨을 것 같아요. MBTI에 대해 검색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사고와 감정 2가지 기준 중 한 가지 기준이 판단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더군요.

 

갑작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드린 이유는 다름 아니라 제가 건축학과를 다닐 당시 “저 친구는 툴 장인이야” 또는 “쟤는 생각이 깊고 아이디어가 좋아”와 같은 위와 유사한 뉘앙스의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치 T와 F를 나누듯 충돌하는 두 성향처럼 이야기가 오간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MBTI야 각각 속성이 상충할 수 있다고 해도 아이디어와 프로덕션이 과연 그렇게 충돌하는 관계일까요? 사실 저도 실제로 친구, 선후배들이 저렇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것을 많이 봐왔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제 경우 아래와 같은 현상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같은 연도에 함께 입학한 동기들은 함께 학기를 보내게 됩니다. 같은 기간 동안 학생 개개인은 공부를 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워갈 텐데요. 아무것도 모르고 입학한 우리는 하나씩 공부를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공부에 ‘순서’가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죠.

 

예를 들어 저학년 시기에 어떤 친구는 책을 많이 읽어 보다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해 작업을 진행하는 반면, 프로그램에 집중해 최종적인 결과물의 양이 많고 이미지의 퀄리티가 높은 친구도 있듯이 말이에요.

 

처음 만난 교수님, 친하게 지내는 선배, 일찍 접하게 된 책 등 다양한 외부적 요인이 이 과정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학교를 다니다 보면 사실 따로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죠? 특히 실습의 경우 당장 정해진 데드라인까지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니, 부족함을 채워가기보다 당장자신의 장점을 활용하여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흐름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투자해온 능력에 더욱 집중하게 되고, 앞서 말씀드린 ‘툴을 잘 다루는 친구’와 ‘생각이 깊은 친구’라는 아이덴티티가 생겨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저학년 또는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년이 올라가며 여러 커리큘럼을 통해 배우고 주변 교수님 혹은 친구들과 부대끼다 보니, 저도 친구들도 뭐가 중요하냐는 식의 이야기는 까먹은 듯 자연스레 밸런스를 찾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국에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만들고 보여줄 수 없으면 소용이 없고, 아무리 잘 만들어도 본인의 주장이나 아이디어가 없다면 빈 껍데기와 같다는 너무 당연하고 뻔한 이야기가 남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너무 당연한 이야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제 개인적인 경험들을 말씀드릴게요.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남들보다 ‘조금 일찍’ 프로그램을 접했던 것이 요긴하게 쓰였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저는 학부시절 동안 건축사무소, 인테리어 사무소, 미술관 등 10곳 이상의 회사에서 짧게는 1주일 길게는 1년 이상 근무를 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가능했던 이유 중 프로그램 활용 능력이 꽤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아요.

 

저는 16년에 홍익대학교 실내건축학과에 입학했는데요. 1학년 여름방학 당시 스케치업을, 2학기에는 브이레이를 조금 만져봤어요. 당시 브이레이 렌더링 프로그램의 자체 성능이 막 좋아지던 시점이라 기본적인 기능만 익혀도 당시에 봐서는 그럴싸한 이미지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1학년 2학기 당시 얕은 실력이지만 조금씩 과제에 툴을 활용하기 시작했는데요. 담당 교수님을 통해 1학년 겨울방학부터 간단한 스케치업 모델링 업무로 인턴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인턴 경험을 하는 동안 조금씩 실력이 향상되었고, 다음 학기에서도 과제를 진행하며 점차 툴을 다루는 것이 자연스러워 졌어요. 그렇게 매 학기 방학마다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실무를 경험한 횟수가 중요한 건 아니겠죠?

 


 

두 번째, 3D 모델링과 렌더링 작업에 속도가 붙으니, 사무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프로젝트 메인 투시도와 같은 설계도서에서 중요한최종 결과물을 직접 제작하게 되었어요. 그로 인해 교수님 혹은 소장님들과 더욱 빠르고 직접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마감에 가까워진 프로젝트일수록 최종 작업물이 전체적인 의사결정에 영향을 많이 끼치게 되더라고요. 따라서 소장님, 선배님들이 실시간으로 고민하는 내용들을 보다 가까이서 보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무소마다 문화가 다르지만 학생 인턴이 프로젝트에 말 또는 스케치로만 아이디어를 제시해서 내용이 반영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툴에 익숙하고 손이 바르다는 장점을 살려서 짧은 시간안에 선배님들이 납득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 제시할 경우 훨신 효과적으로 의견이 전달되었습니다.

 

또한 현장 컨디션을 바탕으로 최종 작업물을 만들어야 하니 건축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도 많아졌으며 점차 프로젝트에 깊이 참여하며 다양한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3학년 1학기 이후 휴학 기간에 다녔던 인테리어 사무소에서 3개 현장 공사를 혼자 관리했던 것도 돌이켜보면 이러한 흐름에서 할 수 있었던 경험인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프로그램 활용 능력에 비례해서 올라간 작업 퀄리티입니다.

 

우리는 매번 새로운 과제, 공모전 등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요. 저와 친구들의 경우를 보면 한번 끌어올린 작업 퀄리티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설계를 하게 되면 더욱 깊이 있는 고민과 뛰어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일 텐데요. 그에 반해 작업물 제작 능력은 일정 수준에 다다르기까지의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는 것이 특징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작업 퀄리티가 올라간다는 것은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만큼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 아이디어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점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저한테는 툴을 다루는 능력이 여러 방면의 성장을 만들어 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성장에 있어 환경의 중요성이 많이 언급되는데, 저의 환경을 바꾸는데 한몫을 분명히 했으니까요.

 

지금 와서 말씀드리기엔 어색하지만 저도 사실 프로그램을 다루는데 큰 흥미는 없는 성격이에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다룰 때는 뭐가 이렇게 답답한지 차라리 손으로 그리고 싶은 생각도 들고요. 그래도 간혹 마음에 드는 이미지를 만들었을 때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고, 점차 새로운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도 면역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경험과 시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참 고마운 존재가 아닌가 싶네요.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하죠?

 

제가 보기에도 제가 뵀던 교수님들이나 소장님들은 제 또래들처럼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지는 못하는 것 같아요. 대신 그동안 많은 선배님들을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분들께서도 학창 시절, 신입사원 당시 본인들 세대의 도구들을 성실히 다루어왔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툴을 배웠을 때의 제가 느낀 장점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실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2) 프로젝트에 보다 깊이 관여하며, 효과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3) 마감 퀄리티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고, 아이디어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현재 건축 학부를 다니거나 다닐 예정인 분들께 제 경험이 도움이 되었길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2.09.13 · 읽는 시간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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