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겐 파운데이션(Langen Foundation)
냉전 시대의 아픈 흔적 위 떠오른 유리함선
INTRO
”랑겐 재단 전시관은 제가 가진 작품 중 제일 값진 작품입니다.“ – Marianne Langen

랑겐 파운데이션은 일본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독일 노이스(Neuss)에 위치한 전시관입니다. 이 전시관은 미술품 수집가인 칼-하인리히 뮬러(Karl-Heinrich Muller)가 노이스에 계획한 자연공원 뮤지엄 계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랑겐 부부가 그간 수집해 온 일본 예술 작품과 서양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기 위해 1994년 폐기된 NATO 군의 미사일 기지 부지 위에 계획되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9월, 마침내 냉전 시대의 흔적으로 남아있던 미사일 기지 위에 유리 함선을 닮은 전시관이 떠오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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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 Raketenstation Hombroich 1, 41472 Neuss,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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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 10:00~18: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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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요금 : 성인 10유로, 할인요금 7유로 (할인 대상 : 학생, 6세 이하 어린이, 장애우 및 노약자)
안도 다다오 (Ando Tadao)

안도 다다오는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일본 오사카 태생의 건축가입니다. 특이하게도 권투 선수 출신으로,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995년 프리츠커 상을 받았습니다. 노출 콘크리트와 빛을 이용한 건축이 안도의 트레이드마크이며,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의 건축물로는 뮤지엄 산, 본태 뮤지엄, 글라스 하우스, 유민 미술관, LG 아트센터 등이 있습니다.
링켄 파운데이션 : 건축물의 구성

전시관은 크게 세 덩어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리로 덮인 길이 76m, 폭 10.8m의 일본관(북관)과 외부 계단을 사이에 두고 있는 현대관 1(서관), 현대관 2(동관)이 북관 기준으로 45도 기울어져 배치되어 있습니다.
외부공간 : 진입 시퀀스

북동측 도로를 통해 진입로에 다가서면 안도 다다오의 향이 짙게 나는 반원형의 노출 콘크리트 벽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이 벽을 통과하는 순간부터 시야가 트이며 수공간이 나타납니다. 멀리 보이는 유리 매스는 수공간에 반사되어 그 존재감이 배가 됩니다.

유리 매스에 자연스레 이끌려 수공간을 가로질러 이동하면 어느새 주출입구 앞에 도착하게 됩니다. 안도는 건축적 산책로를 통해 전시 관람 이전에 관람객들이 그 전시와 공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정화시켜준 것입니다.

전시공간 : 일본관

전시관 메인 입구로 들어와 관람객이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노출 콘크리트 매스를 유리창으로 감싸 만들어진 더블스킨 회랑 공간으로 랑겐 재단의 상징과도 같은 대표 공간입니다. 회랑을 따라 바깥 풍경을 관람하며 걷다 보면 노출 콘크리트 벽체로 이루어진 일본관으로 들어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랑겐 파운데이션의 일본관은 약 6m의 층고를 가진 직육면체 형태의 단순한 콘크리트 박스입니다. 이곳에서는 랑겐 부부가 수집했던 여러 가지 일본 예술 작품들의 상설 전시가 진행됩니다.
전시공간 : 동관(현대관)

일본관의 전시를 관람하고 남쪽 회랑으로 나오면, 반대편 회랑과는 다르게 회랑의 복도가 지하 쪽으로 내려가는 경사로로 구성되어 동관의 건물로 자연스럽게 내려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경사로를 내려와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메인 전시 공간인 지하 전시관으로 내려가기 갈 수 있는 램프의 시작점이 있는 메자닌 공간과 외부 공간을 조망할 수 있는 큰 창, 그리고 안도의 건축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슬릿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자닌은 동관과 서관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Detail : 경사로(Lamp)

유리 난간으로 이루어진 긴 램프를 통해 동관에 지하 메인 전시실로 가게 됩니다. 램프의 동선이 매우 길기 때문에 램프를 내려가면서 벽면에 걸린 작품을 감상하며 지루하지 않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지하에 있는 현대관 전시를 마지막으로 관람하면 전시는 끝납니다.

Detail : 천창(Sky Light)

세 개의 전시실 모두 천창을 통해 자연광을 간접적으로 끌어들입니다. 전시되는 작품의 성격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인공조명은 최대한 배재하고 간접적인 자연채광만으로 전시관의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OUTRO
건축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무한합니다.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처럼 건물을 한 지역을 급속도로 성장시킬 수도 있을 것이고, 런던의 테이트 모던처럼 리노베이션을 통해 사회적으로 기피하는 시설을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화 시설로 변모시킬 수도 있습니다. 랑겐 파운데이션도 그 무한한 가능성 가운데에 있습니다. 냉전 시대의 아픈 흔적을 지우지 않고도 사람들이 찾아오는 문화 예술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며, 앞으로도 사회에 지속해서 긍정적 영향을 줄 것입니다.

저는 미술관이나 전시관 건축은 관람객이 작품을 관람하는 데에 있어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야만 하며, 내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만큼 중요한 것이 그러한 작품들을 담고 있는 건축물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랑겐 파운데이션을 직접 답사하며 전시관 설계의 기본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세 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전시관을 이동하는 중간에도 관람객들의 환기를 위하여 외부공간을 조망할 수 있게 되어있는 점. 각 전시관 모두 천창을 통해 자연광을 간접적으로 전시실로 끌어들인 점. 경사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Barrier Free 설계(무장애 설계)가 되어있는 점. 휠체어나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한 동선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일반 관람객과 같이 관람할 수 있는 구성과, 긴 램프가 지루하지 않도록 램프에서 이동하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게 한 점 등 작은 규모이지만 관람객과 작품을 위한 설계가 잘 되어있는 전시관 건축의 기본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시관이나 뮤지엄 설계의 관심이 있으시다면, 독일에 있는 랑겐 파운데이션을 한번 방문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