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벽화 준비
벽화 준비는 각 구역에 배치할 인원과 재료 파악, 구역별 벽화 구상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벽화에 참여하는 인원은 총 20명으로 개개인의 일정을 고려해서 교대로 벽화를 그릴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벽화에 사용될 재료는 수성 페인트와 아크릴 물감이었습니다. 넓은 공간에 그림을 그릴 때에는 수성 페인트를 조색하여 사용하기로 하였고 낮거나 좁은 공간에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더욱 세밀한 묘사가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페인트칠을 하거나 벽화를 그려본 적이 없는 팀원들을 고려하여 간단하게 드로잉을 할 수 있는 유성 마카도 준비하였습니다.
벽화 구상은 준비 과정에 있어 가장 오래 걸린 작업이었습니다. 처음 현장지원센터에서의 회의를 위해 괘내마을을 방문했을 때 거리 및 규모에 따라 4곳의 구역에 명칭을 붙여놓았고, 멘토링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각 구역마다 컨셉을 잡고 그림을 구상하기로 하였습니다.
구역별 벽화 구상

굴다리를 통해 마을로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철로 옆 방음벽을 A 구역으로 설정하였습니다. 가로 100미터, 세로 5미터에 달하는 방음벽은 구역 중 가장 큰 공간이었기 때문에 3개의 섹션으로 분류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는 괘내마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괘내마을 특성상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이 지도를 보고 쉽게 다음 스팟을 찾아갈 수 있도록 계획하였습니다. 지도의 왼편에는 냇물을 그려 현재 만들어진 길이 원래는 물이 흐르던 물길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기로 했고 마지막 가장 작은 섹션에는 검은색 유성 마카로 아기자기한 캐릭터들을 그려서 색다른 재미를 추가하기로 하였습니다.
A 구역에서 10미터 정도를 걸어가게 되면 사람 키 정도의 낮은 돌담이 나오게 됩니다. 괘내마을의 안쪽으로 가는 여러 갈래의 길의 시작점에 위치해 있는 이 구역을 B 구역으로 설정하였고, 근처 건물들을 검은색 실루엣으로 그려 넣어 방문자들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인포그래픽을 그려 넣기로 하였습니다.
B 구역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넓은 주차장을 끼고 올라가다 보면 다양한 작물이 심어져 있는 텃밭과 텃밭을 감싸고 있는 C 구역과 D 구역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 구역에는 땅콩, 고구마, 옥수수와 같은 작물들을, D 구역에는 로즈마리, 해바라기, 매리골드와 같은 원예작물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에 각 작물들을 그림이나 타이포로 형상화하여 표현하기로 했습니다. 추가로 D 구역에는 괘내마을의 모습을 담은 포토카드를 그려 넣어 이후에도 계속해서 프로젝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로 하였습니다.
붓을 들다.


벽화 작업 첫 날에는 퍼티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기존의 벽에 파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지만, 군데군데 홈이 파여 있거나 얼룩이 져있는 등 조금씩 손을 봐야 할 곳이 존재했는데, 이러한 곳들에 퍼티를 바름으로써 더욱 말끔한 벽에 벽화를 그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퍼티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페인트의 색이 예쁘게 입혀지지 않을뿐더러 시간이 지나 페인트가 벗겨질 수도 있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퍼티를 칠하는 것이 가장 귀찮은 작업일 수도 있지만 나중에 멋지게 완성될 벽화를 위해서 꼼꼼히 퍼티를 덧발랐습니다. 퍼티가 마른 후 기존에 칠해져 있던 파란색 페인트로 다시 밑 색을 깔아주었습니다.


인트가 마른 후부터는 A 구역부터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컨셉별로 구상한 그림을 바탕으로 연필이나 분필을 활용하여 벽에 대략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구역별로 어떠한 색상이 필요한지 파악하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페인트의 경우에는 색깔의 종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조색을 해야 하는데, 똑같은 색을 다시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번 조색한 페인트로 모든 구역에 같은 색깔로 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색깔을 전부 입힌 후에는 그림의 경계 부분을 다듬거나 라인을 그려 넣는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하게 됩니다.


벽화를 그리는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이 되었지만 가장 큰 고비는 한여름에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는 아침이나 오후 늦게 작업을 하는 방식으로, 장마가 올 때는 방수포로 벽화를 보호하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현장지원센터와 마을 주민분들도 적극적으로 벽화 작업을 도와주셨는데, 무거운 물건들을 옮길 때는 차를 동원해 주기도 하셨고 무더운 날 작업을 진행할 때는 마실 것들과 간식을 가져다주시면서 응원의 말씀을 전해주셨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과 응원 속에 벽화는 점점 선명하게 벽을 채워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서브 프로젝트 : ‘괘내로 온대이’ 행사 부스 운영


한창 벽화 작업이 진행되던 무렵, 괘내마을에서는 ‘괘내로 온대이’ 행사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괘내마을 주민협의체의 주관으로 2회에 걸쳐 진행된 행사는 신청자를 대상으로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스탬프 투어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이들을 주 대상으로 진행된 ‘괘내로 온대이’ 행사에는 마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부스에서 텃밭 작물 수확, 공방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 운영되었습니다. 벽화를 그리고 있던 저희들 또한 ‘괘내로 온대이’ 행사에서 부스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 1회 행사에서는 벽화 체험 부스를, 2회 행사에서는 페이스 페인팅 부스를 운영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제1회 ‘괘내로 온대이’ 행사에서는 텃밭 체험 장소 바로 밑에 부스를 설치했습니다. 작물 수확 체험을 마친 어린이들이 바로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벽화를 그리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손에 흙을 잔뜩 묻힌 채 내려오는 아이들에게 페인트를 대신할 유성 마카를 하나씩 쥐어 주고 텃밭에서의 경험을 자유롭게 벽에 그려볼 수 있도록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아이들의 손이 거쳐간 곳에는 옥수수와 같은 작물들과 행사를 체험하는 모습들이 다양하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제2회 ‘괘내로 온대이’에서는 행사의 마지막 코스에 페이스 페인팅 부스를 마련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해한 헤나 스티커와 페이스 페인팅용 물감을 준비하여 아이들을 맞이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원하는 방식의 페이스 페인팅을 골랐고 사과, 수박 등 형형색색의 과일들이 아이들의 얼굴과 손에 생겨났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벽화 프로젝트 팀원 한 명은 벽화 프로젝트와 연계한 색다른 부스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는 것이 가장 값진 경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2번의 행사를 마무리한 뒤, 얼마 남지 않은 벽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완료된 부분을 한 번 더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넣으면서 꼼꼼히 벽화 작업을 계속한 결과, 2022 9월 맨 마지막으로 기획하였던 텃밭 옆 담벼락을 마무지 짓는 것으로 약 6개월간의 벽화 작업이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벽화 작업이 끝난 후 마을 주민분들을 모시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며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과정과 함께 완성된 벽화의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았음에도 주민분들께서는 매우 흡족해하시며 마을에 멋진 그림을 그려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처음 진행해 보는 벽화 프로젝트였던 만큼 난항도 많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합했던 시간들과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었다는 만족감은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에 있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자리 잡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한 연합원들과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준 괘내마을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 괘내마을 도시재생사업의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는 LECTUS가 공식 후원하는 단체인 부산 경남 학생 건축 디자인 연합 가온이 직접 디자인 및 진행한 프로젝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