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다른 유럽의 아파트 이야기

INTRO

 

‘아파트’ 하면 보통 한국의 고층 건물이나 단지 문화가 떠오르는데요. 넓은 주차장, 편리한 편의시설, 단지 내 녹지까지 아파트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서 생활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것이 익숙하죠. 또 한 동 안에 수십, 수백 가구가 함께 살며 자연스레 형성된 ‘단지 문화’도 한국만의 독특한 주거 형태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유럽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와는 조금 다른 형태와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높은 건물보다는 낮은 층의 주거지를 선호하고, 도시 미관이나 역사적 맥락도 중요시하면서 개별 건물마다 독특한 이야기를 담고 있죠.

 

1층 상점과 고급 주거 공간, 그리고 층마다 다른 삶의 풍경이 펼쳐졌던 로마의 인술라부터, 우아한 발코니와 석조 외관으로 도시의 매력을 더한 프랑스의 오스만 아파트까지. 유럽의 아파트는 건물 하나하나가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합니다. 이제 각 나라가 만들어낸 다양한 아파트를 살펴보면서 유럽의 주거 문화를 살펴볼까요?

 

유럽의 아파트

  • 로마의 인슐라 : 2,000년 전, 아파트의 시작

 

출처 : 땅집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세계 최초의 아파트를 이야기하려면 2,000년 전 고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로마도 급속한 성장의 결과로 도시화가 심해지면서 심한 주택난을 겪었습니다.

 

인술라는 보통 1층에 점포가 있는 우리나라의 주상복합아파트와 비슷한 형태입니다. 부자를 제외한 하층민들이 주로 거주한 집합주택이었습니다. 로마를 비롯해서 도심 지역의 땅값은 너무 비쌌고 도심에는 집을 지을 땅이 부족했기에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인술라는 높게 지어졌지만 6층을 넘지는 않았습니다.

 

인술라의 구조는 한 층에 복도로 연결된 여러 개의 방이 있는 것으로 오늘날의 원룸 오피스텔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고층으로 갈수록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오르내리기가 불편하고 천장의 높이가 낮아 화재가 발생하면 대피하기 어려워 높은 층은 집값이 저렴했습니다.

 

그래서 1층에는 보통 식당 같은 각종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2층에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거주하였으나, 위층으로 올라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살았습니다. 같은 인술라라고 해도 층마다 사는 사람이나 내부의 분위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달랐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사는 집의 층수로 부유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들을 구분했던 것이죠.

 

  • 프랑스 apartment (오스만 아파트)

 

출처: Un jour de plus à Paris

 

1853년부터 20세기 초까지 진행된 프랑스 재건설 사업인 파리 개조 사업에서 파생된 것이 오스만 스타일의 아파트입니다. 당시 런던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나폴레옹 3세가 기존의 중세 도시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파리를 재건설하고 싶어 했고, 그를 실행하기 위해서 오스만 남작 Baron Haussmann과 함께 도시 개조 혁명을 진행했죠. 파리를 중심으로 그저 예쁘기만 했던 건물들이 현대적이고 실용적으로 재건설되면서 오스만 스타일이 널리 퍼지게 됩니다.

 

19세기 중반 파리의 대개조 사업에서 탄생한 오스만 아파트는 도시와 건축의 조화를 상징하는 건축물이었어요. 이 아파트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정교한 석조 외관과 우아한 발코니 입니다. 파리의 낭만을 상징하는 이 발코니들은 당시 도시의 품격을 한층 높였습니다. 또 햇빛이 잘 들어오는 대형 창문은 위생과 건강을 중시하던 시대 요구를 반영했죠.

 

 

오스만 아파트는 층별로도 독특한 특징이 있어요. 1층은 상점이나 식당 같은 상업 공간으로 사용되었고, 중간층은 중산층이 거주하던 공간이었죠. 그리고 맨 위층은 집값이 저렴한 곳으로 주로 서민들이 살았습니다. 층마다 용도는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도시의 대로와 어우러지도록 설계되었어요.

 

같은 디자인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이 규칙적인 형태가 오히려 파리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정말 흥미로운 부분이에요. 오늘날에도 오스만 아파트는 여전히 파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상징적인 건축물로 파리 여행 중 한눈에 들어오는 우아해 보이는 건물들이 오스만 스타일입니다.

 

  • 독일, 목골 가옥 Fachwerkhaus

 

 

독일인들에게 거주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남부 유럽 사람들과 달리 추운 겨울을 대비하지 않으면 동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집에 특히 신경을 쓰는데요. 독일식 목골 가옥인 파흐베르크하우스, Fachwerkhaus는 독일 전통 가옥의 대표적인 건축양식으로, 건축 방식과 재료에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목재로 뼈대를 세우고 그 사이를 벽돌이나 진흙으로 채워 건축하는 파흐베르크하우스는 외부에 목재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며, 창문이 많고 내부에도 목재가 주로 사용됩니다. 이러한 건축 방식은 독일 북부와 알프스 인근은 숲이 많아 목재 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남부 유럽 지역의 석재 건축과는 대조적이죠.

 

1층은 종종 상점이나 작업장으로 사용되어 마을의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중간층은 가족이 거주하는 주요 공간으로, 단열 효과가 있어요. 다락방은 창고나 하인들의 숙소로 사용되며 각 층이 저마다의 기능을 가졌습니다.

 

뚜렷한 목재 뼈대와 다채로운 색감의 외관은 많은 관광객들에게 독일의 전통과 역사를 느끼게 해주며, 독일인의 라이프 스타일이 잘 반영되어 있는 하나의 상징적인 주거 형태입니다.

 

  • 영국, 아파트 Flat

 

 

다음은 영국의 플랫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플랫은 단일 층에 위치한 주거 공간으로 한국의 아파트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한 층에 하나의 플랫이 있을 수도 있고, 여러 가구가 거주할 수도 있죠. 공간 활용의 효율성과 실용성을 중시한 구조로, 1인 가구나 신혼부부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주로 시내 중심부나 교통이 편리한 지역에 위치하며, 하우스에 비해서 임대료가 저렴하고 관리비가 적게 든다고 해요.

 

내부는 거실과 주방을 통합한 오픈 플랜 구조가 일반적이며, 제한된 면적 내에서 실용적인 공간 배치를 통해 수납과 생활 편의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그리고 대형 창문을 통해서 채광과 환기를 극대화하죠.

 

플랫은 빅토리아 양식의 오래된 건물을 개조한 형태부터 현대적인 고층 빌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는데, 빅토리아 시대 건축물을 개조한 경우 전통적인 석조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내부는 현대적인 인테리어로 개조된 사례가 많아요. 현대적인 플랫은 철근 콘크리트와 유리를 활용해서 고층 빌딩 형태로 설계되어 도시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OUTRO

 

유럽의 주택가를 둘러보면 합벽을 이루는 주택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건축물의 높이, 범위, 일조 등을 고려해서 일정 거리를 두고 집을 짓지만, 유럽에서는 건물들이 벽을 공유하며 붙어있는 사례도 많죠. 이처럼 각 나라의 주거 공간은 단순히 사람들이 사는 곳을 넘어, 그 시대와 환경 그리고 문화를 담아내는 하나의 상징적인 건축물이 되어왔습니다. 오늘날에도 이러한 다양한 주거 형태들이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면서 현대적 요구를 반영하면서 발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