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N잡러’ 건축가 디자인버그의 김수영 대표를 만나다.

INTRO

너무 세련된 동네는 아니길 바랬어요.

 

용리단길에서 ‘건축가의 탕비실’과 ‘선물 포장가게’ 그리고 디자인버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김수영 대표님은 용산을 사업지를 정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3F lobby는 건축가의 카페로 많이 알려지며 우리 블로그에도 소개된 바 있는데요 이번에 좋은 기회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따스한 창가 아래서 김수영 대표님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공간에 대한 이야기와 디자인버그 건축사사무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3f lobby는 카페의 성지로 유명한 용리단길에서도 힙한 카페로 불리고 있는데요. 렉크레이터 구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3f lobby와 디자인버그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수영이라고 합니다. 우선 3F lobby가 카페 성지에 위치한 힙한 카페라고 하셨는데 사실 저희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는 지금처럼 힙한 곳은 아니었어요. 거리에는 사람 하나 없을 정도로 한적한 동네였죠. 로비는 그 이름대로 차분히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자, 커피 한 잔의 여유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때로는 업무가 이루어지는 복합적인 공간이에요. 지금은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멀리서도 와주시는 분들도 계세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더 좋은 공간으로 보답하려고 합니다.

 

 

Q. 본래 건축가로서 일을 하다가 카페 창업을 하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보통의 건축학과 졸업생과는 다른 행보인데 시작과 계기에 대해서 들을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완전히 새로운 분야인데 도전하는데 걱정이나 두려움은 없으셨을까요.

 

A. 저는 엄청 새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건축학과를 졸업 후에 반드시 설계 사무소에 가지는 않잖아요? 시공, 시행, 공무 등 다양한 곳으로 빠지곤 하는데 저는 오히려 사업을 진행하는데 전공을 많이 살렸다고 생각해서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애초에 카페를 주업으로 생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건축가의 탕비실이라는 개념으로 일하다가 하루에 한두 팀이 오면 나가서 커피를 내려주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거든요. 우리는 주업을 하면서 이따금 커피를 대접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했던 거라 조금 새롭긴 하나 어렵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Q. 건축가가 내려주는 커피라는 컨셉으로 커피 맛도 신경을 쓰시는 것 같은데 메뉴들을 정할 때 어떤 점들을 중요하게 고려하셨나요?

 

A. 저희가 커피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헤드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와는 조금 다른 방향을 추구하고 있어요. 그런 카페들은 보통 바리스타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데, 저희는 대중적인 테이스트를 고려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커피 메뉴를 정했습니다. 로비의 분위기에 맞추어 소음이 적은 드립커피를 선택한 점도 그 중 하나죠. 제가 커피를 맛보고 연상되는 분위기의 건축 작품을 커피 설명 카드에 소개하거나, 플레이팅을 할 때 건축적인 요소를 반영하는 방식도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아요. 커피를 마실 때 그 순간 맛과 향, 공간의 분위기 등 삼박자가 어우러져서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Q. 카페와 건축사사무소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계시나요?

 

A. 굉장히 어렵습니다. 현재 3f lobby, 디자인 버그 건축사사무소와 더불어 고이고이 선물포장 가게도 운영 중이기 때문에 일양이 3배가 되어서 밸런스를 맞추는 것이 힘들어요. 저희 홈페이지를 보시면 알 수 있듯 개업한 지 5년 된 설계사무소치곤 포트폴리오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죠. 퀄리티를 낮출 수 없으니 제 나름대로 양을 조절하여서 분배를 해왔어요. 하지만 이제 로비와 고이고이 일은 최대한 직원들에게 맡기고 건축에 더 집중하는 시기가 온 것 같습니다.

 

Q. 두 분야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고 느끼시나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거나 영향을 주고 받는지 궁금합니다.

 

A. 처음 일을 막 시작했을 때 로비라는 이름을 통해서 일이 많이 들어왔던 것은 사실이에요. 제가 로비를 통해 직접 카페 공간을 만들고 운영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이 클라이언트들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공간과 콘텐츠 구성을 처음 시도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저에게 많이 의지하고 맡겨주시곤 합니다. 저는 이야기 만드는 걸 좋아하기에 고객과의 초기 단계에서 그들의 스토리를 잘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이 브랜딩의 시작이라 생각합니다

 

FLAVITZ CAFE 인테리어 작업 [사진 출처 : 윤현기]

 

Q. 최근 건축 컨셉의 카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른 일반 카페와 비교하여 어떤 차별점, 강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건축가의 사회적 대우와는 별개로 대중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적어서 대중들이 느끼는 거리감이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많은 사람들과의 접촉이 늘다 보면 건축에 대한 인식이 열려서 오히려 저희가 작업할 때 더 많을 것을 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카페나 술집과 같은 다양한 문화 공간을 결합한 건축가의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Q. 현재 카페 운영과 더불어 설계 및 브랜딩도 하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디자인버그에서는 주로 어떤 작업들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A. 저희는 주로 풀빌라,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작업했어요. 실무에서는 땅과 용도에 맞게 건물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브랜딩을 결합하는 경우는 적지만 저희는 초기 단계부터 대지와 공간이 가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스토리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담긴 숙박시설과 주택들을 많이 작업할 것 같습니다.

 

풀빌라 ‘아프레투아’ [사진 출처 : 윤현기]

 

Q. 두 번째 문화공간인 고이고이 포장 가게도 작년에 오픈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떤 공간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저는 건축을 할 때 스토리를 구상하고 새로운 문화가 담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몇 달동안 직원들과 아이디어를 구상한 적이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선물이나 포장에 관한 것들이었어요. 첫 시작은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 느낀 염증 때문이었습니다. 매번 생일인 사람이 상단에 뜨고, 너무도 쉽게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기계적이고 비즈니스적이라고 느꼈어요. 때로는 편리함이 본래의 선물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생각에 고이고이 포장가게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선물을 고르고 직접 포장을 하면서 정성을 선물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모델링 후 ‘고이고이’의 외관 [사진 출처 : 윤현기]

 

‘고이고이’ 내부 [사진 출처 : 윤현기]

 

Q. 졸업을 앞둔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고민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들 유명한 대기업을 가려고 하잖아요. 근데 막상 자기가 좋아하는 건 그런 게 아닌데 남들의 기준에 맞춰서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후회하는 사람들도 많고 근데 나중에 가서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니 자기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게 뭔지 확인을 하고 진로를 결정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장래에 본인의 사업을 운영하고 싶다면, 당장 2-3년은 경제적으로 힘들지 몰라도 작가님들 밑에서 수련하는 것에도 많이 열려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졸업하고 5년 안에 창업을 한다는 말을 공표하곤 했어요. 그랬더니 그것에 맞춰서 진행할 수 있게끔 소장님이나 같은 팀 팀장님이 일을 주시곤 했어요. 그래서 다른 사원들이 ppt 같은 것들은 작업할 때 저에겐 디자인을 맡겨주시곤 했죠. 자기 목표가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도와주기 때문에 취업 시 방향성을 설정하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프레투아 [사진 출처 : 윤현기]

 

OUTRO

인터뷰를 마치며, 김수영 대표님과의 대화를 통해 건축과 공간, 그 안에 담긴 스토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공간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과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건축가의 탕비실’, 마음을 담는 ‘선물 포장 가게‘처럼 기능과 미학을 넘나드는 공간들이 우리의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영감을 주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