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노 매스도감 with 사울킴강사님
INTRO
모델링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설계자의 의도를 구체화하는 사고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특히 라이노처럼 자유도가 높은 툴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사울킴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건축과 다양한 디자인 분야를 넘나들고 있는 사울킴 강사와 함께, 라이노를 활용한 형태 생성 방식과 설계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뉴욕에 있는 파트너와 함께 사울킴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사울킴입니다. 대부분의 작업이 온라인으로 가능해진 이후로는 해외 작품을 위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건축을 기반으로 해서 다양한 제품 디자인이나 가구 분야로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는 스튜디오입니다. 한양대 에리카와 남서울대학교에서 학생들과도 만나고 있습니다.

Q. 많은 모델링 툴 중에서 라이노를 사용하고 계신데, 라이노의 장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제 기준에서 라이노는 상상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는 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전에 만드는 사람이 무엇을 만들고 싶어하는지를 먼저 알아야지 좋은 툴 같아요. 가끔 라이노에 있는 커맨드를 활용하기 위해 디자인을 만드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 것 보다는 본인만의 의도가 명확하게 있을 때 그 수단으로 사용해야 장점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직 랜더링은 발전해야 할 것 같습니다.
Q. 라이노 모델링 실력을 키우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을까요?
A. 제가 했던 방법 중 하나는 라이노를 굉장히 잘하는 친구 옆에서 모델링하는 과정을 구경하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다 물어보는 거죠. 뭔가 할 때마다 그 커맨드는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다 보니까 그 커멘드랑 조합만 잘 알고 있으면 되더라구요. 저도 학생들한테 많이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그게 제일 빠르더라구요. 그리고 지금은 AI로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는 많이 쉬워진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본인만의 워크 플로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Q. 막상 설계를 시작하기 위해 라이노를 켜더라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A. 우선 라이노를 켜면 안됩니다. 라이노는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고 난 후에 켜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라이노를 스케치를 해본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어느정도 명확한 의도가 있을 때 모델링을 시작하기를 추전합니다. 목적지가 없이 운전을 하는 느낌이라 뭘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저는 모델링의 전 단계에서 디자인적인 아이디어나 스케치, 다이어그램을 그려보고 여기에서 나온 것을 치수화시키는 작업을 모델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라이노를 끄고 노트를 열어서 스케치를 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Q. 렉터스에서 강의하고 계신 라이노 강의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형태를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Rhino 8 건축 형태 만들기의 27가지 전략>에서는 27가지의 형태를 알파벳이라고 생각하고 조합하고 새로운 뭔가를 만들기 위한 기본언어를 배울 수 있는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앞뒤로 있는 이론수업과 그것을 실제 라이노에서 표현하는 실습과정을 합쳐서 강의를 만들었습니다.

Q. 강의에서 말하고 계신 27가지의 형태는 어떻게 정해진 형태들인가요?
A. 솔직히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 기준이긴합니다. 다른 사람의 기준은 또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단어들을 건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도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방식이 사람들마다 차이가 있는 것처럼요. 이 27가지는 제가 스스로 디자인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 27가지로 정해진 것 같아요. 또 이것들을 다룰 수 있다면 웬만한 디자인은 이 안에서 분류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마냥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온 것이 아니고 사례들과 함께 담겨있어서 실제 건축물과 비교를 해서 이 형태가 어떻게 실제로 구현됐는지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Q. 대지 조건, 프로그램, 구조 시스템에 따라 ‘어울리는 매스’가 달라진다고 보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매스를 결정하는 우선순위는 맥락인가요, 구조인가요, 혹은 조형적 아이덴티티인가요?
A. 사실 건축이 정답이 있는 분야는 아니잖아요. 그래도 정답에 가까운 것이라고 한다면 컨텍스트보다는 내 의도와 얼마나 잘 맞느냐인 것 같아요. 한 사이트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건물을 설계하라고 하면 뭔가 정답이 정해져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설계를 해도 같게 나와야 할 것 같구요. 그런데 건축가는 문제만 해결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디자인도 하는 사람이잖아요. 개인의 철학이나 이론 같은 것들의 차이로 건축가가 그 컨텍스트를 분석하고 거기에서 나온 결론적인 아이디어에 가장 잘 맞는 매스를 찾는다가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선순위가 있다면 컨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매스가 저는 1순위입니다.
Q. ‘좋은 매스’의 기준은 무엇이라고 정의하십니까? 조형적 긴장감, 빛의 반응, 구조적 논리, 도시 맥락 중 무엇을 가장 우선에 두시나요?
A. 그 우선순위는 본인이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마다 그 목적에 따라 우선순위가 바뀌겠죠. 그래서 좋은 매스는 다 갖고 있지만 그 우선순위부터 위계가 정해져 있는 것이 좋은 매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의도된 매스라면 그걸 사람들도 파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건축가들이 생각하는 것과 대중이 생각하는 그 교집합에서 건축을 하기를 추구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도 그 의도가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Q. 사울킴 스튜디오도 함께 운영하고 계세요. 스튜디오에서는 주로 어떤 작업을 해오고 계신가요?
A. 처음에는 건축으로 시작해서 건축에 관심이 많았기에 건축만 하겠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건축을 하다보니 건축 이외의 분야에서도 배울 것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건축 이외에도 다양하게 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는 인도네시아에 빌라 설계, 네덜란드쪽에 전망대 설계, 스피커 디자인, 호주에서 무대 디자인을 해서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출판도 예정 중에 있습니다.

Q. 개념적 건축은 현실 구현 여부와 무관하게 건축 담론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실무 건축과 어떤 방식으로 교차하거나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보시나요?
A. 처음에는 실무와 학문은 평행하게 간섭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서로 조금씩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학문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면 실무에서도 한번 시도해보기도 하고, 실무에서도 기술의 발전이 있었다면 그 반대로 학문에서도 영향을 받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되게 좋은 사이클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이 둘 다 유지하고 싶습니다.
Q. 형태 실험이 강한 건축은 때로 ‘이미지 중심 건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강사님께서는 건축에서 이미지의 역할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A. 요즘에는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활성화되나 보니까 유명한 건물들도 그에 따라 많이 생겨난다고 느껴져요. 그 많은 건물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미지로 소비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사실상 우리는 대부분의 건물을 이미지로 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그것만의 역할이 있는거죠. 이미지이기 때문에 이미지에 유리한 드로잉도 있고 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이미지의 소비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오히려 이미지로서의 건축도 생각할 거리가 많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 디지털 설계 환경이 더욱 발전할수록, 건축가가 반드시 지켜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건축가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만의 철학으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려고 하지 않으면 정말 AI로 대체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학생들도 AI를 정말 잘 활용하되 기존에 있는 건축이 가지고 있는 철학적인 요소들도 함께 공부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라이노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A. AI를 잘 활용했으면 좋겠습니다. 소프트웨어를 배우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지만 강하다면 무엇이든 바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OUTRO
사울킴 강사는 라이노를 단순한 모델링 도구가 아닌, 설계 의도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봅니다. 형태를 만들기 이전에 명확한 개념과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며, 모델링은 이를 구체화하는 단계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건축에서 ‘좋은 매스’란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설계자의 의도와 철학에 따라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정리된 결과물이라고 말합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설계 환경 속에서도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이를 다루는 사람의 태도입니다. 라이노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자신만의 관점과 철학을 함께 구축해 나간다면, 설계와 형태 생성의 과정 역시 더욱 깊이 있는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 건축 교육 커뮤니티 플랫폼 렉터스(LECTUS)입니다. 2024년 가을의 시작점에 접어든 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