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마시는 공간, FOREPLAN

INTRO

“우리 카페나 해볼까?” 농담처럼 시작된 한 마디가 지금의 포어플랜을 만들었다. 가벼운 한 마디가 하나의 공간이 되고, 브랜드가 되고, 나아가 건축이라는 언어를 일사에 들여오는 실험의 출발점이 되었다. 성수동의 낡은 건물 사이에 자리 잡은 이곳은 카페이자 건축사무소이다. 그 두 가지 정체성은 서로 분리되지 않고, 공간의 모든 요소 속에 동시에 존재한다.

 

 

건축을 일상으로

포어플랜의 매장은 건축이라는 컨셉을 공유하지만, 각 공간이 풀어내는 이야기는 제각각이다. 건축이라는 큰 언어 안에서도 그 지역의 맥락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읽어내고, 그것을 공간의 언어로 번역한다. 단기적인 유행을 좆는 대신, 장소가 가진 고유한 결을 천천히 풀어내는 방식이다. 성수동 포어플랜이 산업적 감성과 창작의 분위기를 함께 품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입구 한편에 있는 마루 타일이다. 마루 마감재를 정사각형으로 재단한 타일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각각의 조각들이 각도를 바꾸며 무한한 조합의 가능성을 가진 패턴으로 재탄생한다. 주어진 공간과 재료를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닌, 공간에 맞는 장소를 설계하는 포어플랜의 태도를 보는 듯 했다. 이어지는 주문 공간에서는 손님과 바리스타 사이의 단차가 발생한다. 주문대 안쪽으로 걸려있는 건축의 도면과 도면 보관함을 연상시키는 다층 서랍장, 벽돌 질감의 벽면과 원목 수납장은 손님에게 이 공간이 카페의 주문대인지, 건축사무소의 안내 데스크인지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설계된 공간 안으로

안쪽 공간으로 들어서면 정면을 가득 채운 흰 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끈한 평면이 아니라, 차감적 형태로 벽면을 깎아내어 아치, 계단, 루버, 기둥, 창문 같은 건축의 단면들을 새겨놓았다. 더하는 방식이 아닌 덜어내는 방식과 조명, 그림자로 완성된 요소들은 건축 어휘들을 펼쳐놓은 하나의 거대한 입면도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선을 위로 들어 올리면 박공형 천장의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흰색으로 마감된 트러스 구조는 장식 없이도 충분한 존재감을 갖는다. 목재 루버와 격자형 천장재가 조화를 이루며 공간 전체의 리듬감을 부여하고,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며 공간의 분위기를 바꾼다.

 

 

책상 위의 제도판은 마치 대학교 실습실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좌우로 배치되어 있는 수납장, 건축 관련 서적들이 꽃혀 있고 자재 샘플북과 카탈로그들이 정리되어 있는 모습은 다른 카페들과 달리 확실한 컨셉이라는 차별점을 가진다.

 

 

포어플랜의 가구와 소품은 외부에서 구입한 것이 아니다. 모두 직접 디자인한 결과물이다. 마음에 드는 가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은 포어플랜을 다른 카페들과 분명하게 구분 짓는 지점이다. 공간 간의 모든 요소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닌, 하나의 브랜드이자 판매 가능한 작품, 전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건축이라는 테마는 단순히 인테리어에서만이 아닌, 디저트에서도 나타난다. 시그니처 디저트는 디저트 하나에도, 클라이언트 앞에 선보이는 건축 모형을 만들 듯 정성을 담는다.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을 넘어, 공간을 맛보고 디저트를 바라본다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고자 하는 포어플랜의 철학이 디저트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OUTRO

건축 관련 전공을 다니고 있는, 졸업을 한 사람들에게 공간의 위계, 소재의 대비, 레이어링 등의 용어는 익숙할 것이다. 포어플랜에서는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비로소 이 용어들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건축’이라는 컨셉을 우리에게 가까운 라이프스타일 우리에게 이곳은 강의실에서의 내용들이 이곳에서는 손에 닿고 눈에 보이는 실체가 되어, 카페라는 공간을 꾸민다. 하나의 농담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공간, 포어플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