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리켄의 월든 힐스 2단지

INTRO

윌든 힐스 2단지 전경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2024년 3월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발표가 있었습니다. 올해 프리츠커상의 영예를 안게 된 건축가는 일본의 건축가인 야마모토 리켄입니다. 프리츠커 상과 함께 그가 설계한 17개의 건축물이 선정되었는데, 그 중 한국에 지어진 리켄의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바로 판교 운중동에 위치한 판교 하우징, 산운마을 월든힐스 2단지입니다.

 

INFORMATION

윌든 힐스 2단지 전경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산운로 37

  • 용도: 집합주거

  • 설계: 건원종합건축사사무소 + Riken Yamamoto & Field Shop

  • 구조: 철골조, 철근콘크리트조/SRC

 

야마모토 리켄 Yamamoto Riken

Hyatt Foundation; Yamamoto Riken

 

저에게 공간을 이해하는 것은 공동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야마모토 리켄은 1945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난 일본 국적의 건축가입니다. 1973년에 자신의 사무소인 Yamamoto & Field Shop Co.Ltd를 설립하였습니다. 야마모토 리켄의 건축 철학은 공동체와 공간의 관계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탐구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 그리고 그 둘의 경계에 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공간을 사용하는 모든 이가 커뮤니티를 이루는 구성원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런 생각들을 건축적으로 풀어냅니다. 그의 대표적인 건축적 언어인 ‘투명성’은 이러한 철학에서 비롯된 언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간적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투명함이라는 물질적 특성으로 인해 서로 간의 비언어적 소통이 가능하고 자연스러운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건축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그의 건축물로는 이번 아티클에서 소개해드릴 판교 하우징과, 강남 세곡동 집합주택이 있습니다.

 

윌든 힐스 2단지 전경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판교 윌든 힐스 1,2,3단지는 LH의 국제 설계 현상 공모를 통해 3명의 해외 건축가들이 각각 1,2,3단지를 맡아 설계하였습니다. 1단지는 핀란드의 건축가 페카 헬린이, 2단지는 일본의 건축가 야마모토 리켄이, 3단지는 미국의 건축가 마크 맥이 각각 설계를 맡아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건축물은 야마모토 리켄이 설계한 윌든 힐스 2단지입니다.

 

Layout

윌든 힐스 2단지 배치도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판교 하우징의 배치도입니다. 판교 하우징은 아파트의 개념보다는 각각의 주거시설이 타운하우스와 비슷한 집합 주거의 개념에 가깝습니다. 전체적으로 경사지에 위치해 있으며 9~13세대의 주거 유닛이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여서 하나의 구역(동)을 형성합니다. 클러스터를 구성하는 주거 유닛들은 3~4층의 층수를 가지며 주거 유닛은 11가지의 유형으로 각각 다른 층수, 다른 평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클러스터는 이러한 11개의 주거 유닛을 서로 다르게 배치하여 개별적인 형태를 띄게 됩니다. 201동부터 209동까지 총 9개의 클러스터, 100세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윌든 힐스 2단지 배치도

 

Design Concept

윌든 힐스 2단지 공유 데크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판교 하우징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이전까지의 집합 주거에서 볼 수 없었던 개방성과 공유성을 통한 커뮤니티의 활성화입니다. 모든 주거 유닛의 2층은 내부가 훤히 보이는 유리창으로 사방이 둘러 쌓여 있는 현관 홀 공간이 존재합니다. 주 현관이 위치한 2층을 통해 각 클러스터의 공유 데크로 갈 수 있으며 사적 공간이 아닌 공적 공간의 성격이 강해지게 됩니다. 실제로 이러한 주거의 개방성 때문에 분양 초기에는 많은 세대가 미분양이 되어버렸던 적도 있었습니다.

 

윌든 힐스 2단지 주거유닛과 공유마당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리켄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활공간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것을 불편해할 수 있지 않냐는 질문에 “원래 한국의 전통 가옥도 외부에 개방된 부분과 사생활을 지키는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주택이 모두 사라지고 모두 ‘밀실’ 같은 주택이 되었습니다. 고령화 시대, 1인 가구 시대에 그런 밀실 같은 주택은 더는 바람직 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였습니다. 특히 ‘지역 사회권’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개인이 최소한의 전용공간과 최대한의 공용공간을 갖는 공동체를 말하며 주거 공간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였습니다.

 

윌든 힐스 2단지 주거유닛과 공유마당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실제로 답사를 진행하며 보았던 판교 하우징에선 활발하고 적극적인 주민 공동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방된 2층 공간을 공방, 미술학원, 카페, 갤러리, 자신의 소장품 전시실 등으로 활용한 세대도 있었고, 블라인드나 커튼을 활용해 개방감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 또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평면

윌든 힐스 2단지 주거유닛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판교 하우징은 11개의 각기 다른 층수와 평형을 가진 주거 유닛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선 11개의 유닛 중 가장 많은 세대를 가진 3층 규모의 53평형 세대 평면도를 중심으로 평면계획을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윌든 힐스 2단지 53평형 세대 평면도

 

먼저 53평형의 세대의 평면도입니다. 총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적 공간의 성격이 강한 2층 현관 홀을 기준으로 1층과 3층이 실제 주민이 사용하는 사적 공간으로 구분됩니다. 1층은 2층의 G.L 기준으로 아래에 위치하여 있지만 중정을 통해 풍부한 채광을 확보할 수 있으며 중정의 윗부분은 공유 데크로부터의 시선을 차단할 수 있도록 불투명 난간으로 둘러져 있습니다. 가장 큰 면적을 확보한 층으로써 거실과 주방 그리고 안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3층은 침실 2개와 발코니로 구성되어 있으며, 3층 발코니 외부 창에는 개폐가 가능한 루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윌든 힐스 2단지 도로변 주거유닛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주거 유닛의 추가적인 설명을 드리자면, 4층의 규모를 가진 세대는 내부에 소형 엘리베이터가 존재하며, 층고가 높은 3층을 가진 주거 유닛도 존재합니다. 또한, 경사진 대지와 전부 남향으로 배치된 단지의 특성으로 땅에 묻혀있는 1층에서도 풍부한 채광과 전망이 보장될 수 있습니다.

 

윌든 힐스 2단지 주거유닛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OUTRO

윌든 힐스 2단지 주거유닛 / 신승한 @seunghan_archiphoto

 

아파트 공화국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수많은 집합 주거 형태가 존재합니다. 판교 하우징은 올해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야마모토 리켄의 설계작 이라는 의미도 크겠지만 그가 추구하는 다음 세대의 주거는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존재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판교 하우징은 분명 이전까지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집합주거의 형태이고 주거에서 사적공간, 공적공간 그리고 공유공간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가지고 주민들의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라고 생각합니다. 집합 주거 건축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야마모토 리켄의 판교 하우징 답사를 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