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건축가로 살아남기 with 김민준
INTRO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자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해외의 수많은 건축사사무소에서도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의 아뜰리에가 아닌 외국 아뜰리에는 어떠할까요. 이번에는 일본 아뜰리에서 근무 중인 한국인 건축가 김민준님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작년까지 한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현재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고토 케이카쿠 세케이 1급 건축사사무소(ごとう計画・設計)'(이하 고토 설계)에서 건축 설계 주임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민준입니다. 이곳 일본의 건축사사무소의 업무 외에도 현재 LECTUS의 커뮤니티 및 컨텐츠 담당과 함께 국내외에서 건축 및 디자인 프리랜서 활동 및 건축 그림 작가 활동도 함께 이어오고 있습니다.

Q. 현재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A. 후쿠오카와 미야자키를 중심으로 주택이나 아파트같은 주거시설부터 병원, 호텔, 학교, 은행과 같은 사회 시설이나 공장 및 행정 시설과 같은 시설까지 다양한 용도의 건축물들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각 프로젝트에 대한 기본 및 실시 설계에 참여하거나 시공 현장의 감리 업무, 지역의 오래된 건물의 조사 및 개수 보수에 대한 설계 및 감리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설계 업무 외에도 3D 렌더링을 통한 시각화 작업을 수행하거나, 다양한 AI 기술을 건축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미야자키 쪽에서 집 내부 실내에 농구장을 넣어달라는 특이한 조건을 요구하시는 클라이언트를 만나게 되어 2층 규모의 실내 농구장이 있는 주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사례도 거의 없고 특이한 조건이다 보니 어렵지만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일본과 해외 교류에서의 통역 관련 업무를 하거나 일본 내 건축관련 행사의 진행 등의 업무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Q. 학부생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A. 스스로 어떤 학생이었는지 판단하기엔 어려움이 있어, 졸업 전시 당시 교수님이 하셨던 말을 빌려 이야기 하자면 “졸업작품만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처럼 5학년 당시 졸업 작품전을 하면서도 학교 내외로 다양한 활동과 작업들을 이어오던 학생이었습니다.
부산지역 학생 건축 단체인 ‘부산경남학생건축연합 GAON’과 ‘부산학생건축페스티벌 BSAF’를 친구들과 함께 창설하여 오랫동안 대외 활동을 이어오기도 했으며, 부산 여기저기에 벽화를 남기는 활동을 하기도 했고, 3학년 때부터는 건축 및 디자인 프리랜서 활동을 시작하여 건축과 실내건축 혹은 제품 디자인 관련하여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었습니다. 특히 건축 공모전에 많이 나가기도 했었는데, 심할 때에는 일주일에 공모전 3개를 마감하기도 했었고, 졸업전시 시작 6일 전에 서울까지 공모 발표를 하러 다녀오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졸업전시 당시에 교수님으로부터 “졸업설계만 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Q. 해외로 취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나요?
A.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좋아했습니다. 한국 외 바다 건너 다른 세계는 어떤 곳일지 궁금했고, 기회가 있다면 해외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첫 해외 여행을 일본 도쿄로 떠나며 한국과 비슷한 환경이면서도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는 일본의 건축의 모습을 보며 일본 건축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슷비슷한 아파트들로 가득찬 한국의 거리와 달리 일본은 왜 각기 다른 모습의 집들이 가득할까’, ‘한국도 전통적으로 목조 건축인데 왜 일본은 현대에도 목조 건축을 흔히 사용하고 있을까’, ‘일본은 어떻게 ‘일본스러운’ 모습을 가지게 되었을까‘, ’한국도 ‘한국스러움’을 찾을 수 있을까‘, ’일본에서 그것의 힌트를 찾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하나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매년 부산지역의 대학 건축학과 학생들과 일본 큐슈 지역의 대학 건축학과 학생들이 모여 진행하는 ‘JIA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워크숍 기간 동안 일본 건축가와 일본 학생들이 시간이 걸림에도 본인들의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하고 이를 패널과 모형에 연출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작업 과정을 옆에서 보며 일본에서 건축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이후부터 일본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한국과 다른 곳에서 건축가로 활동을 하고자 하는 만큼 나만의 색을 찾고 이를 만들고자 앞서 이야기 한것처럼 대외활동이나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Q. 국내외 건축사사무소의 차이점은 어떤게 있나요?
A. 우선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여러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Auto CAD와 같은 계열의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하였다면, 일본에서는 ‘JWW CAD’와 같은 일본에서만 사용하는 캐드 프로그램을 사용하거나, ‘Vector Works’와 같은 BIM 계열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JWW CAD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개발되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지만, 상당히 오래된 소프트웨어다 보니 최근에는 Vector Works를 사용하고자 하는 사무실이 많은 듯 합니다.
렌더링의 경우 한국에 비해 크게 중요성이나 의미를 가지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Lumion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무료 렌더링 소프트웨어인 Twinmotion을 활용하는 곳도 많습니다. 렌더링 보다는 모형을 훨씬 중요하게 여겨서 매번 모형을 만들어 협의를 할 때 지참하기도 합니다.

Q. 일본으로 취업은 어떤 과정으로 준비하셨나요?
A. 제가 총괄하였던 한 전시회에서 우연히 뵙게 된 일본 건축사님으로부터 인턴쉽 제안을 받아 작년부터 인턴쉽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도쿄와 후쿠오카 등지에서 근 1년간 인턴쉽을 하며, 업무에 대한 적응과 숙련도를 높이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인턴쉽을 하던 작년 겨울 쯤, 지금의 설계 사무소 소장님으로부터 최종 제안을 받아 현재의 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1년보다 단기적으로 인턴을 하는 방안도 있지 않았을까요?”라는 말을 듣기도 하였는데, 일본의 경우, 정사원의 입사가 매년 4월에 이루어지다 보니, 중간에 발생하는 공백이 아쉬워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턴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었고, 일본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직장이 인턴쉽 막바지에 결정되다 보니 이후에는 급히 비자랑 일본의 집을 구하기 위해 정말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자 심사 시기 하필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 심사 기간과 겹쳐서 꽤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바람에 매일매일 가슴 떨리는 하루였기도 했지만요. 인턴쉽을 구하는 것, 취업 준비를 하는 것, 취업이 확정되고 비자를 준비하는 것 모두 유학원이나 행정 대리와 같은 도움 없이 혼자 인터넷을 검색하고 준비하다보니 어려움도 정말 많았지만 그때의 경험과 기억이 지금의 본인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은 꼭 필요하다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A. 아무래도 가장 필요한 것은 ‘일본어’라는 언어 능력이라고 생각 합니다. 일본 내 여러 사무소에서 인턴쉽을 하고, 소장님들을 만나뵈었을 때 다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이 있었는데, “다 좋지만, 그래서 일본어를 할 수 있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툴을 잘 다루고 표현이 좋다고 하여도, 전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필요로 하는 곳이 건축사사무소이기 때문에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잘 이해하고 이를 수행하며, 본인의 생각과 진행하는 작업을 잘 보고하고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학생 때와 달리 제한적인 시간 속에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일본어”라는 언어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 합니다. 이는 제가 있는 일본 뿐만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다른 곳도 같다고 생각 합니다.
또한 일본에는 ‘야루키(やる気)’, 직역하자면 ‘하고자 하는 열정’이라는 표현이 있는데, ‘해외로 나가서 살아남자’,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다’ 라는 하고자 하는 에너지와 이를 연소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없이 갓 태어난 아이처럼 툭 던져지게 되는 타지에서 목적과 에너지를 잃게 된다면 아무것도 붙잡을 수 없는 컴컴한 우주에서 유영하게 되는 것처럼 되어ㅍ버릴 수 있기 때문 입니다. 물론 이러한 ‘やる気’를 너무 써버리면 반대로 지쳐버릴 수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지만요.

Q. 일본의 건축 문화나 업무 방식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이 있을까요?
A. 지속적인 사전조사와 스터디 과정이 꽤나 상세하고 깊게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과정들을 디지털 자료만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직접 가서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들을 객관적인 분석과 주관적인 판단을 통해 건축으로까지 이끌고 가는 방식이 상당히 인상깊고 배울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라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설계의 과정에서 ‘건축적인 이유’를 찾고, 클라이언트에게 이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건축법규나 건축 마감 및 재료 등에 대한 것들을 책자를 통해 하나하나 찾고 스터디하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이는 마치 번역기를 통해 단어를 찾는 것보다 사전을 통해 하나하나 찾아가며 발견한 단어가 더 오래 기억되고 숨은 뜻까지 알게 되는 것과 같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과정을 따라 저도 매일 한 장씩 건축 디테일 자료집의 내용들을 손으로 따라 그리며 공부 해보고 있습니다.

Q. 해외에서 일하며 느낀 본인만의 건축적 성장이나 변화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A. 평소 목조 건축에 흥미가 많았던지라, 목조 건축에 대한 설계나 디테일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목조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특성이나 각기 다른 부재를 결합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부분에 대한 지식들을 공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최근에는 개인적인 작업이나 공모전 등에서 적용해보며 복습 해보고 있습니다.
일본 건축가들의 생각하는 방식과 건축에 대한 스터디 방식을 보면서 저 스스로도 손으로 만져보고, 그려보고, 적어보는 등 생각하는 것들을 직설적으로 나타내고 기록하면서 프로세스들을 보다 구체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깊게 바라보는 법과 디테일하게 생각하는 과정을 옅지만, 밟아 볼 수 있게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Q. 타지에서 일하면서 생활하는데에 어려움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한국과 다른 업무 환경이라던지 문화에 대해서 적응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아날로그의 나라라고 하는 것에 걸맞게 업무의 많은 부분에서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도면을 하나하나 종이로 출력하여 컨펌을 받고, 수정 사항이나 지시 사항을 붉은 펜으로 도면 위에 필기체로 적어줄 때가 많은데, 무엇이라 적은지 한참을 머리 쥐어 뜯으며 살펴본 적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외국인’이라는 부분도 어려움이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비자와 같은 부분이라던지 앞서 말한 것처럼 모든 것들을 새롭게 준비하고 마련하여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이 준비되기 전까지는 여러모로 불편함이 따르는 것도 많은 것 같습니다. ‘잘해도 외국인, 못해도 외국인’라는 것 또한 저뿐만이 아니라 타지에 계신 분들의 공통적인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적어도 현지에서 저는 ‘한국인’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나 언행에 신경 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가족들이라던지, 친구들과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어려움이라고 생각됩니다. 쉽게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던 사람들과 멀어지게 되고 심심할 때나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없다는 것이 해외에서의 가장 큰 어려움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 진다는 것도 또다른 고충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앞으로의 방향이 있으신가요?
A. 우선 목재를 활용하여 크고 작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습니다. 파빌리온이나 작은 포장마차 같은 도시 오브젝트에서 도서관이나 전시관 같은 규모가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혹은 평소 사용하지 않는 재료를 활용하여 건축에 적용해보는 프로젝트도 진행해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최근에 바다 위에 떠 있는 부표를 활용하여 지붕을 만들어 본다던지 폐선박으로 호텔을 만들어보는 컨셉 설계를 해보기도 했는데 보통의 재료나 요소에서 찾을 수 없는 물성과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어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한국과 가까운 곳에 있는만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양국의 교두보가 되는 프로젝트나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건축사와 한국 건축사를 모두 취득하여 한국과 일본 양쪽에 사무소를 설립하여 활동하고 싶다는 목표도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해외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저 또한 아직 해외로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입장이지만, 해외로 나온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됩니다. 그만큼 어려움도 많고 힘든 것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눈을 뜰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가능성과 기회가 있는 곳이 해외라고 생각 합니다. 제가 있는 일본은 하나의 선택지일 뿐이지, 정답이자 종착지가 아닐 것입니다. 저도 지금은 일본에 있지만, 미래에는 또 막상 다른 곳에서 건축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해외에서 건축을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서는 그 ‘첫 해외’에 대해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계시겠지만, 너무 깊게 오랫동안 고민하는 것 보다는 가능한 기회가 있을 때 혹은 더 시간이 있을 때 해외에 나와서 마주해보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 어려움이 부딪혀 흔히 ‘실패’라는 것을 맛보게 되더라도 또 다른 선택과 도전을 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일본을 포함한 해외에서의 꿈을 꾸는 모든 분들을 응원 합니다. 감사합니다.
OUTRO
일본에서 건축가로 일하고 있는 김민준님의 해외취업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건축가로서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꾸준한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일본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언어와 문화의 벽을 넘어 건축적 사고를 확장하고, 자신만의 색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줍니다. 나무 한 조각에서도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려는 그의 시선은 앞으로의 건축 여정이 더욱 기대되게 합니다.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스스로를 단련하고자 한 그의 선택처럼, 우리도 도전의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시도를 시작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