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향해 쏘는 활, 시호재&시차

INTRO

‘시간을 향해 쏘는 활’이란 뜻을 담은 시호재(時弧齋). 이곳은 경상북도 칠곡군에 위치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겸비하였습니다. 미술 애호가인 건축주는 자신이 머물 집과 개인 소장품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하면서, 자녀들이 찾아왔을 때 함께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부탁했습니다.

 

 

시호재는 전체 공간을 아우르는 이름이며, 시간을 얹은활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시차는 거장의 예술품과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있으며, 시간이 다르게 감각되는 공간의 의미를 지닙니다. 대지 위에 안뜰을 중심으로 둘러싸인 ‘시호재’는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시시각각 다양한 장면을 연출합니다. 푸른 수목과 상반되게 검게 물든 시호재 & 시차는 주변 환경을 더 돋보이게 하는 동시에 건물의 특별함을 더합니다. 이번 아티클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시호재 & 시차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건축가 유이화

 

시호재와 시차를 설계한 회사는 ITM 유이화 건축사 사무소입니다. 대표인 유이화 건축사는 아버지 유동룡(이타미 준) 건축가의 영향으로 건축 적에서나 철학적으로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주변 환경의 컨텍스트를 이해하고 연결하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유동룡 건축가의 건축 스타일이 자연스레 유이화 건축가에게서도 드러납니다. 투박해 보이지만, 과하지 않고, 단순해 보이지만 절제된 유이화 건축가의 건축적 관점과 특징은 시호재&시차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화살의 형상을 닮은 공간

시호재와 시차의 중앙에서 양옆으로 쭉 뻗어나가는 듯한 형상이 인상적인데, 두 개의 지붕의 곡선이 양 끝에서 이어지고 내부에 안쪽 정원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마치 오래전부터 존재한 자연인 듯 무성하고 자연스러운 정원은 생태주의 정원을 선보이는 ‘더가든’ 김봉찬 조경가의 작품입니다. 시호재는 화살의 형상을 닮은 공간에서 영감을 얻었다. 빠르게 흐르는 일상에서 잠시나마 여유와 운치를 즐기길 바라는 주인장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 곡선의 두 가지 매스 사이로 조경으로 채워진 가운데 공간이 사람의 신체 부위인 눈을 형상화 한 듯해 보였습니다. 시간을 향해 쏘는 활이란 시호재의 의미에서 유추해 보니 시호재란 공간에 머무르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눈이란 매개체를 통해 표현 한 듯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보호의 기능에서 건물 일부로서 확장되는 담장의 역할

방문자들은 차에서 내려 작은 정원 사이로 보이는 긴 담을 끼고 들어가게 되는데, 건물 안쪽으로 진입하자마자 외부에서 보이던 담이 건물의 일 부로 전환되는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반전을 보여주는 담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꾀하고 오롯이 ‘시호재’ 안에서 쉼에 몰입하게 하는 건축적 장치입니다. 두 팔을 벌려 맞이하듯, 양쪽으로 호를 그리며 배치된 두 건물 사이로 진입하는 동선은 넉넉한 자연의 품으로 들어가는 듯한 편안함과 동시에 건축주의 환대를 담고 있다.

 

 

자연과 대비되는 검은 색의 시호재&시차

시호재&시차가 특별한 이유는 셀 수 없이 많지만,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검은 색깔의 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푸른 하늘과 녹색의 조경과 대비되는 시호재&시차는 건물이 돋보인다는 걸 의도하기보단 주변 경관을 더욱 부각하며 건물이 자연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준다고 느꼈습니다. 그렇다고 건물의 존재감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물론 날씨와 계절에 따라 그껴지는 분위기는 다르겠지만, 어떤 날이든 자연이 묻히진 않을 것이며, 건물의 존재감이 사라지진 않아 보입니다.

 

 

게스트 하우스와 카페 및 갤러리 기능을 하는 복합 문화 공간

두 가지의 메스는 각각 게스트하우스(시호재)와 카페 및 갤러리(시차)의 역할을 합니다. 미술 애호가인 건축주가 자신이 머물 집과 개인 소장품을 전시할 공간을 마련하면서, 자녀들이 찾아왔을 때 함께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의 의도에 부합하면서 게스트하우스는 2시간 정도를 대관하여 사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시차는 입구 쪽 카운터 에서 음료 및 다과를 주문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시차의 테라스 쪽에서 바라본 중앙에 놓인 조경은 시시때때로 변하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인상적인 공간입니다. 시차 건물의 2층은 예약제로 운영되는 다도 공간입니다.

 

 

시호재&시차의 공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정원

앞에서 얘기했듯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가 내부에 안쪽 정원을 설계하였습니다. 시호재&시차의 단순한 매스와 상반되게, 복잡하면서 다양한 수목을 가진 안뜰 정원은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식물과 인간 모두가 공간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습니다. 비록 안뜰 조경을 들어가서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외부인이 닿지 않아 수목을 방해받지 않고 볼 수 있었으며, 공간의 경계가 명확하여 수목만 이루어진 공간을 존중할 수 있었습니다.

 

 

OUTRO

시호재&시차는 단순히 갤러리나 카페로서 기능을 하는 공간이 아닌, 자연과 조화를 추구하며, 어우러질 방법을 연구한 끝에 설계된 복합 문화 공간입니다. 또한 바쁜 삶 속에서 잠시나마 시간을 내어 머무르는 게스트하우스는 주변 환경과 건물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고 주변 자연을 고스란히 느끼는 값진 경험을 하게 해줍니다. 유이화 건축가와 그의 아버지의 건축적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라 대구 경북 건축을 답사하는 데 있어서 가보시길 강력히 추천하며 이번 아티클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