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무대에서 건축을 배우다: BIG 인턴십 이야기 with 조용원

INTRO

이번 아티클에서는 한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BIG(Bjarke Ingels Group)에서 인턴으로 활약 중인 조용원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해외 인턴십을 통해 느낀 차별화된 경험과 배움까지, 조용원 님만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이 인터뷰에서 소개되는 모든 내용은 개인적인 의견이며 BIG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님을 밝힙니다.

 

BIG 입사 첫 주, Valby의 사옥에서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작년 5학년 1학기 졸업작품을 마무리하고, 9월부터 인턴쉽을 시작하여, 지금은 BIG에서 주니어 아키텍트로 일하고 있는 조용원이라고 합니다.

 

Nordhavn에 위치한 BIG 신사옥에서

 

Q BIG에서 인턴십을 하시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이 기회를 어떻게 얻게 되신건지 궁금합니다.

 

A. 학부 2학년 때, 건축가에 대한 꿈에 확신이 없던 시절, 같이 일하던 형들과 함께 보게 된 영상이 있었어요. ‘TOWAROWA22’라고 BIG에서 폴란드 바르샤바에 마스터플랜을 제안했던 프로젝트를 BJARKE가 직접 내레이션과 함께 소개하는 영상이었어요. 이 영상을 보고 나서, ‘아, 내가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이 이거다’ 하는 확신을 얻었고, 그때부터 BIG에서 퍼블리싱 한 모든 프로젝트를 찾아보게 되었어요. 흔히들 말하는 ‘덕질’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렇게 언젠가 나도 BIG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4년 동안 열심히 학교를 다녔습니다. 좋아하고 매일 보는 게 BIG이다 보니, 자연스레 다이어그램이나 스토리텔링이 BIG을 따라가게 되었고, 5학년 1학기 때 졸업작품을 준비하면서 BIG에 지원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인턴십에 합격하게 되어, 현재 1년 2개월째 일하고 있습니다.

 

BIG HQ (조용원님 제공)

 

Q BIG과 같은 유명한 해외 건축사무소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특히 포트폴리오나 자기소개서에서 강조해야 할 점이 있나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인 거 같아요. 지원하는 시점에 해당 사무소에 인턴을 뽑는지,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는지에 따라 선호하는 인재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된 포트폴리오와 CV를 최대한 빨리 갖추고 계속해서 지원하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어느 시점에 내가 해당 사무소에 필요한 인재가 되는 순간이 올지 예측할 수 없으니, 언제든 필요하면 부를 수 있게 준비를 해두고 어필을 하는 거죠. 그리고 모델링과 렌더링은 일단 잘하는 게 강점은 되는 거 같아요. 보통 인턴들에게 도면 작업을 시키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모형 제작, 모델링, 렌더링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물론 본인이 도면 표현을 잘한다면, 당연히 강점이 되겠죠! 해외 사무소에서 일하려면, 기본적으로 라이노, 엔스케이프, 어도비 제품들을 잘 다루는 것이 필요한 거 같아요.

 

Q 면접 과정이나 채용 절차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BIG에서 면접을 보았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보다 저를 피면접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건축가의 높이에 두고 바라봐 주었던 것이었어요. 아직 학생 작품 밖에 없는 제 포트폴리오의 프로젝트를 보면서 건축가의 시선으로 같이 공감하기도 하고, 오히려 배웠다고까지 말해주는 것이 너무나 크게 와닿았어요. 한국에서의 수직적인 배움, 업무환경과는 다르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옥 이전 기념 Housewarming party 에서

 

Q BIG에서 인턴십을 하시면서 느낀 회사의 문화나 작업 방식은 어떤가요? 한국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 있나요?

 

A. 첫 번째로는 저를 동등한 높이에서 바라봐 주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맡은 부분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할 수 있고, 실제로 그 의견을 반영해서 디자인을 하기도 했어요. “네가 얼마든지 자유롭게 의견을 제안할 수 있고, 부족하면 같이 보충해서 발표해 보고, 괜찮으면 바로 제안도 해보자” 조금 의역을 하긴 했지만, 함께 일하는 Associate가 이것과 거의 비슷하게 말해줬어요. 그리고 Partner들도 그냥 자리 구분 없이 옆 책상에 앉아있고 하는데, 화장실 가다가 저한테 잠깐 들려서 이런저런 얘기 하고 의견 물어보고 하는 게 좀 많이 충격적이었어요. 한국으로 치자면, 소장님들이 갑자기 일하는데 인턴 옆에 와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느낌이랄까요?

 

두 번째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이에요. 특히 덴마크 문화가 일과 삶을 확실하게 구별해서 그런 것 같은데, 9 – 6 동안에는 무조건 회사에 있어야 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여기선 본인이 일을 빨리 끝내고, 따로 해야 할 일이 없으면 일찍 퇴근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업무시간에는 최대한 집중을 해야겠죠. 제가 맡은 일만 차질 없이 잘 마무리하면 중간에 산책을 가던, 다른 동료들과 티타임을 갖던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세 번째는 훨씬 거리감 없는 관계를 느꼈어요. 한국에서 일할 땐 보통 성+직책 붙여서, ‘최 과장님’과 같이 부르곤 하는데 여긴 Bjarke도 그냥 “Bjarke~” 하고 부르니까 오히려 더 가깝게 느껴지는 거 같아요. 경어체가 있는 한국과 큰 차이이긴 하겠지만, 문화 자체도 나이랑 상관없이 모두가 친구인 느낌이 크게 들었어요. 회사에서 파티를 할 때면, 40세가 넘은 건축가분들과 이제 막 20대 초반인 인턴들이 한 공간에서 같이 테크노에 몸을 맡기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전혀 어색함이 없어요. 이게 아마 한국과 외국에서의 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작년 Christmas Gathering 때, 사옥에서

 

Q 실제로 인턴십을 진행하면서 얻은 가장 큰 배움은 무엇인가요?

 

A. 한국에서도 인턴쉽을 4개월 정도 했었는데, 사실 인턴쉽 자체에서 배울 수 있는 건 비슷한 거 같아요. 어떤 회사에서 하던지 학생 신분으로서는 배울 게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어떤 프로젝트에서 누구와 일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BIG에 들어오고 초반에는 도면작업을 조금 오래했는데, 그 때 함께 일했던 건축가 분이 도면 경험이 많으셔서 짧은 기간에 정말 많이 배웠어요. BIG에서 특별히 배웠던 건, BIG이 되게 간결하게 설명되는 BUILD-UP 형태의 건축을 많이 하는데, 간단하고 단순해 보이는 형태라도 그것을 실제로 지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스터디와 의견조율들이 있는 건지 알게 되었어요.

 

덴마크 휘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 코펜하겐의 여유로움이 일상 속 한 모습

 

Q 인턴십을 통해 본인의 진로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A. 해외에서 일을 해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경험해 보고 싶다’ 정도였다면, 지금은 정말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어요. 단순히 좋아하는 건축가의 건물을 답사해 보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 건축가와 일하면서 어떠한 생각 끝에 저런 건물이 나오는지 그 순간을 함께 하는 것이 정말 즐겁고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국에서 살 때는 보통 하루가 일로 채워지고, 일이 끝난 이후에는 내일의 일을 위한 휴식으로 마무리된다고 생각했는데, 덴마크 와서 1년 살아보니 ‘일하는 나’, ‘살아가는 나’가 나누어져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살아가는 나’가 어디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다양한 도시와 국가들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현재로서는 해외에서의 생활을 더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대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실무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학교에서의 경험이 인턴십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A. 조금 재미있었던 건, 한국 학생들이 모형을 정말 빠르게 잘 만든다는 것이었어요. 효율적으로 계획해서 레이저 커팅, 3D PRINT부터 조립까지 모든 게 깔끔하게 진행되는 것에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놀라는 게 조금 재미있었어요. 저는 학교에서도 보통 정도였던 것 같은데, 한국에서 매 학기마다 마감을 하고 모형을 만들면서, 최대한 빠르게, 계획적으로,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이러한 피드백으로 다가오는 게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모델링과 렌더링 작업을 좋아해서 학교 다니면서도 조금 디테일하게 하려고 노력했었는데, 그런 부분이 실무에서 좀 크게 작용했던 거 같아요. 사실 모델링과 렌더링은 수 년의 건축적인 경험보다는 건축을 잘 몰라도 많이 해보면 느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학교 다니면서 해왔던 연습들이 실무에서 유용하게 쓰였던 거 같네요.

 

몇 일 전, BIG로고와 모형들 앞에서

 

Q 해외 건축사무소에서 인턴십을 경험해보고 싶은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신가요?

 

A. 개인적으로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학교 졸업하기 전에 경험해 보셨으면 해요. 한국이라는 익숙한 틀 안에서 비슷한 경험들로 가득한 삶에서 모든 게 생소하고, 새롭기까지 한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건축언어들을 배우는 것이 저에겐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 여전히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거워요. 그리고 경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내가 붙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그냥 지원해 보세요.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과정도 이미 너무 값진 시간들이고, 지원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오랫동안 고민하고 마지막에 지원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준비되는 대로 계속 지원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하고 경쟁력 있다고 느꼈어요. 효율적으로 일 처리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시키는 일은 무조건 해내려고 하는 것이 굉장한 강점인 거 같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갖게 되면 아마 해외로 나온다는 생각 자체가 도전으로 느껴질 거 같아요. 학생일 때, 조금이라도 어릴 때 해외에서 살아보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세상과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값진 경험인 거 같아요. 여러분 모두 다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하고, 잘해왔을 거니까 망설이지 말고 지원하세요 🙂

 

BIG에서 만나요!

 

OUTRO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사무소 BIG에서 인턴십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는 조용원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의 학업과 준비 과정을 바탕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꿈을 실현해 나가는 조용원님의 인터뷰가 해외 건축사무소 취업, 진로, 그리고 유학을 고민하는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도 조용원님이 어떤 길을 만들어 나갈지 기대하며, 그의 도전이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