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교환학생 이야기 6편 : Mid Critique 2

건축 설계 수업(개인적 관점)

5편은 어디까지나 당사자인 저의 감정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사실을 담고자 하였다면 6편은 제가 경험하면서 직접적으로 느낀 감정, 생각들을 꾸밈없이 풀어보고자 합니다. 주관적인 의견을 추가하게 될 경우 일기에 가까워질 수 있기에 시리즈 전체에 걸쳐서는 이러한 방향성을 지양하고자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조금 더 생생한 경험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일단 일본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해보고 싶었던 건축은 크게 정리하면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일본 건축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매우 디테일한 부분까지 설계를 진행해 보는 것 그리고 둘째, 이전 학기 극한으로 현실적인 건축을 목표한 만큼 이번에는 자기 자신에게 걸은 제약을 조금 풀고 자유롭게 생각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Unsplash의 Simone Hutsch

 

4학기인 점에 방학이 포함되어 실질적으로 약 2개월 안에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어야 했습니다. 부지는 명확하게 정해져 있었지만, 건물의 용도가 커뮤니티 센터였기에 명확한 기능이 정해진 프로젝트는 아니었습니다. 각 주차에 대지분석, 프로그램 등 대략적인 목표가 정해져 있으며 마감을 앞둔 3주, 5주 전에는 건축학과 3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중간발표를 합니다. 최종 발표는 3학년을 담당하는 건축학과 교수뿐만 아니라 강의를 진행한 도시, 환경 교수도 함께 참여하여 크리틱을 진행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접근한 부분은 커뮤니티 센터 그 자체에 대한 이해였습니다. 일본의 경우 마을마다 주민센터와는 별개로 커뮤니티 센터 또는 공민관이 존재합니다. 커뮤니티 센터의 역할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지역에 존재하는 단체를 지원하고 주민들 주도로 여러 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일본어로 찾아보는 것도 효과적이기지만 시민을 대상으로 열려있는 공공공간이기 때문에 일단은 찾아가서 약속을 잡고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는 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적극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결국 언어라는 장벽을 어느 정도 극복하여야지 가능한 활동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https://matsuyoshi-k.co.jp

 

이렇게 단기간에 한 작품을 마무리해 보는 것도 처음이었기에 새로운 것을 어느 정도 시도하면서도 일의 진행은 국내에서 익숙해진 방법을 기본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전략을 짜고 국내에서는 해보기 힘든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을 선택하였습니다.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으로는 디테일 도면과 대지분석뿐만 아니라 환경분석까지 진행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인 평면, 단면, 입면과 같은 도면들과 대지, 매싱 과정 다이어그램, 환경 분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마감하는 것을 목표할 경우 3주 전에는 형태를 결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2달 안에 이 모든 것을 해낸다는 것은 거의 강행군에 가까웠지만 최종 발표에 대한 욕심이 존재하였기에 쉬지 않고 달렸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Environment Analysis 1

 

최종 발표에서는 국내에서라면 당연히 준비되어야 하는 도면들과 다이어그램이 모두 갖춰지지 않은 패널이 다수 존재하였습니다. 패널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형태를 시도해 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데 집중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일주일 전까지 기본적인 컨셉이 변화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였으며 디테일 도면에 환경 분석, 구조 상세도까지 진행한 인원은 제가 유일하였습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일본 학생들과는 다른 접근법이 차별점이 되어 담당하는 교수의 눈에 띄었고 최종 발표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최종 발표자로 선발된 인원들의 공통점으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모형의 퀄리티가 기본 이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저 또한 중후반부터 눈에 띄는 학생들이 모형이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을 확인하고 마감 직전 밤을 새워가며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모형을 아예 제출하지 않는 공모전을 나가거나 외관은 렌더링으로 표현하고 개념 모형을 중심적으로 만들었었기에 주변 모형까지 정밀하게 만든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국내와의 모형 제작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부분이 레이저, 3D프린터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만든다는 점이었습니다. 18학번 화석의 입장에서는 손으로 만드는 것이 주류였기에 국내보다 저에게는 익숙한 분위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폼보드를 사용하여 무채색으로 형태가 강조되는 모형을 선호하기 때문에 습관대로 만들었습니다만 다른 인원들은 외부 조경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정말 변태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서 약간 공포를 느꼈습니다.

 

패널에서 차이가 난다고 느껴진 점은 최근 기술을 사용함에도 아날로그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렌더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인원이 적으며 패널을 꾸미는 포토*과 같은 툴을 사용할 때도 툴의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최대한 손으로 그린 것과 같은 터치를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한 명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인원이 존재하였는데 해당 인원이 루미*을 사용하여 동영상을 만들어 패널 앞에 전시한 것에 모두가 놀라는 모습은 조금 귀엽게 느껴졌습니다.

 

Unsplash의 Daniel McCullough

 

최종 발표자의 발표는 마지막 패널 전시일 발표 직전에 결정되었기에 미리 준비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또한 발표를 한다고 해도 일본어를 읽는 것은 힘들어 대본을 아예 준비할 수 없었기에 발표 난이도는 극악이었습니다. 이전에 워크숍에서 일본어로 발표해 본 적은 있지만 학생만 약 60명에 건축, 도시, 환경 교수 모두 합해 6명의 교수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었습니다. 초반 긴장했지만, 차근차근 상세한 구조 설계 등 상세한 내용까지 빠짐없이 전달하여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발표였습니다. 발표가 끝난 다음에는 그 자리에서 음료수와 과자를 책상 위에 두고 뒷풀이를 진행하였습니다. 크리틱에서는 듣지 못한 내용, 크리틱에서 지적받은 점 등에 대하여 교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자리였기에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최종적인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솔직히 기본적인 스킬, 더 나은 작품을 하고자 하는 의욕은 국내가 더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설계의 관점만이 아닌 다양한 관점을 배울 수 있는 다양성, 이를 가르치기 위한 수업의 구성 등이 상대적으로 뛰어나고 학부생일 동안에는 조금 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 주목받는 기술들을 활용하기보다는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아날로그적인 면을 강조하는데 이 점은 각자 장단점이 있는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시 건축 설계 수업과 결론

2학기에는 도시, 환경, 구조 등 앞으로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설계를 목표로 하는 학생의 경우 도시 건축 설계 수업을 듣습니다. 저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컨버트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설계 수업과 수업 시간이 비슷한 도시 건축 설계를 들었습니다. 부지가 상당히 넓고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팀 작업으로 진행되어 앞서 적은 건축 설계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 글을 적고 있는 시점은 도시 건축 설계 수업이 끝난 시점으로 결론만을 말씀드리자면 2학기는 아쉬운 결과가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결과를 맞이하게 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 경험 또한 기록하고 전달하는 것에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짧게 설명하겠습니다.

 

Unsplash의Chetan Hireholi

 

일단 팀을 구성하는 데 있어 국내와 달리 1, 2학년부터 함께 올라온 인원들이 대부분이기에 스킬과 친분이 있는 인원들끼리 모이고 이 속에서 좋은 구성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군대를 다녀와 복학하였을 때도 마찬가지로 남는 인원들끼리 팀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비슷한 경험이었습니다. 팀 구성만을 최종적인 결과의 원인으로 꼽을 수는 없지만 언어의 장벽이 약해도 이미 형성된 사회가 가로막는 한계점을 느꼈습니다.

 

추가적으로는 1학기에는 감정을 배제하고 모든 선에 논리와 이유를 요구하는 스타일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준 교수가 존재하였다면 도시 설계에서는 이러한 스타일을 차갑다, 인간적인 따뜻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전체적으로 그러한 분위기가 존재함을 1학기에서 파악하였지만, 그 방향을 따라가기보다는 제 스타일을 밀고 나가는 것 또한 인정받았다는 생각에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폐인이었습니다.

 

Unsplash의 NEOM

 

휴학과 군대 그리고 교환학생까지 졸업이 점점 미뤄지는 상황에서 건축을 해나가면서 몇 번의 고비가 찾아왔었습니다. 그때마다 내가 익숙하고 내가 잘하는 것을 밀고 나갈 것인가 또는 추가로 변화할 것인가를 요구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매번 변화하는 것을 선택하였습니다. 건축을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 아직은 나를 하나로 결정할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익숙한 것이 잘하는 것이 편하고 이를 더 갈고닦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이지만 졸업하고 달려 나갈 때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내용은 능숙함이 아니라 다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화를 기점으로 교환학생을 준비하는 과정, 학교생활의 첫인상 그리고 설계 수업을 마무리하며 경험한 내용까지 해서 한차례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결과도 부정적인 결과도 존재하였습니다만 그 속에서 얻은 것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경험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행이 이러한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에 그친다면 유학은 실제로 이러한 사람들과 부딪히며 생활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국내에서만 머물러서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이기도 합니다. 다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렵지만 자신을 단기간에 압축된 새로움을 경험하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며

이번 글은 일본 유학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최대한 담고자 하였습니다. 올해 안에는 최종적인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교환학생 경험은 해외와 대학원 진학의 기준이 될 예정입니다. 교환학생 기간을 1년으로 연장하여 아직 기간이 많이 남았지만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최근 들어 많이 듭니다. 국내에서 대학원을 많이 가지 않는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경력으로써 제대로 인정해 주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망설였지만, 해외에서는 확실히 대학원 경력을 인정해 주고 교수 아래에서 보좌한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더 학문적으로 파고든다고 느껴져 학업을 이어가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일본 교환 학생 시리즈는 한차례 마무리되지만, 일상생활 이야기라든지 방학 때 인턴을 도전하는 내용, 모형 아르바이트 등이 이어질 예정이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일본 교환학생 시리즈

1편 Prologue

2편 Basic Knowledge

3편 Preperation

4편 First Contact

5편 Mid Critique 1

6편 Mid Critique 2

7편 Daily Life

8편 Final Critique

9편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