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수상 건축가가 이야기하는 도시건축’ _요앞건축, 일상의 건축으로 공공을 짓다.

INTRO

건축을 한다는 건, 단순히 건물을 세우는 일일까?

요앞건축은 그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합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보다 그 형태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태도에 더 큰 가치를 두고 활동하는 요앞건축은 재료의 질감, 빛의 변화, 작업의 속도,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 사이의 대화까지. 이 모든 것이 건축을 지속시키는 힘이라고 믿습니다.

요앞건축의 작업에는 화려한 장식도, 거창한 선언도 없습니다. 대신 매일의 일상 속에서 쌓여가는 감각과 균형이 있습니다. 그들은 건축이 도시와 사람 사이를 잇는 하나의 언어가 되길 바라며, ‘지속 가능한 즐거움’이라는 말로 그 태도를 설명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요앞건축이 말하는 건축의 태도, 그리고 앞으로의 건축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만의 건축을 이어갈 수 있을지를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그럼, 요앞건축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볼까요?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요앞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요앞 건축 류인근 소장입니다. 공간건축에서 9년 정도 일한 후 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쭉 실무를 이어오며 올해로 약 21년째 건축을 하고 있습니다.

 

 

Q. 세 분이서 함께 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회사가 어려워지던 시점에 ‘우리가 직접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거창한 이야기가 없죠? ㅎㅎ. 그때부터 동료들과 외주 도면 작업, 그래픽, 특강 등을 병행하며 기반을 쌓았습니다. 초창기에는 ‘디자인 밴드 요앞’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어요. 건축만이 아니라 그래픽, 전시 등 디자인 전반을 다루면서 건축의 경계를 확장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이후 방배동 ‘하얀집’ 프로젝트를 계기로 본격적인 설계사무소의 형태를 갖추게 됐고, 현재의 요앞 건축이 만들어졌습니다.

 

 

Q. 홈페이지에 지금까지 사옥들의 기록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현재 자리잡은 소요재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까지 변화된 사옥의 스토리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A. 원래 이곳은 사진 갤러리로 사용되던 공간이었어요. 운영자분이 HR회사를 하시면서 사진작가이기도 해서, 사무공간과 전시공간, 커뮤니티 공간이 공존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며 개조를 진행했습니다. 출입구를 하나로 통제하지 않고 여러 문을 그대로 두었는데, 그건 도시와의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관리가 어렵긴 하지만, 대신 바람과 사람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열린 구조가 되죠. 이곳은 우리 일상의 행위 자체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Q. 한 인터뷰에서 ‘건축에는 정답이 없고 선택만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요앞 건축이 중요하게 여기는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저희는 감정이 아닌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당장 재미있는 선택보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지를 봅니다. 그래서 일정한 시간을 두고 다시 검토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여전히 괜찮다고 느껴지면 그게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시간을 통과한 판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프로젝트마다 있는 모티브(컨셉) 드로잉이 인상깊습니다. ‘지속 가능한 즐거움’이라는 요앞 건축의 철학과도 연결되어 보이는데요, 이런 드로잉의 영감은 어디서 얻으시는지, 또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방향이나, 건축의 구체화를 어떻게 해가시는지 궁금합니다.

 

A. 저희가 이야기하는 ‘지속 가능한 즐거움’은 바로 그런 드로잉에서 비롯돼요. 그때그때 흥미로운 아이디어보다는 다음 프로젝트에도 이어질 수 있는 감각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에 아이디어를 나눌 때는 레퍼런스나 텍스트로만 이야기를 나누고, 손은 늦게 움직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다시 바라보는 과정을 거칩니다. 드로잉은 단순한 아이디어 스케치가 아니라, 건축의 방향을 결정하는 언어이자 태도를 드러내는 작업이에요.

 

 

Q. 요앞건축의 프로젝트는 화려한 색감을 잘 활용하면서, 아치와 같은 조형/기하학적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색채나 형태를 선택할 때 어떤 원칙 혹은 감각을 따르시나요?

 

A. 한국 건축계에서는 아직도 색이나 형태를 ‘표피적’이라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표피’ 자체가 건축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노란색을 자주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건축의 태도를 드러내는 시각적 언어죠. 사람들에게 “왜 저렇게 했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앞 건축 서울광장 스케이트장 프로젝트

 

Q.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 프로젝트가 특별히 인상 깊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A. 지금의 사옥 ‘소요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설계한 공간이 아니라, 직접 운영하고 매일 머무는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공간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전시나 프로그램을 열기도 하면서 일상이 자연스럽게 일로 이어지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요앞건축의 일과 삶이 겹쳐진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낯선산수’로 제5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에서 비엔날레 상도 수상하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 작업이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으며, ‘도시 속 건축의 역할’을 어떻게 제시하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도시에서 사람들은 건물의 내부보다 ‘겉모습’을 통해 그 장소를 기억합니다. 그래서 ‘외피’를 도시의 언어로 삼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산업 폐기물이나 플라스틱처럼 흔한 재료를 조합해 도시의 표정을 새롭게 제안하고자 했죠. 건축이 내부를 짓는 일만이 아니라, 도시의 표정을 만드는 일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Q. Genie (항동지구 다가구주택) 프로젝트의 설명글 중, 건축의 가치 중 하나는 스스로의 완결성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보았습니다. 흔히 건축이 도시의 맥락 안에서 어우러지는 것, 그것을 아름다움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고 생각되어 이 부분에서 더 깊은 생각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도시의 맥락을 만들어 나가는데에 있어 ‘건축의 온전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건축의 완결성은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맥락 속에서 어우러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비례와 조형만으로도 서 있을 수 있는 건축이 되어야 합니다. 모형일 때도, 실물일 때도 흔들리지 않는 형태. 그게 우리가 말하는 ‘온전한 아름다움’이에요.

 

 

Q.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방향을 잡아나갈 때, 어떤 방식으로 사고하고 공부해나가면 좋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먼저 클래식한 건축을 깊이 공부하세요. 바우하우스, 르코르뷔지에, 단게 겐조의 도면을 직접 그려보는 경험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왜 좋은가’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비판보다 칭찬이 훨씬 어렵거든요. 또,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보다는 자신의 전작과 경쟁하세요. 건축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입니다. 꾸준함과 자기 검증이 결국 가장 멀리 갑니다.

 

 

Q. 요앞건축이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새로운 실험이나 도시적 주제가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앞으로의 방향성)

 

A. 공공 프로젝트에서도 ‘아름다움’을 포기하지 않는 게 목표입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미감이야말로 공공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플라스틱이나 폐자재 같은 재료를 새로운 미적 언어로 순환시키는 실험도 이어갈 예정입니다.

 

 

Q.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이것만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하는 것이 있다면?

 

A. 예쁜 게 먼저입니다. 물론 겉모습만의 예쁨이 아니라, 구조와 디테일, 시간이 만들어내는 예쁨이에요. 예쁘기까지의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그걸 추구하는 태도 자체가 건축가를 성장시킵니다. 긍정적인 마음, 질투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끝까지 기록하는 습관. 그 세 가지는 어떤 시대의 건축가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앞 건축 서울신중앙시장 프로젝트

 

OUTRO

요앞건축의 이야기는 ‘건축을 오래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게 만듭니다.

그들이 말하는 ‘지속 가능한 즐거움’은 화려한 실험이나 즉흥적인 창작이 아니라, 시간을 통과해도 여전히 설 수 있는 건축, 그리고 그 과정을 사랑하는 태도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감정이 아니라 시간으로 선택한다”는 류인근 소장님의 말처럼, 요앞건축은 지금도 천천히, 그러나 단단히 자신들만의 속도로 건축을 이어가고 있고. 그들이 쌓아가는 시간은 곧 또 하나의 건축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건축이란 결국, 사라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통해 사람과 시간을 잇는 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요앞 건축의 시선이 건축을 공부하는 누군가에게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선택의 기준’을 세우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