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도의 여정 : 건축과 진학, 교사에게 묻다

INTRO

 

이번 아티클에서는 서울디자인고등학교 건축과의 조용상선생님을 만나, 건축 교육의 현장과 교사로서 생각하는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어 봤습니다. 건축이라는 분야에 처음 발을 디딘 학생들에게 진학과 진로에 대한 궁금증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건축의 꿈을 키워가는 학생들에게, 이 이야기가 작지만 단단한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INTERVIEW

 

Q. 먼저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서울디자인고등학교 3D건축인테리어과에서 12년째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조용상이라고 합니다.

 

 

Q.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A. 사실은 대학에서 교직이수로 교직자격증을 취득했으나 교직으로 첫발을 디딜 거라는 생각은 못했어요. 지금의 대학생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건축공학을 전공한 학생들이라면 당연히 건축회사로 취업을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에요. 저는 졸업을 하고 우연한 기회로 교직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근데 막상 교직에 와보니 학생들과 교감하고 교사들과 교류를 통해 배울점도 많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어서 그렇게 10년 넘게 교직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건축가로서의 진로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이 남지는 않으시는지?

 

A. 솔직히 말하면, 아쉬움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거에요. 건축가(설계사무소, 혹은 현장소장)로 갔다면 더 많은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해보고, 나만의 작품을 도시나 공간에 남기고, 수주 경쟁을 뚫어 성취감을 느끼고 그런 특별한 경험을 더 쌓을 수 있었겠죠. 특히 유명 건축물이나 멋진 프로젝트를 볼 때면 ‘나도 저런 걸 설계하고 싶었다’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해요.

 

하지만, 크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교사라는 길에서도 건축과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저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도면과 모델링, 공간 설계의 매력을 가르치며 건축 이야기를 합니다. 가끔 외부 공모전 지도를 하면서, 작은 건축가들의 아이디어를 현실적인 도면과 스펙으로 만들어가기도 하고요. 저는 건축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걸 가르치는 직업도 사랑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을 통해 제가 못한 건축의 꿈을 더 멀리, 더 많이 펼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Q.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보람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A. 되게 많은데, 가장 보람됐던 거는 졸업한 학생들이 잊지 않고 찾아와주고, “선생님, 회사에서 CAD랑 스케치업 할 때 수업 때 배운 거 덕에 잘 하고 있어요.”, “요즘 이런 건물 설계하는데, 저 이거 정말 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말해줄 때가 있어요. 그럴때나, 작은 설계 공모전, 모형 대회, 기능경기대회 같은 데 나가요. 그때 수업시간보다 훨씬 깊은 설계, 도면, 시뮬레이션을 같이 붙들고 고민하죠. 그러다 상을 받거나 발표를 잘 해냈을 때, 혹은 자신감이 없던 학생이 “선생님 저도 할 수 있네요!” 할 때 정말 뿌듯해요.

 

Q. 반대로 힘든점이라고 한다면 뭐가 있을까요?

 

A. 특성화고 학생들이 모두 처음부터 건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온 것은 아니에요. “그냥 적성검사에서 맞는다고 해서 왔어요”, “성적 때문에 어쩌다 왔어요.” 이런 친구들이 많아서, 열심히 설계와 도면을 가르쳐도 ‘이걸 왜 배워야 하지?’ 하는 표정을 지을 때가 있죠. 그리고 저도 실무를 조금이라도 경험했기에 느끼지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대체로 기초 이론, 프로그램 운용, 기본 설계 정도예요. 그런데 현실의 건축은 훨씬 복잡하죠. ‘좀 더 현실적인 수업을 할 방법은 없을까?’ 늘 고민됩니다.

 

 

Q. 건축을 가르치시는 교사의 입장으로, 실무자와 교사가 바라보는 건축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저는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어떤 경험을 쌓는가에 더 중점을 둡니다. 완성도 있는 도면이나 모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설계 사고력, 문제 해결 과정, 기초 지식 습득이 더 중요한 목표예요. 실무의 복잡한 법규나 예산 등의 현실적인 문제보다는 학생들에게는 아직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적인 시도를 더 격려하려고 해요. 다만 교사들도 학생들에게 ‘현실성’을 조금씩 알려주며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죠.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고등학교 건축에서 강조하는 교육 포인트나 커리큘럼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A. 학생들이 보통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건축을 처음 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가장 기본적인 “선긋기”와 “도면 읽기”부터 철저히 다집니다. 아직은 건물을 짓는 법보다 ‘공간을 표현하고 이해하는 언어(도면)을 배우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해요. 그리고 단순히 스킬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이유를 찾게 하는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또한 특성화고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이 학교 내에서 혹은 기업과 MOU를 맺어 실습을 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손으로 직접 해보는 경험이 고등학교에서는 중요합니다. 우리 학교는 * 1학년 : 건축 일반, 기초제도, 기초 CAD, * 2학년 : 전산응용건축제도기능사(자격증), 기초설계, 스케치업 등 3D툴, * 3학년 : 실무연계(기업 실습, 기능대회 집중반, 졸업작품 설계)로 커리큘럼이 이루어져 있어요. 학생들이 취업하거나 대학에 가서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BIM, VR, 드론 측량같은 새로운 흐름도 조금씩 넣고 있습니다.

 

 

Q. 건축학과를 고민하는 고등학생이나 진로를 고민하는 건축학도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A. 정말 건물을 좋아하는지, 공간과 사람을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먼저 물어보세요. 많은 학생들이 멋있어 보여서 혹은 집을 설계하고 싶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시작도 좋지만 건축은 그저 멋진 외형을 만드는게 아니에요. 사람들의 삶이 머무는 공간을 만들고 보이지 않는 구조와 법규, 예산, 공정 관리 같은 현실과도 씨름을 해야하죠. 그러니까 “나는 왜 건축이 하고 싶은가?”를 잘 생각해보길 바라요. 또 하나는 건축은 한두달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에요. 건축의 긴 프로세스를 버틸 수 있는 건 성실함과 끈기, 그리고 사람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결과가 잘 안나오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끈기를 가지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금씩 실력을 쌓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도 놀랄만큼 성장해 있을 겁니다.

 

 

Q.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건축’이란?

 

A. 제가 생각하는 ‘건축’이란 ‘사람과 공간을 잇는 다리’ 건축은 단순한 ‘벽과 지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저에게 건축은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고, 그들이 행복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공간과 연결해주는 다리”라고 생각해요. 보이지 않는 철학과 감성이 깃든 기술, 건축은 과학과 예술의 경계에 서 있어요. 기술적으로는 구조, 재료, 시공, 법규를 철저히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공간의 미학, 빛, 질감,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루는 예술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좋은 건축은 기술과 감성의 완벽한 조화”라고 믿습니다.

 

 

OUTRO

조용상 선생님의 이야기 속에는, 건축을 향한 진심과 교육자로서의 따뜻한 시선이 함께 담겨 있었습니다.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학생이 스스로 ‘왜 건축을 하고 싶은가’를 묻고 답해볼 수 있도록 돕는 그의 교육은, 건축이라는 길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건축은 긴 여정입니다. 그 여정의 시작점에 선 학생들에게 조용상 선생님의 조언은 등대가 되고, 때론 쉼표가 되어줄 것입니다. 건축학도의 여정에 동행하는 모든 이들이 ‘자신만의 건축’을 찾아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