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공간, 1€로 다시 태어나다

INTRO

성수동은 더 이상 낡은 공장지대가 아니다. 감각적인 카페, 문화 공간, 플래그십 스토어가 빼곡히 들어서며 서울을 대표하는 트렌디한 거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그 화려함 이면에는 임대료 상승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빠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되묻는다. 도시 재생이란 무엇인가?

 

단순히 외관을 단장하는 것을 넘어, 오래된 도시의 숨결을 보존하고, 삶의 방식까지 새롭게 제안하는 것. 이번 아티클에서는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 사례를 통해, 민간 주도의 순수한 상생 실험이 어떻게 도시 재생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버려진 공간을 단 1유로의 가치를 지렛대 삼아,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다시 숨 쉬게 하는 것. 코끼리빌라는 오늘, 도시 재생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에게 다시 묻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

· 위치 : 서울 성동구 송정18길 1-1

· 운영시간 : 월-일 11:00~20:00 PM (매주 화 정기 휴무)

 

‘1유로 프로젝트’는 오래된 공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시작된 순수 민간 주도의 도시 상생 실험이다. 이 프로젝트는 ‘Lokaal Futures(오래된 미래 공간 연구소)’가 주도하며, 착한 건물주와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젊은 브랜드를 연결해 도시에 선순환을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송정동에 위치한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

 

프로젝트의 핵심은 간단하다. “버려진 공간을 월세 1유로(약 1500원)로 3년 동안 빌려주는 것.” 단, 아무나 입점할 수는 없다. 치열한 심사를 통해,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지속 가능한 비전을 가진 브랜드만이 공간을 채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단기적 흥행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의 도면과, 공공성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드러나는 부분

 

코끼리빌라는 이러한 1유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실험장이 되었다. 과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노후 빌라를 대대적으로 허물지 않고, 최소한의 공사를 통해 공간을 다시 살아나게 했다. 이곳에는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감각이 입혀졌고, 새로운 입주 브랜드들은 저마다 고유한 색으로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에 입점한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담은 팜플렛 책장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외형적 리노베이션을 넘어 장기적 관계 형성/브랜드 간 협력/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입주 브랜드들은 개별적 생존을 넘어, 서로 연대하고 시너지를 내며, 지역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리는 주체가 된다.

 

지하 공간을 시작으로 다양한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으며, 입점한 브랜드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마치 과거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클뤼스하위전 프로젝트’나, 칠레 이키케의 ‘킨타 몬로이 프로젝트’처럼,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이 직접 장소를 의미 있게 만들어가는 도시재생 모델을 현대적으로 변주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의 보마켓,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생활 편집숍

 

1유로 프로젝트는 단순히 저렴한 임대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다. 이것은 “좋은 도시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실질적인 과정이자, 도시 재생의 새로운 언어를 찾기 위한 작은 그러나 의미 있는 실험이다.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의 랄라그로브, 1층은 내부 통로로 샵들이 연결되어 있다.

 

코끼리빌라를 채운 다양한 브랜드와 공간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는 단순한 건물 재생을 넘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낼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지하 공간을 시작으로 여러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으며, 각 브랜드는 고유한 스토리와 감각을 통해 이곳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의 겸사겸사키친, 정직하고 바른 재료를 찾아 편안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곳

 

제로웨스트, 자전거, 스케이트보드, 스킨케어, 가죽 관련, 서점, 스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입주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색을 지닌 채 공간을 채워가고 있으며, 단순한 상업적 입점을 넘어, 지역성과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작은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 코끼리빌라’의 베러얼스, 더 나은 지구, 더 나은 우리를 위한 제로웨스트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며, 협업과 교류를 통해 공간에 유기적인 관계망을 형성하고 있다. 이를 통해 코끼리빌라는 일시적인 공간 대여가 아닌, 지역과 함께 살아 숨 쉬는 하나의 동네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다.

 

베러얼스 입구, 코끼리빌라 내부 공간이 변화해가는 과정

 

도시재생, 그리고 ‘공공성’을 향한 고민

‘1유로 프로젝트’는 단순한 상업적 성공이나 외관 리노베이션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들이 진정으로 주목한 것은 ‘공간을 통한 공동체 회복’이다. 도면과 공간 구성에서도 알 수 있듯, 코끼리빌라는 기존 건물의 구조를 존중하고,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과거의 시간과 흔적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독립서점 송정북스&청각 장애 아동을 돕는 기부 플랫폼

 

이러한 접근은 공간을 점유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곳에 의미를 부여하고, 시간을 쌓아가며 장소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과거를 지우지 않고 현재를 쌓아 올리는 것. 코끼리빌라는 이 조심스러운 도시 재생의 방식을 통해, ‘좋은 도시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 만든다’는 믿음을 현실로 옮기고 있다.

 

1유로 프로젝트의 확장: 북가좌동으로 이어진 실험

북가좌동에서 시작되는 두 번째 1유로 프로젝트 ©1유로 프로젝트

 

북가좌동의 두 번째 1유로 프로젝트는 오래된 동네 목욕탕과 상가, 그리고 사랑스러운 두 채의 마당 주택에서 시작되었다. 한때 동네 사람들로 북적이던 이 공간들은, 이제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양방향 로컬 문화 복합 플랫폼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

 

이곳에서 우리는 빠른 소비와 소외의 도시 문화가 아닌, 조금은 느리고, 평안하지만, 대안적인 영감을 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받는다. 북가좌동 1유로 프로젝트는 과거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그 위에 조심스럽게 새로운 층을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도시가 다시 사람을 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OUTRO

다시 숨 쉬는 공간, 다시 이어지는 삶 1유로 프로젝트는 작은 실험이지만,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한다. 거대한 개발과 속도의 논리 대신, 오래된 것에 새로운 시간을 더하고,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는 공간을 상상한다. 성수동 코끼리빌라에서, 그리고 북가좌동의 오래된 목욕탕과 주택에서, 우리는 도시 재생이 단지 외형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질문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버려진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고, 과거와 현재가 겹쳐지는 곳. 1유로 프로젝트는 그렇게 작은 변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작은 변화는, 언젠가 또 다른 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과 함께,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퍼져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