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틱에서 살아남기 _ ③ 중간 크리틱

INTRO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라는 말처럼 건축학도들의 시험 기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가 되면 한 가지 더 준비해야할 것이 있죠. 바로 ‘중간 크리틱’입니다.

 

중간 마감, 1차 마감, 중간 크리틱, 중크.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한 학기의 설계를 중간 지점에서 점검해보는 첫 번째 평가 자리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학생들이 이 ‘중간 크리틱’를 유독 어렵게 느끼곤 합니다.

‘중간 크리틱을 꼭 해야만 하는 걸까’, ‘나는 지금 제대로 설계하고 있는게 맞을까’.

저도 비슷했습니다. 중간 마감이 다가올수록 도망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괜히 더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한 번은 한 학기의 절반동안 진행했던 설계를 중간 크리틱 하나로 전부 뒤집은 적도 있었습니다.

 

학부부터 현재의 대학원까지, 수많은 크리틱을 받아왔지만, 중간 크리틱은 여전히 어렵고 떨리는 과제입니다. 이제 막 설계를 시작한 저학년 건축학도라면 당연히 더 막막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중간 크리틱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합니다. 단순한 준비 방법이 아닌, 어떤 부분을 점검하면 좋은지, 중간 크리틱 이후에는 어떻게 설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좋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멘탈을 정리하는 부분까지 함께 다뤄보려고 합니다.

 

중간 크리틱, 그 첫 단계부터 같이 정리해보겠습니다.

 

중간 크리틱, 왜 하는 걸까요?

중간 크리틱을 준비할 때마다 이 자리가 정확히 무엇을 위한 시간인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중간고사 준비로도 바쁜 시기에, 왜 굳이 중간 크리틱을 따로 진행하는 걸까요.

 

중간 크리틱은 단순히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내 설계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되고 있는지, 지금의 과정이 논리적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자리입니다.

 

설계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컨셉이나 형태에 집중한 나머지 처음의 의도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지금 가진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뒤늦게 이야기를 만들어 붙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파사드 디자인을 적용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의 성격과 맞지 않는데도 억지로 채광이나 방향성을 끌어다 설명하는 경우처럼요. 이런 순간들이 쌓이면 설계는 자연스럽게 발전하기보다 설명을 맞추기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중간 크리틱은 바로 이 지점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내 설계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는 않은지, 내가 원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설명을 덧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점검하고 타인의 시선을 통해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중간 크리틱,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중간 크리틱을 준비하다 보면 작업물의 양이 부족해 보이거나, 주변에 비해 속도가 느린 건 아닐까 괜히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중간 크리틱에 맞춰 급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되고, 처음 의도했던 방향보다는 평가를 위한 설계로 흐르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중간 크리틱은 최종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보다, 지금까지의 설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설계는 계속 바뀌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는 언제든 수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왔는지는 설계의 중심으로 남아 전반적인 스토리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간 크리틱은 완성된 결과를 정리하는 자리보단, 어떠한 흐름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 흐름을 설득력 있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피드백 받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 ‘내가 끝까지 가져갈 핵심 하나’ 설명하기

 

중간 크리틱을 준비하다 보면 작업물의 양이 부족해 보이거나, 주변에 비해 속도가 느린 건 아닐까 괜히 조급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중간 크리틱에 맞춰 급하게 결과물을 만들어내게 되고, 처음 의도했던 방향보다는 평가를 위한 설계로 흐르는 경우도 생깁니다.

하지만 중간 크리틱은 최종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무엇을 얼마나 많이 보여주느냐보다, 지금까지의 설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설계는 계속 바뀌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는 언제든 수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왔는지는 설계의 중심으로 남아 전반적인 스토리의 밑거름이 되어줄 것입니다.

 

그렇기에 중간 크리틱은 완성된 결과를 정리하는 자리보단, 어떠한 흐름으로 여기까지 왔고, 그 흐름을 설득력 있게 이어가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피드백 받는 시간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요?

 

● ‘내가 끝까지 가져갈 핵심 하나’ 설명하기

 

모든 것을 다 보여주기보다는 내 설계를 관통하는 핵심 하나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흐름을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잡았다면 모든 공간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진 않더라도 동선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흐름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나머지 요소는 조금 부족해도 괜찮지만, 이 핵심이 흐려지면 설계 전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전달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앞으로의 방향’ 설명하기

 

중간 크리틱에서는 지금 상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입니다.

완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자체를 숨기기보다는,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나가고, 어떤 방향으로 수정하고 싶은지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아직 설계를 진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설명하다보면 말과 텍스트만으로는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럴때엔 레퍼런스를 함께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순히 참고용 이미지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내 설계의 어떤 부분과 유사성이 있고, 그것을 나는 어떤 방식으로 적용하고 싶은지’를 설명할 수 있는 이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간단한 스케치를 덧붙여 내 프로젝트에 적용했을 때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앞으로의 방향을 훨씬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중간 크리틱, 어떻게 발표해야 할까요?

 

중간 크리틱에서는 각각의 내용들을 따로 준비하기보단, 하나의 흐름으로 느껴지도록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설계의 핵심,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을 한 번에 이야기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발표를 준비할 때에도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설명보다는 내가 지금까지 설계를 진행하면서 거쳐온 과정을 그대로 풀어낸다는 느낌으로 접근하면 조금 더 정리하기가 쉬워집니다.

 

처음에는 내가 이 주제를 왜 선택했는지부터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대지나 프로그램을 먼저 설정했다면 그 선택의 이유를 함께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사이트 분석이나 통계 자료, 혹은 건축과 관련된 이슈를 다룬 기사 등도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먼저 보여준다면 “왜 이걸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따로 답하지 않아도 되는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그 다음에는 실제로 설계를 진행해온 순서에 맞춰 발표를 구성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지형의 특성이 형태를 결정했다면 어떤 조건이 형태로 이어졌는지 설명하고, 동선이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그 흐름이 공간이나 단면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보여주면 됩니다.

 

발표나 패널 배치, 피피티 구성에 정해진 순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설계는 평면에서 시작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형태를 먼저 잡은 뒤 내부를 채워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순서 자체가 아니라, 각 단계의 이야기가 따로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가입니다.

 

결국 발표는 여러 장의 자료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의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해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데에 가깝습니다.

 

중간 크리틱,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크리틱 결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

여전히 크리틱은 쉽지 않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많이 준비해갈수록 더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게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간 크리틱은 잘했다는 말을 듣기보다는 부족한 지점을 마주하는 시간에 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발표가 끝난 뒤 괜히 허탈해지거나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그 피드백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입니다. 중간 크리틱을 단순한 평가로 받아들이게 되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쉽게 흔들릴 수 있지만, ‘점검의 과정’으로 바라보면 지금의 설계가 어디에서 어긋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가끔은 질문들이 공격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했나요?”, “이게 꼭 필요한가요?”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들은 설계를 무너뜨리기보다는, 어디를 더 고민해보고, 어떤 방향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짚어주고자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모든 질문에 완벽하게 답하려 하기보다는, 그중에서 지금 내 설계에 필요한 부분을 하나라도 가져가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중간 크리틱에서의 피드백은 설계를 끝내기 위한 판단이라기보다, 지금 무엇을 보완하면 좋을지, 다음 단계로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을 알려주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여전히 어렵고, 매번 잘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간 크리틱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점검의 시간으로 바라보는 것. 그 정도의 거리감이 오히려 설계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중간 크리틱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방향을 점검하기에 더 좋은 시점일지도 모릅니다.

 

OUTRO

 

중간 크리틱을 준비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설계의 과정보다는 눈에 보이는 결과나 남의 평가에 더 신경 쓰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막상 설계가 끝나고 기억에 남는 건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한 번 멈춰서 고민해봤던 지점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무엇을 더 보여줄지보다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 그 지점들이 이후의 설계를 조금씩 바꿔놓기도 합니다.

 

중간 크리틱은 무언가를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잠시 멈춰서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타이밍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잘 해내는 것보다, 지금의 설계에서 한 가지라도 더 분명하게 이해하고, 한 방향이라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한 크리틱일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비슷한 고민을 반복해가는 그 시간들이 결국에는 나의 설계를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번 크리틱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서 한 가지라도 가져갈 수 있다면, 그걸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에는 충분합니다. 자신을 믿고 앞으로도 힘차게 나아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