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담은 미술관, 퐁피두센터 한화

INTRO

좋은 미술관은 작품을 담는 건물이 아니다. 도시와 예술을 연결하는 하나의 장치다. 여의도의 새로운 문화공간,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은 이 생각에서 출발한다. 63빌딩이라는 서울의 상징적 건축 안에 또 하나의 건축을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구조를 과감히 비워 새로운 경험을 채워 넣었다.

이 미술관의 이름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단어는 ‘빛(Box of Light)’이다. 낮에는 자연광을 받아들이고, 밤에는 스스로 도시를 비춘다. 건축은 더 이상 작품을 감싸는 껍질이 아니라 시간과 계절, 그리고 도시의 풍경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이는 매개체가 된다. 이곳에서 전시는 벽에 걸린 작품이 아니라, 빛으로 시작된다.

 

 

퐁피두센터에 대하여

퐁피두센터 한화는 스페인 말라가, 중국 상하이에 이어 세계적 퐁피두 네트워크를 잇는 새로운 거점이다. 서울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으며, 여의도는 금융과 비즈니스가 집중된 도시의 중심이다. 퐁피두센터는 이러한 도시적 에너지 위에 예술이 스며들어 있다.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이 아닌, 도시와 예술이 서로 연결되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핵심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절제된 외관, 비워낸 존재감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은 새로운 건축물을 세우기보다 기존 건축을 다시 해석하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63빌딩의 일부 구조를 비워내고 그 안에 미술관을 삽입했다. 일반적인 리모델링이 기존 구조를 유지한 채 내부를 바꾸는 작업이라면, 이곳은 구조를 덜어내 공간의 가능성을 새롭게 만든 사례에 가깝다. 건축에서 ‘비움’은 단순히 공간을 남기는 행위가 아니다. 빛이 들어오고, 시선이 이어지며, 사람의 움직임이 형성되는 여백을 만드는 과정이다. 퐁피두센터 한화 서울은 무엇을 더했는지보다 무엇을 비웠는지가 더욱 중요한 건축이다.

 

 

수직의 도시 위에 놓인 수평의 빛

63빌딩은 서울을 대표하는 수직적 랜드마크다.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는 이러한 수직성을 그대로 반복하지 않았다. 대신 미술관을 감싸는 수평적 ‘빛의 띠’를 계획했다. 기존 구조에 새로운 매스를 더하는 것이 아닌, 일부 공간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퐁피두 센터는 수직으로 솟아오른 건물에 수평의 흐름을 더한다. 63빌딩의 강한 수직성과 대비를 이루는 이 공간은 파리의 퐁피두 센터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건물의 외관, 가장 먼저 보이는 반투명 이중 유리 외피는 한국 전통 기화의 곡선을 연상시키는 형태로, 자연광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인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닌, 빛을 담은 미술관인 것이다.

 

 

빛이 내려 앉는 중심

미술관 로비,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보이드 공간을 통해 내려오는 자연광이다. 프랑스 입체파 조각가 레몽 뒤샹-비용(Raymond Duchamp-Villon, 1876~1918)의 ‘대형 말(The Large Horse)’ 위에 떨어지는 자연광은 마치 이탈리아의 판테온 신전을 떠올리게 한다. 관람객들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느낄 수 있는 시각적 연결을 통해 층을 구분하는 대신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큰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덕분에 로비는 단순한 출입 공간이 아닌, 전시가 시작되는 전 공간의 분위기를 경험하는 첫 번째 전시장이 된다.

 

 

퐁피두센터에 담겨 있는 공간

미술관의 크게 GF, 1F, 2F의 층으로 구성된다. GF에는 출입구, 로비, 티켓오피스, 뮤지엄샵, 63빌딩의 지하 상업공간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다양한 음식점, 팝업 스토어 등은 63빌딩의 지하공간과 퐁피두 센터를 연결시키며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이동시킨다.

 

 

1F는 다양한 활동과 자연이 담겨 있다. 오디토리엄, 멀티스테이션, 스튜디오, 카페와 정원이 위치하여 자연광이 스며드는 공간에서 전시를 기대하고, 여운을 즐길 수 있다.

 

 

마지막 2F는 전시실과 사무실이 위치한다. 전시실은 크게 1전시실, 2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다. 약1,400㎡ 규모의 1전시실은 2층과 3층을 트여 만든 더블 하이트(Double-height) 공간으로 작품들을 더욱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몰입형 전시 경험을 제공한다. 총 1,650㎡ 규모의 2전시실은 복층 구조로 설계되어 설치미술, 멀티미디어, 조각 등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모든 공간은 유기적으로 이루어진다.

 

 

OUTRO

퐁피두센터 한화는 화려한 조형으로 기억되는 건축이 아니다. 대신 빛을 받아들이고, 도시를 비추며, 사람의 움직임을 이끄는 방식으로 기억된다. 기존 구조를 비워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수직의 랜드마크 위에 수평의 흐름을 더하며, 자연광을 전시의 일부로 끌어들인다. 좋은 미술관은 작품을 담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와 예술이 서로를 비추는 경험을 만드는 공간이다. 여의도의 퐁피두센터 한화는 그 경험을 ‘빛’이라는 가장 건축적인 언어로 완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