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형태로 빚다 : 3D프린팅 사업 이야기

INTRO

3D프린터가 필라멘트를 쌓아 올리는 과정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형태로 옮기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상상이 실제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설계, 제작, 검증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D프린팅은 이 과정을 훨씬 단순하고 빠르게 변화시킨다. 화면 속 디지털 데이터가 출력기를 거쳐 입체가 되고, 수정이 필요하면 설계 파일을 손보는 것만으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다. 덕분에 건축 모형, 제품 프로토 타입, 맞춤형 소품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며, ‘실험적 도구’를 넘어 ‘실질적인 제작 수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번에 만난 정의성님은 학창 시절 작은 설계실에서 시작해 지금은 외부 의뢰까지 진행하는 3D프린팅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사업가이다. 단순한 과제 보조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팀을 구성하고 사업 모델을 구축해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사례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3D프린팅이 어떻게 하나의 사업이 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도전과 가능성을 발견했는지 함께 들어보고자 한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메이커랩의 현재 로고 / 변경 이전 로고

 

A. 안녕하세요, 저는 졸업예정자인 건축학과 18학번 정의성입니다. 현재 3D프린팅 제작 스튜디오 ‘메이커랩(MakerLab)’을 운영하고 있으며, 아이디어를 실제 형태로 구현하는 다양한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메이커랩은 3D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학과의 졸업작품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시제품, 로봇 부품, 전시용 오브젝트 등을 제작하는 팀으로, 현재 저를 포함해 3명의 팀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표로서 프로젝트 수주와 기획, 클라이언트 커뮤니케이션, 제작 공정 관리 등을 총괄하고 있으며, 직접 출력과 후가공에도 참여합니다. 건축 전공자로서의 공간 감각과 형태 이해를 살려 단순 모형제작에 그치지 않고 ‘설계 의도와 디자인 감성’을 함께 담는 결과물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팀원들은 각각 장비 관리, 모델링, 후가공, 조립 등을 맡아 효율적인 제작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이커랩은 단순한 출력 대행이 아닌,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창의적 제작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기술적 정밀함과 빠른 작업 속도, 그리고 디자인 감각을 결합해 사용자의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합니다. 저희에게 3D프린팅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상상과 실현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생각을 실체로 구체화하는 실험의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3D프린팅을 사업까지 확장하게 되셨나요?

 

3D프린터를 사용한 졸업작품 모형

 

A. 처음에는 제 건축 모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개인적인 시도였어요. 손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한계가 많고, 특히 곡면이나 복잡한 구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3D프린터를 처음 사용할 땐 오히려 비효율적이었지만, 장비를 직접 고치고 다루는 과정을 거치며 점차 노하우가 쌓였습니다. 다양한 형태를 만들면서 표현의 폭이 넓어졌고, 그 작업물을 본 동기들이 하나둘 제작을 부탁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생겼습니다.

 

그때 ‘이건 단순한 개인 기술이 아니라 서비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친구들의 모형을 도와주던 것이 점점 체계화되고, 외부에서도 문의가 들어오기 시작했죠. 그렇게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팀을 꾸리면서 지금의 ‘메이커랩’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은 단순한 출력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 교수, 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스케치나 이미지로만 구상했던 아이디어를 입체적 결과물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이런 과정 속에서 저 자신도 단순한 제작자를 넘어, 창작의 가능성을 현실로 확장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Q. 학생 신분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첫 장비나 공간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A. 첫 프린터는 중고 거래로 구입한 FDM 장비였습니다. 가격은 저렴했지만, 안정성이 떨어져 자주 막히거나 부품이 고장 나기도 했죠. 하지만 덕분에 직접 수리하면서 장비의 원리와 구조를 익히고, 저만의 작업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처음엔 학교 작업실 책상 한쪽에서 시작했어요. 소음과 냄새 때문에 눈치를 많이 봤지만, 동기들과 타협하여 주어진 환경 안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이후 교내 창업보육센터를 알게 되면서 저렴한 임대료로 독립된 작업 공간을 확보하게 됐고, 점차 장비를 늘려가 현재는 약 30~40대의 프린터를 운영 중입니다. 지금은 두 명의 후배가 함께 하며 모형의 전 제작과정을 보조하고 출력과 후가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 있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Q. 교내(학교+창업보육센터) 공간을 활용한 사업 운영은 어떤 장점과 한계를 가지고 있나요?

 

창업보육센터에 설치된 3D프린터들

 

A. 가장 큰 장점은 ‘가까움’이었어요. 교내에만 있다면 언제든 출력 테스트를 돌리고, 바로 수정할 수 있었거든요. 같은 공간에 있는 동기, 후배들과 모델링 과정에서도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빠른 작업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분명했습니다. 소음과 냄새, 긴 작업 시간 때문에 학교 내에서는 제약이 많았죠. 시간이 지나면서 환기장치와 방음장치를 설치했지만 완전한 해결은 어려웠고, 결국 새로운 장소를 찾아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창업 보육센터를 알게 되어 공간을 옮기면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현재 학교에서는 모델링, 출력, 후가공과 조립 중심으로, 창업보육센터에서는 출력과 도색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원화된 구조 덕분에 효율성이 높아졌고, 학생이라는 한계를 넘어서 보다 실무적인 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Q. 학업과 사업을 병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A. 가장 힘들었던 건 시간과 체력의 한계였습니다. 수업, 과제, 의뢰 일정이 겹치면 하루가 너무 짧게 느껴졌죠. 졸업 시즌에는 거의 며칠씩 잠을 못 잔 적도 있습니다. 일이 많아질수록 체력과 집중력의 한계를 느꼈고, 그때부터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팀 구조를 재정비했어요.

저는 클라이언트 소통과 설계 조정을 맡고, 팀원들이 장비 운영과 후가공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나눴습니다. 그 결과 작업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일정 관리도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사업을 통해 시간, 사람, 프로세스를 관리하는 법을 배웠고, 건축 설계에서 중요한 ‘조율과 협업’의 감각을 실무적으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학업과 사업은 서로를 성장시키는 두 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실제로 학생들이나 교수님들, 혹은 외부 의뢰인들이 가장 많이 의뢰하는 작업은 어떤 건가요?

 

과제용 건축 모형(좌), 외부 의뢰 모형(우)을 제작한 모습

 

A. 아무래도 학교에서는 건축학과 학생들의 모형 제작 의뢰가 많아요. 스터디 모델이나 과제 마감 전시용 모형, 계단, 디지털 건축모형 등 다양한 목적의 요청이 들어옵니다. 교수님들은 1학년 과제나 전시용 오브젝트를 출력하기도 하시죠. 덕분에 건축적 사고를 가진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외부 의뢰는 조금 다릅니다. 졸업 모형, 제품 디자이너, 스타트업, 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찾아와요. 조명, 소품, 가구 부속, 브랜드 오브젝트, 로봇부속 같은 의뢰가 많고, 특히 시제품 제작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메이커랩은 출력뿐 아니라 재료 선택, 구조 제안, 조립 방식까지 함께 설계하는 경우도 많아요. 이 과정에서 저희가 가장 신경 쓰는 건 ‘속도와 품질 그리고 목적’이에요. 의뢰인의 아이디어가 실제로 구현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가능한 한 실험적인 시도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그런 대화 속에서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을 발견할 때가 많아요.

 

Q. 지금까지 진행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3D프린터로 제작된 선박 모형/직원들과 모형을 조립하는 과정

 

A.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기업 선박 모형 제작이었습니다. 처음 의뢰받았을 때는 단순히 선박 형태를 3D프린팅으로 구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고 세밀한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대형 모형이라 여러 파트를 분할해 출력하고, 각각의 부품을 FDM, SLA방식을 종합하여 출력, 접합, 샌딩, 후가공, 도색하는 전 과정을 진행해야 했어요. 이 모든 과정을 처음으로 직접 시도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기술적인 어려움과 동시에 새로운 배움의 연속이었습니다. 작업 초반에는 예상치 못한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SLA 장비의 세팅부터, 출력 후 세척 및 경화, 표면 샌딩과 접합, 도색 마감까지 어느 하나 익숙하지 않았죠. 하지만 과정마다 문제를 해결하면서 장비의 원리와 재료 특성을 몸으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도색 과정에서는 색감과 질감 표현을 위해 여러 번의 테스트를 반복했고, 후가공, 접합 단계에서는 팀원들과 함께 효율적인 작업 순서를 찾아가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Q. 다른 제작 방식(Ex. 레이저커팅, CNC등)과 비교했을 때, 3D프린팅만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프린트된 기계 부품들을 도색한 모습

 

A. 3D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디지털 모델이 즉시 물리적 형태로 전환된다는 점입니다.

데이터만 수정하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곡면이나 유기적인 구조처럼 기존 방식으로는 어려운 형태도 손쉽게 구현됩니다. 또한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손으로 제작하는 방식은 한번의 실수가 큰 손실로 이어지지만, 3D프린팅은 빠른 수정과 재출력이 가능하죠. 이 반복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라고, 실험적인 시도도 자유로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3D프린팅을 단순한 제작 장비가 아닌, 디자인을 탐구하고 아이디어를 검증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Q. 의성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듣고 싶습니다!

 

 

A. 앞으로는 메이커랩을 단순 출력 서비스에서 벗어나 ‘시제품 개발, 오브제나 조명제작’ 등 으로 확장하고 싶습니다. 나만의 브랜딩을 통해 작품을 판매하기도 하면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손쉽게 시제품을 제작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예요.

 

또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3D프린팅 워크숍을 열어 직접 장비를 다루고 제작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제작의 즐거움을 공유하고, 더 많은 학생이 창의적인 제작 문화에 참여하길 바랍니다. 장기적으로는 디자이너,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메이커랩이 단순한 출력소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세상과 연결하는 창작 허브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창업이나 3D프린팅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A. 처음부터 완벽한 시스템이나 큰 자본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저 역시 중고 프린터 한 대로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와 꾸준히 배우는 자세입니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직접 만들어보는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 됩니다. 3D프린팅의 매력은 즉시 시도하고 개선할 수 있다는 점이니까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이 곧 성장의 기록이 될 것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꾸준히 시도하고 배우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길이 만들어져 있을 겁니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다보면 나중에는 큰 꿈 앞에 한 발 더 다가서 있을거라고 믿습니다.

 

OUTRO

 

창작의 과정을 기술로 연결한다는 것은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상상력과 실행력이 만나는 지점이며, 한 사람이 만든 실험이 하나의 문화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작은 출력기 한 대에서 출발한 정의성님의 시도는 이제 누군가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번 인터뷰는 3D프린팅을 통해 제작문화가 어떻게 변화하고, 새로운 창업의 가능성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3D프린팅의 진화를 이끌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정의성님의 도전을 앞으로도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