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어떻게 담을 것인가 with 전지호님
INTRO
건축설계사무소 취업을 준비하다보면 포트폴리오는 거의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됩니다. 하지만 막상 작업을 정리하려고 하면,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에 재직 중인 전지호님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기준과 작업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이태원에 있는 건축사사무소 매스스터디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지호입니다.

Q. 학부 시절 설계를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축적 기준이나 관심사가 있었나요?
A. 대학교 2학년 때 서양근대건축 수업에서 돔-이노라는 기본적인 형식이 여러 방식으로 변형되면서 실제 건축 공간으로 이어지는 사례들을 봤는데, 그게 매우 인상 깊었어요. 단순한 구조나 형식처럼 보였던 게, 공간의 관계나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자연스럽게 Raumplan, Open plan, Universal Space 같은 공간 구성 방식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건축을 볼 때도 단순히 형태가 어떻게 생겼는지보다는, 공간들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지는지, 어디서 열리고 닫히는지, 또 그 안에서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지는지를 더 보게 됐던 것 같아요. 그런 관심이 이후에 설계를 하거나 포트폴리오를 정리할 때도 하나의 기준처럼 이어졌어요.


Q.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면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셨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A. 개인적으로 포트폴리오는 프로젝트를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구성하면서 개성을 드러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엇을 담느냐”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어떤 방식으로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결국에는 매체의 구성 방식 자체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책이나 잡지, 보고서, 심지어 제품 라벨까지도 정보를 담는 방식이나 여백 같은 요소들에서 각기 다른 취향이 드러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단순히 정돈된 포트폴리오만 참고하기보다는, 다양한 매체의 구성 방식을 보면서 제 취향을 선별하려고 했어요. 그런 과정들이 결과적으로 포트폴리오의 개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Q.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 안에서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A. 하나의 프로젝트라도 어떤 장면을 먼저 보여주는지, 어떤 방식으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강한 한 장의 이미지를 먼저 보여주고, 어떤 사람은 다이어그램을 통해 사고 과정을 설명하기도 하잖아요. 또 어떤 프로젝트는 하나의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지만, 어떤 작업은 여러 관계를 병렬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더 어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많이 넣는 것보다, 이 프로젝트를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 게 가장 잘 어울리는지를 고민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결국 그런 선택들이 쌓이면서 포트폴리오 안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취향이나 감각이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Q. 포트폴리오에 담았던 프로젝트 중 기억에 남는 설계 프로젝트 하나를 간단하게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아무래도 여러모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졸업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연극연습시설 프로젝트였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연극을 무대 위에서만 일어나는 사건으로 보기보다, 배우가 연습하고 이동하고 머무는 과정까지도 도시 안에서 드러날 수 있는 하나의 장면으로 바라본 작업이었어요. 그래서 리허설 공간과 거리, 관객과 배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명확하게 나누기보다는 조금씩 겹치게 만들고 싶었어요.

공간적으로는 흩어진 매스와 보이드, 그리고 방들이 이어지는 시퀀스를 통해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서로 마주치거나, 공연의 준비 과정 자체를 자연스럽게 감각할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공연이라는 것이 완성된 장면만이 아니라, 그 이전의 연습과 이동, 대기하는 시간까지 포함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졸업작품이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건축을 공간의 흐름, 분위기, 사람들 사이의 관계로 바라보게 해준 작업이라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 같네요.

Q. 해당 프로젝트를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부분은 덜어냈는지 궁금합니다.
A. 포트폴리오에 담을 때는 프로젝트의 모든 내용을 다 보여주기보다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공간의 흐름과 구성 방식이 잘 읽히도록 정리하려고 했어요. 졸업작품이다 보니 리서치나 다이어그램, 프로그램 설명이 많았는데, 포트폴리오에서는 그중에서 프로젝트의 생각이 공간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보이는 부분을 중심으로 남겼습니다. 특히 배치, 매스, 보이드, 동선의 관계가 잘 드러나는 도면과 이미지를 강조했어요.
반대로 세부 프로그램 설명이나 너무 많은 도면, 과정상 필요했던 다이어그램들은 덜어냈어요. 모든 정보를 설명하기보다는, 보는 사람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공간 경험과 제가 어떤 관점으로 설계했는지를 느낄 수 있도록 정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Q.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했던 기준이 있었나요?
A. 저도 제가 포트폴리오를 정말 잘 구성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돌아보면 위계와 규율을 일관되게 유지하려고 했던 점은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글자나 레이아웃 같은 요소들이 일정한 기준 아래 정리되어 있어야 전체적인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느꼈고, 프로젝트마다 표현 방식이 달라지더라도 전체 흐름 안에서는 하나의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스위스에서 많이 사용하는 위계 중심의 매체 구성 방식에 매력을 느껴 관련 사례들을 많이 참고했어요. 정보를 단순히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어떤 요소를 먼저 보게 할 것인지, 어떤 장면을 강조할 것인지에 따라 작업의 인상이 달라진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도 이미지와 다이어그램, 텍스트 사이의 관계나 여백의 밀도 같은 부분들을 계속 고민하면서 작업했어요.

Q. 마지막으로 건축학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포트폴리오든 설계든, 결국에는 “내가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는지”가 남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가 좋아하는 방식이나 기준을 조금씩 만들어가면서 작업해보면 좋겠습니다.

OUTRO
전지호 님의 이야기는 포트폴리오를 단순한 결과물의 집합이 아니라, 자신의 기준과 취향을 드러내는 하나의 편집 과정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어떤 장면을 선택하고 무엇을 강조하거나 덜어내는지에 따라, 하나의 프로젝트도 전혀 다른 인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포트폴리오는 정답에 가까운 형식을 따라가는 작업이라기보다,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과 태도를 스스로 구성해나가는 과정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인터뷰가 각자의 작업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고 싶은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