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중간고사 시즌은 잘 보내셨나요? 부산 소재 땅에서 설계를 진행하시는 분들은 현재 개념을 발전시키느라 여념이 없으실 텐데요. 부산이라는 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 절대 빠져선 안 될 것이 하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것을 뽑으실 건가요?
저는 바로, 부산이 ‘피난 도시’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우리 학교 비평 수업 때 반복해서 들은 것도 바로 그 점이었는데요. 부산에 과거 한국전쟁 때 임시수도 대통령관저로 사용되었던 현 임시수도기념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시는가요?
마침 그곳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전시에 부산 토박이 렉크 유정이 빠질 순 없겠죠. 오늘은 임시수도기념관 전반에 관해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전시 소개

- 기간 2022.12.27.~2023.06.25
- 장소 임시수도기념관 야외공원
- 시간 09:00 – 18:00 (1월 1일, 월요일 휴무)
- 가격 무료
임시수도기념관 방문기
부산광역시는 크게 서부산, 원도심, 서면, 동래, 동부산으로 나뉩니다. 이때 남서쪽에 위치한 원도심은 과거 부산의 중심지였습니다.

오늘 제가 찾아갈 전시인 <부산 화보 – 워타임 피란수도>가 전시 중인 임시수도기념관은 부산 원도심 중 한 곳인 서구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 근방은 작은 스케일의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부산 원도심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데요.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쪽에 과거 임시수도 대통령관저가 있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동네죠. 하지만 그만큼 정감 가는 주택가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토성역에서부터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깔끔하게 깔린 보도블록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혹여 길을 잃은 걱정은 마세요. 이 보도블록과 귀여운 표지판을 발견하면 임시수도기념관에 거의 다 왔다는 뜻입니다.


임시수도기념관은 원래 경상남도지사의 관사로 사용되던 곳이었는데요. 적벽돌로 이뤄진 일본식 주택은 소박하지만 근엄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입구로 들어가자마자 피란수도 부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전시는 시작됩니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이 얼마나 중요한 도시였는지, 어떤 시기를 거쳤는지 잘 설명되어 있는데요. 우리나라를 비롯해 부산을 이해하기에 좋은 자료들이 많은 덕분인지, 제가 임시수도기념관을 찾은 당시 프랑스인 관광객들이 단체로 왔던 기억이 크게 남았습니다.


이처럼 임시수도기념관(경상남도지사관사)의 설계도도 함께 전시되어 있으니 분석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야외전시 뒤엔 임시수도기념관의 본관이라고 할 수 있는 부산 임시수도 대통령관저가 있습니다. 다이어그램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로 보이는데요. 덕분에 좁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시시각각 바뀌는 시야가 경험을 더해 줬습니다.



내부에는 과거 집무실을 그대로 구현한 공간과 건물 모형, 당시 부산의 모습을 그린 전시품, 마지막으로 일본식 주택의 특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꼭 한 번 들려보길 추천드립니다. 이후 기회가 된다면 일본식 주택에 대해 더 깊이 있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본관을 벗어나 마당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시관 앞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제가 찾아온 전시, ‘워타임 피난수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특별전 <부산 화보 – 워타임 피란수도>는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영문판 『한국화보(1951-1955)』속의 부산을 담았습니다. 한국전쟁기를 관통하며 카메라 앵글에 담긴 피란수도 부산을 여러분과 함께 공감하고자 합니다. 임시수도 부산, 산업도시 부산, 문화·관광도시 부산, 그리고 더 나아가 앞으로의 부산을 상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임시수도 기념관 특별전, 워-타임 피란수도 소개글 중

이 전시는 묵묵히 임시수도로서 중직을 맡았으며, 수많은 피난민을 품어준 부산을 재조명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현재로선 부산이 많은 수식어를 가지게 되었지만, 평생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수식어는 ‘임시수도’가 아닐까요?

당시 한정된 개발지에 비해 많은 피난민을 품게 되면서 부산은 급하게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기에 한창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시기의 부산항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풍경입니다. 즉, 부산이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피란수도라는 과거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거죠.

당시 사람이 집중된 부산에서, 전쟁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사람이 애를 쓰고 살았던 그 현장을 그대로 가감 없이 드러낸 사진. 색깔 없는 흑백에, 화질도 낮은 오래된 사진이지만 그 당시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소개 글에 적힌 것처럼 이 전시는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정보와 사진을 담고 있습니다. 부산 소재, 특히 원도심 측을 대상지로 삼았을 때 사진 자료가 부족해서 애먹었던 경험 있으신가요? 저도 그런 경험이 꽤 있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이 전시가 소중하고 뜻깊었습니다. 부산을 알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무리하며
저는 임시수도기념관의 입구부터 야외에 있는 모든 전시물, 대통령 관저와 전시관까지 전부 꼼꼼히 살피고 돌아왔는데요. <부산 화보 – 워타임 피란수도> 자체의 길이는 아주 짧은 편이지만, 임시수도기념관 전체를 도는 데에 거의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됐습니다.
저는 전시를 꼼꼼히, 느리게 보는 편이며 일본식 주택의 구조를 공부하고자 방문하신다면 조금 더, 혹은 비슷하게 소요될 것으로 사료되니 참고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잊지 말고 전시관에 숨겨진 방문 기념 스탬프도 꼭꼭 찍어 가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또 더 재밌는 전시와 공연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