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이야기를 담아내는 FLPM 오재훈 대표님을 만나다.

INTRO

요즘 서울 성수동에서 주목받고 있는 카페 포어 플랜은 단순히 커피를 즐기는 공간을 넘어, 독특한 건축적 감성과 세심한 디테일로 많은 이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번 아티클에서는 이 특별한 공간을 만드신 FLPM의 오재훈 대표님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건축가이자 공간 디자이너인 오재훈 대표님께서 추구하는 공간 브랜딩 철학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INTERVIEW

Q. 안녕하세요. 요즘 성수동에서 핫한 카페 포어 플랜을 디자인하신 설계사무소 FLPM의 오재훈 대표님을 모셨습니다. 먼저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재훈입니다.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후 CJ E&M에서 약 4년간 근무했고, 이후 독립적으로 사업을 해보고 싶어서 인테리어 회사를 설립했어요. 처음엔 인테리어에 집중했지만, 점점 신축과 증축 프로젝트까지 확장하면서 회사의 규모를 키웠죠. 그러다 건축과 카페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포어 플랜’을 열게 됐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꿈꾸던 건축적 감성과 디테일을 담은 공간이라,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Q. CJ E&M에서 근무하셨다고 하셨는데, 건축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엔터테인먼트 계열 회사에서 근무하셨던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리고 이 경험이 건축이나 공간 디자인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CJ E&M에 입사한 이유는 부모님의 조언 때문이었어요. 부모님 두 분 다 대기업에서 경력을 쌓으신 후 독립적으로 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사실 저는 처음엔 미국에서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는데, 아버지께서 “대학원 진학도 좋지만, 회사 생활도 꼭 경험해 보라”라고 하셔서 CJ E&M에 지원했죠.

처음에는 건축과 전공자를 우대하던 무대감독 부서에 지원해 운 좋게 2000: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는데, 무대감독 업무가 대부분 하청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서 저와는 잘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후 TVN 마케팅 부서로 이동해 3년 동안 근무했어요.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며 대기업 시스템의 장단점을 배울 수 있었고, 이는 제 사업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물론 CJ E&M에서의 경험이 건축 기술이나 설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아니에요.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배운 사회적 경험들이 고객과의 소통이나 계약 체결 같은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됐죠. 다만 대기업 문화는 저에겐 너무 틀에 박힌 느낌이라, 나만의 길을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됐어요. 돌아보면 CJ에서의 경험은 사회적 스킬을 배우고 성장하는 데 중요한 과정이었어요.

 

Q. FLPM에서는 주로 공간 브랜딩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공간 브랜딩이 무엇이고, 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공간 브랜딩은 단순히 공간을 설계하는 것을 넘어, 공간에 이야기를 담고 그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건축학과에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건축주의 예산이나 선호, 그리고 다양한 제약이 있어요. 이런 한계를 느끼면서, 설계뿐 아니라 간판, 가구, 색채 계획까지 모든 요소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FLPM에서는 공간의 정체성을 통합적으로 만들어내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포어 플랜에선 테이블이나 가림막 같은 가구도 직접 디자인했어요. 이런 작업을 통해 제가 구상한 이상적인 공간을 완성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Q. 포어 플랜은 처음에 건축사무소로 운영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사용할 공간을 설계하는 과정이 기존의 작업들과 어떻게 달랐나요?

 

포어 플랜은 원래 건축사무소로 계획된 공간이었어요. 그래서 처음부터 제가 사용할 목적에 맞게 테이블 크기나 공간 배치 같은 걸 설계했죠. 그런데 운영하다 보니 방문객들이 점점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카페로 전환되었어요.

 

특히 가림막이 있는 큰 테이블은 원래 사무실 용도로 만든 거였는데, 카페 손님들이 공부하거나 업무를 볼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활용됐지만, 결과적으로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 흥미로운 사례였던 것 같아요.

 

 

Q. 포어 플랜의 섹션 모델 아이스크림과 같이 메뉴 구성도 독특한데, 메뉴 개발에도 참여하시나요?

 

네, 메뉴 개발도 제가 직접 참여해요. 어릴 때부터 음식을 만들고 조립하는 걸 좋아해서 이런 작업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갖게 되었어요. 최근엔 겨울 시즌을 맞아 ‘마블 초코’라는 메뉴를 개발 중이에요. 메뉴 하나를 완성하려면 6개월 이상 걸릴 때도 있는데, 직접 실험하고 시도하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이런 작업이 단순히 카페 메뉴를 만드는 걸 넘어 공간의 정체성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요.

 

 

Q.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경험이 대표님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주셨을 것 같습니다. 건축 외에도 카페와 상업 공간을 운영하는 경험이 대표님께 어떤 영감과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합니다.

 

카페 운영은 건축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요. 공간을 설계하고 직접 운영하면서 공간의 디테일과 사용성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죠. 이런 경험은 더 큰 건축물을 설계할 때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디테일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건축과 공간 브랜딩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Q. 다양한 국제 공모전에서 수상하신 경력이 있는데요, 공모전에 참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공모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출제자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거예요. 문제를 단순히 읽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핵심이죠. 예를 들어, 저는 포스코 공모전에서 ‘철’이라는 소재의 본질과 미래를 탐구하는 문제를 받았어요. 그때 지구 환경 변화로 인해 철의 한계에 대해 고민했고, 이를 우주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확장하는 방식으로 제안했죠.

 

중요한 건 독창적인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탄탄한 논리와 스토리텔링이에요. 이런 점들이 공모전의 결과를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Q. 대표님께서 생각하시는 영향력 있는 공간의 핵심 요소는 무엇인가요?

 

영향력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당 공간이 위치한 상권과 건축주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예를 들어, 특정 공간이 발레 학원으로 사용된다면, 그 공간이 어떻게 하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이에요.

 

또한, 제 프로젝트라면 제가 가진 직관과 감각을 최대한 활용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노력해요. 중요한 건 공간이 본래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면서도 사용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남겨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Q. 마지막으로 건축학과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건축은 결코 쉬운 분야는 아니에요. 하지만 진심으로 건축을 사랑한다면 유연한 사고와 열린 마음을 유지하면서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해요. 정답이 없는 분야인 만큼, 스스로를 믿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자세가 필요해요. 그리고 건축 외적인 다양한 경험을 통해 관점을 넓히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OUTRO

오재훈 대표님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공간을 설계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만의 독창적인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대표님은 “건축은 정답이 없는 분야”라며,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용기와 유연한 사고를 강조했는데요. 이번 인터뷰가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공간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들께 영감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공간 속 이야기를 만들어갈 오재훈 대표님과 FLPM의 행보를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