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탈을 벗다 : 하나은행 삼성동 무역센터지점

INTRO

삼성역 빌딩 숲 사이에 독특한 형체, 흰색의 입면, 멀리서도 유독 눈에 띄는 건축물이 있다. 강남구 영동에 있는 하나은행 삼성역기업센터이다. 이전의 하나은행 건축물을 2016년에 리모델링 공사를 한 건축물이다.

하지만 곧 인근에 현대 GBC 부지에 50~70층의 건축물이 지어지게 되어 이후에 방문할 때에는 외관에서 확인 가능한 이목을 집중 시키는 은행의 형태는 빌딩 숲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될 것 이다.

리모델링

네이버 로드뷰를 통해 리모델링 이전의 건축물 형태를 보니 일반적인 은행의 형태를 띄고 있었음을 확인했다.

하나은행은 일반적인 은행 건물의 탈을 벗고자 더 시스템 랩의 김찬중 건축가님(THE SYSTEM LAB 대표)의 리모델링으로 다시 태어났다.

김찬중 건축가는 9시에 개방하고 4시에 문을 닫는 은행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계단실과 다르게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단을 제공함으로써 은행 건물을 24시간 문화 생활을 할 수 있는 건축물로 사용 가능 하도록 제작하였다.

입면

입면의 형태부터 소개 하자면 4개의 입면 중 3개의 입면에는 빨판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지름 2M의 원형 패널이 178개 구성되어 있다. 원형 디스크마다 다른 무늬가 그려져 있고 남측에 구성되어있는 태양광 패널을 통해 생성된 태양열 에너지를 사용해 정각마다 회전하는 예술 작품으로 구현되었으나 기술적인 문제로 현재까지 시범 작동 외에는 작동을 하지 않는다. 패널을 작동하는데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는 건물 유지관리에 필요한 전기로 사용된다. 하지만 하루에 약 74kw/h 전기가 생산되는데 한달동안 20개의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는 용량이여서 건물을 유지 관리하는데 필요한 전기의 양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남측 입면에서 태양광 패널 사이에 보이는 6개의 구멍은 리모델링 이전부터 있었던 계단실의 창문이다. 층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층 로비에서 보이는 밖의 풍경은 서울의 경관을 보여준다.

내부공간에 들어가기에 앞서 지하 주차장의 출구와 입구 2곳의 지붕 디자인은 유기적인 형태를 띄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채광이 되는 것이 지하로 들어가는데도 불구하고 따스한 기분을 제공한다.

내부 공간

지하 4층에서부터 10층까지 순서대로 소개하려고 한다.

지하 4층 : 기계실 지하2-3층 : 지하주차장

지하1층 : VIP 기계식 주차장, 휴게공간

1층 : 로비

2층 : 은행 업무 공간

3-4층 : 임대공간

5층 : 골드 라운지

6층 : 도서관

7층 : 하나은행 클럽 PB센터 레스토랑

8층 : 회의공간

9층 : 레스토랑

옥탑층 : 옥상정원

지하 1층에는 많은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로 vip 고객의 발렛 파킹이 가능한 기계식 주차장이 있다.

지상 1층에서 차고와 같이 위로 접혀지는 문을 개방하여 기계식 차량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여 지하 1층에 구성되어 있는 VIP 공간에 차량을 주차한다. 15대 정도 차량을 주차할 수 있으며 외부 패널과 같은 동그란 형태의 조명, 하나의 작품과 같은 바닥, 영상 전시가 한 곳에 이루어져 있고 그 모습을 보니 마치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 전시장에 온 듯 하다.

지하 1층에 있는 편의공간은 색감과 공간 구성이 매우 다채롭다. 로비에서 파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신발을 벗고 들어갈 수 있는 다락방, 본인의 공간에서 집중 할 수 있는 1인 좌석 공간, 독서 공간 등이 있다. 인상 깊었던 디자인은 실제 사용되었던 책이 기둥 사이에 박혀 있어서 이 공간과 책이 결합된 느낌을 받는다.

또한 1층과 지하 1층을 이어주는 계단으로 형성된 의자들과 외부의 큰 공공 공간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허물어 주어 공간 넓게 느껴진다. 1층에 있는 카페에 별도로 마실 공간은 구성되어 있지 않지만 이 모든 공간들이 하나의 큰 카페의 공간으로 구현된다.

건축물의 첫 인상이 되는 1층 로비는 일반적인 빌딩의 딱딱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모든 구조물들이 매끄럽게 마감되어 있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이 건물의 내부에는 사무공간에 필요한 구조적 계단실과 일반 시민이 사용할 수 있는 슬로우 코어(서비스 공간으로서의 계단)로 구성되는데 슬로우 코어는 방문객들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천천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계단으로 건물을 둘러보다 보면 계단 하부에 은은한 간접조명과 비정형의 모양을 구성해 내면서 공간의 분위기를 한껏 부드럽게 한다. 또한 구조적인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계단 하부를 조명으로 활용하여 공간이 어둡지 않게 조명의 역할을 수행한다.

코어로 올라간 2층에서는 일반적으로 하나 은행을 방문객이 이용하는 업무공간이다. 각 창구마다 집을 형상화한 프레임이 있어서 고객에게 편안함을 준다.

각 층마다 발코니가 계획되어 있다. 그 곳에선 외부의 입면에서 보았던 차양 역할을 해내는 외피의 내부면을 볼 수 있다.

5층에는 골드 라운지가 구성되어있는데 이 층의 특징은 와인바이다. 전체적으로 연한 갈색의 마감과 벽돌로 마감된 벽은 레스토랑과 같은 느낌을 준다. 입구로 들어와 우측으로는 코코넛을 연상시키는 모양의 테이블이 있는데 입구에서 업무 공간을 보았을 때 고객이 직접적으로 보이지 않게 계획하여 개인 신상을 보호해 준다. 개인 상담실 또한 와인 저장고 같은 디자인을 보여주고 그 너머로 발코니가 구성되어 있다.

입구의 좌측으로는 실제로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전용적인 개인룸과 넓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한쪽 벽면에는 개인의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수납장이 구성되어 있다.

6층에는 도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원색 계열의 색이 조화롭게 이루어진다. 디자인에 관련된 많은 책을 볼 수 있고 디자인이 특이한 소파, 책장을 밀고 들어가는 숨겨져 있는 공간인 듯한 화장실로 향하는 문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각 층마다 개인 상담실이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의 상담실이 비교적으로 테라스와 결합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7층은 하나은행 클럽 PB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다른 층과 같이 은행업무를 보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곳의 디자인은 조각 같은 기둥과 다양한 색깔, 골동품 느낌의 조명이 있다.

많은 층에서 기획 되어있는 상담실 중 이 층에 있는 상담실이 테라스와 한 공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조화로웠다.

9층에는 임대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모퉁이 우 랩이라는 한우 오마카세로 운영되고 있다. 약 25만 원 가격대의 한우 오마카세가 있으며 은행 건물의 취지와 어울리는 큰 금고와 같은 디자인의 문이 있다.

옥상층에서는 다른 층과 다르게 문어 발판 같은 모양의 외피를 면밀히 살펴볼 수 있었다.

차양과 창문의 역할을 하는 외피의 구멍으로 서울의 다양한 시야를 구경할 수 있었다. 이 외피는 UHPC(ultra high performence concrete )라는 기술이 적용되었는데 초고성능 콘크리트이다. 일반 콘크리트가 1 당 240Kg의 하중을 견딘다면 초고성능 콘크리트는 같은 면적 대비 1Ton 이상의 하중을 버틸 수 있고 철근 또한 필요가 없어 8mm 정도의 얇은 외벽 두께가 구현된다.

유리 엘리베이터로 올라올 수 있는 최상층에는 야외를 만끽할 수 있는 옥상정원이 구성되어있다.

마치며

하나은행 삼성역기업센터를 방문하고 이 공간은 은행업무를 위한 곳이 아닌 하나의 문화 공간 이라고 생각된다. 기존에 문화시설 이였던 공간에 은행이 결합된 느낌이다. 온라인 업무가 주가 된 요즘 시대에 은행 업무 공간을 대폭 축소하고 그 공간을 일반인에게 개방해주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몇몇의 공간에서 벽과 바닥의 디자인과 다르게 천장을 뿜칠로 마감한 부분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이 디자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졌다.

외부 입면에 집중한 건축물이 아니라 내부의 세심한 부분까지 계획한 것이 이후에 설계를 하게 될 때 많은 것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을 통해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외에도 김찬중 건축가님의 다양한 건축물을 보며 내부 공간을 면밀히 살펴본 적이 없어서 외부 입면적인 부분을 꾸미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이런 좋은 기회와 최근에 공부로 얻은 지식을 통해 김찬중 건축가님이 공간을 구성하는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다가간다는 것을 느꼈다.

“본 아티클은 LECTUS의 창작활동지원 프로젝트인 렉-크레이션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