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환학생 이야기 7편 : Daily Life

일상생활

앞서 무거운 이야기만 하였기 때문에 가벼운 일상생활의 이야기도 해보고자 합니다. 저는 현재 거의 유배가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지방 출신이고 학교도 수도권에서 떨어진 부산에서 다니고 있기에 원래도 문화생활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편이었지만 제가 교환학생으로 온 규슈대학은 우리나라로 치면 광역시 규모의 도시인 후쿠오카에서도 가장 외곽에 있어 집 밖으로 더욱 나가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역 주변 상업시설까지 자전거나 버스로 편도 20분 거리에 교통비용도 비싸다 보니 주말에도 잘 나가지 않습니다. 물론 학교 축제 기간에도 설계 때문에 심야까지 밤을 새우는 건축학과의 특성도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초반에는 학식을 주로 먹었지만 현재는 기숙사에서 주로 해 먹고 있습니다. 원래도 국내에서 자취했었고 요리를 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기숙사가 조금 떨어진 위치에 있는 탓에 학식을 먹기 위해서는 이동에만 30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1년이라는 애매한 기간이기 때문에 1인 밥솥을 구매하여도 이를 다시 국내로 돌아갈 때 처리해야 하므로 즉석밥을 아마존에서 박스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또한 휴지, 세제와 같이 장기적으로 사용하지만 무거운 생활용품 또한 아마존으로 구매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신선식품들은 매주 자전거를 타고 역 주변 슈퍼마켓에서 사고 있습니다. 국내와 차이라고 하면 이마*, 홈플러*와 같이 대형 프렌차이즈도 존재하지만 이보다는 그 지역의 작은 규모 슈퍼마켓을 주로 이용하는 주민이 많고 슈퍼마켓마다 가격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보다는 멀지만 마치 코스트코와 같이 식료품의 진열 위에 그 제품의 재고가 쌓여있는 슈퍼마켓을 학과 조교로부터 추천받아 이용하고 있습니다.

 

생필품의 물가는 국내의 식료품 물가가 너무 오른 탓에 2024년 현시점에는 오히려 싸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국토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규슈라는 지역 안에서도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마트에도 이렇게 지역에서 생산된 야채와 고기들이 진열되어 있어 신선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합니다. 물가를 가장 실감할 수 있는 닭고기와 계란을 예로 들면 그날 손질한 닭 다리 정육이 100g당 600원 계란의 경우 반판 1,600원 정도입니다. 덕분에 국내에서보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여유로운 상황입니다.

 

lumiere imajuku

 

대신 공과금이 상당한데요. 일단 저는 데스크톱을 사용하고 매달 공모전과 설계 마감으로 렌더 프로그램을 수시로 돌리며 여름 극한의 더위로 비용을 감수하고 에어컨을 사용한 결과 전기요금만 10만원이 나오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제 기숙사 방의 크기는 약 4평 정도이고 개인실마다 제대로 된 실외기가 존재하는 냉방 시스템입니다. 제가 국내에서 자취할 때 이 시기 약35,000원 정도 내니 거의 2배에서 3배 정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물의 경우 일본답게 작은 욕조가 존재하여 가끔 물을 받아 목욕을 즐길 경우 매달 15,000원 정도 나왔습니다. 다행이도 기숙사 비용은 국립대학인 점과 저와 같이 특이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6개월만 살 수 있는 제한이 존재하는 만큼 2만엔 정도로 상당히 저렴합니다. 만약 외부에서 구해야 했으면 시골임에도 약 3,4 만엔은 지불해야 하고 학교 근처는 괜찮지만 외부의 경우 보증인을 구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교외활동

실질적으로 건축 설계 수업을 들을 경우 수업 시간의 절반 이상이 채워지기 때문에 추가로 수업을 한 가지만 들어도 유학생 수업 시간 조건은 채울 수 있습니다. 저는 한국으로 컨버트 가능한 수업이 많이 없고 또한 한자를 사용해야 하는 필기 시험이 있는 경우 좋은 점수를 받을 자신이 없었기에 레포트로 점수를 매기는 수업과 설계 수업 2가지만 들었습니다. 이럴 경우 거의 일주일의 이틀에 몰아서 수업을 듣는 형태가 되어 상당히 시간이 남습니다. 이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서 저는 국내에서 화상으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미리 준비하였습니다.

 

 

일단은 여름에 마감하고 모형을 만들 필요가 없는 국제 공모전 1가지와 미국 교수 아래에서 화상으로 국가 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추가로 포트폴리오 정리하는 등의 활동을 준비하였습니다. 현재 적고 있는 렉 크리에이터즈도 비슷한 맥락으로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시간 이상 수업에 참여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수업은 최소한으로 잡고 진로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경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다만 너무 다양하게 일을 벌인 탓에 국내에서 학교에 다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방학 기간에 어떤 활동을 할지 원래는 학기 중에 찾아볼 생각이었습니다만 전혀 여유가 없던 탓에 미리 준비하지 못하였습니다. 학기가 끝나고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내용은 건축학과 대화방에 올라온 단기 알바 정도였습니다. 단기 알바를 갔다 온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노동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받는가?라는 질문에 명쾌하게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스킬이 갖춰진 경력 있는 신입을 원하는 국내와 달리 신입을 처음부터 가르쳐나간다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있기 때문에 업계에 처음 진입하는 학생들의 경우 무급으로 인턴을 하거나 모형 제작과 같은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다수 존재합니다. 개념으로써는 인턴이라는 영단어의 의미보다는 견학 또는 경험에 가까운 것으로 인식하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건축 사무소에서 알바를 해 본 경험과 최근 일본에서 모형 알바를 한 경험을 비교해보자면 국내에서는 어디까지나 한 사람의 성인으로 지불하는 돈에 걸맞은 활동을 하기를 원했다면 일본에서는 어디까지나 학생이기에 도움을 받음과 동시에 학생들에게 경험을 제공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두 방법 모두 장단점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금전적인 교환이 이루어지는 활동에서는 확실하게 공과 사가 구분되어 있는 방식이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의료 서비스

적고 싶다고 적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글 초안을 작성할 때만 해도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었습다만… 콘서트를 다녀온 이후로 급격히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을 방문한 결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병원 이용에 대한 내용을 적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료 보험증

 

병원 이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의료 보험증을 꼭 가져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의료 보험료를 충실히 내면 전산으로 당연히 의료 보험이 적용되는 국내와 다르게 일본은 의료 보험증을 지참하지 않으면 아무리 보험료를 냈어도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즉, 처음 의료 보험을 신청해서 의료 보험증을 받기 전까지는 의료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의료비 또한 국가에서 정한 수가가 아닌 병원이 정한 의료비를 적용받아 더욱 비쌀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처했을 경우 자신이 가입한 여행자보험에 질병 해외 의료비 항목이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활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요즘은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같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는 마이넘버카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마이넘버카드는 보험증 대신 사용할 수 있으며 국내와 같이 온라인으로 증명서를 신청하거나 여러 본인확인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신청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전산화를 위해 생긴 마이넘버카드를 신청하기 위해서 서면으로 도장까지 찍어 우편으로 신청해서 한 달을 기다려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병원에 가기에 앞서 정기휴진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적으로 구글 지도에 적힌 내용을 확인해도 괜찮지만 코로나 이후 변동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그 병원의 사이트에 방문해서 휴일을 확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진료 시간도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고 점심시간도 길기 때문에 평이 좋은 동네 병원은 대기시간이 기본 30분은 예상하셔야 합니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예약을 잡고 가는 것이 기본이고 첫 진료라면 병원이 시작하는 시간을 확인하고 이에 맞춰 방문하지 않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

 

마이넘버카드

 

제가 방문한 병원은 구글에서 불친절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실제 방문해서 진료를 받았을 때 우리나라 의사들과 같은 친절함은 없었지만 제 증상에 맞춰 하나하나씩 신경 써서 확인하고 처방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검사와 소음성 난청 완화를 위해 처방받은 약이 문제가 없는지 채혈까지 한 최종 의료비는 약 2,500엔에 약은 6종류 4일 분량 약 950엔 정도였습니다. 의료 보험 본인 부담 비율이 우리나라와 같은 30%인 점을 고려하면 수가 자체가 조금 더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보험증이나 마이넘버카드를 꼭 지참해야 한다는 점과 다른 일본의 시스템과 같이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고 가능하다면 예약하면 좋다는 점 이외에는 국내의 의료 서비스와 질적인 면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다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교환학생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는 의미도 있지만 장기간 유학을 생각하고 있을 때 치안과 함께 중요한 판단 요소이기 때문에 이렇게 기록을 남길 수 있는 점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방학일정

군대를 다녀오고 코로나 기간 동안 휴학도 하면서 아직 학부생을 졸업하지 못한 상태로 25살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다니지 못한 기간을 허투루 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슬슬 졸업이 늦어지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때문에 학기와 학기 사이 시간을 또 한 번의 스텝업의 기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정을 짜고 있습니다.

 

Unsplash의Lindsay Henwood

 

처음에는 이쪽에서의 인턴을 하는 것을 계획했었는데 8월인 지금 9월 한 달간의 인턴을 구할 수 있을지 불안하기에 추가적인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일단은 앞서 들은 마치즈쿠리 수업에서 마지막으로 낸 레포트를 기반으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입니다. 국내 건축학과의 경우 졸업 요건으로 논문이 아닌 졸업작품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의 경우 졸업작품이 선택 사항이고 4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논문을 준비합니다. 학기 중에 지속적인 지도를 받으면서 작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주제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에 방학 동안 전체적인 흐름을 구성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그리고 역시 방학에는 공모전을 한 가지 더 준비할 생각입니다. 명확한 결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역시 마감이 존재하고 해야 할 것이 있을 때가 목표 없이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농후하게 배우는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인턴은 아니지만 학기 중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를 지원한 상태입니다. 지원한 회사는 정림, 간삼과 같은 대형 건축 사무소의 규슈 지부입니다. 현재 복잡한 서류 절차를 거쳐 첫 주 출근을 하고 적고 있습니다. 다음 글은 이 건축 사무소에서의 경험과 함께 반년에 걸친 교환학생 시리즈를 정리하는 글이 될 예정입니다.

 

일본 교환학생 시리즈

1편 Prologue

2편 Basic Knowledge

3편 Preperation

4편 First Contact

5편 Mid Critique 1

6편 Mid Critique 2

7편 Daily Life

8편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