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역사속으로 :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해방촌고쳐 쓰는 공간 이야기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해방 이후 약 50년간 부산 미국 문화원으로, 부산 근현대사의 상징인 이 공간이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나아가기 위해 부산 근현대 역사관 별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1920년대에 건립된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서 서구 양식이 도입되는 당시 건축의 경향을 알 수 있는 몇 남지 않은 건물로서, 일제의 대표적인 경제 수탈 기구인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부산에 진주한 미군 숙소로 이용되다가 1949년 미 문화원으로 개원한 후 1999년 반환될 때까지 외세 지배의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건축물로 문화제적 가치가 높은 자료입니다.

위치: 부산광역시 중구 대청로 104 부산근현대역사관

영업시간: AM 9:00 ~ PM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입장료: 무료

부산근현대역사관은 리모델링하여 2023년 3월 1일부로 새로 개관하였습니다. 별관은 도서관, 기록관, 전시관의 기능을 결합해 부산복합문화공간으로 재조성되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하였습니다. 현재는 별관이 리모델링 되어 운영 중에 있으며 구)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은 부산 근현대 역사관 본관으로 2023년 12월에 개관한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남포동 원도심이 더욱 활성화되며 역사 문화적 관점에서 발전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출처: https://www.busan.go.kr/mmch/mdfacility001)

내부로 들어가면 우드톤과 화이트톤의 책장과 가구로 포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시에 탁 트인 넓은 공간과 2층의 오픈형 공간을 통해 시원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층은 인문학 라운지와 독서클럽, 체험행사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단순한 도서관 느낌이 아닌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 전시를 통해 더욱 다양하고 가치 있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북 큐레이션은 특정 주제에 맞는 책들을 선별해 추천하는 전시인데요, 이번에는 1950년 한국전쟁기를 부산에서 출판됐거나 부산을 다룬 단행본, 잡지 등 여러 가지 책을 관람할 수 있게 배치되어, 부산의 역사와 다양한 지식을 알 수 있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점은 어린이 스케일을 고려한 공간 디자인이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 프로그램이 있는데 출입구가 일반 문과 다르게 어린이에 맞게 높이가 낮게 설계가 되었습니다. 직접 허리를 숙여 어린이 도서관에 들어가 보니 알록달록한 색과 함께 포근한 보금자리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리모델링을 할 때 단순히 공간 보존과 개발이 아닌 쓰임의 대상을 이해하고 세심한 디자인이 인상 깊었습니다.

운이 좋게 1층 라운지에선 부산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님이 ‘1950년대 부산의 책 이야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계셨습니다. 단순히 독서나 박물관 개념이 아닌 오픈된 넓은 공간에서 특강도 하고, 얘기도 하며 지식의 일방적인 수용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이해하고 질문하는 상호작용의 관계로 소통의 장이 형성되는 곳이었습니다.

‘대청마루’인 2층은 부산근현대역사관의 역사기를 다루는 전시공간과 함께 시민들이 쉬며 힐링 할 수 있는 독서공간이 있었습니다. 근현대사를 다룬 1층을 ‘톤 다운’된 가구로 엄숙한 분위기로 꾸몄다면, 휴식공간인 2층은 밝은 가구와 사방에 난 창으로 화사했습니다. 유물은 스크린에 넣어 전시공간을 축소하고, 좀 더 넓은 공간을 시민에게 주고자 한 의도가 돋보였습니다.

‘대청’이란 한옥에서, 몸채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인데요, 답답한 방이 아닌 오픈된 공간으로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작업을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원래 마루 즉, 주거에서의 거실은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모여 소통하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2층을 대청마루로 만들어 ‘부산 시민들이 함께 부산 역사의 기억을 공유하고 과거의 공간을 현재의 방식으로 즐기며 함께 소통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굴로 된 공간에서 시민들은 책도 잃고 담소도 나누며 개방적이지만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항상 오픈된, 개방적인 공간이 아닌 특별한 공간이 주는 새로운 느낌도 좋았습니다. 동선 또한 재밌었는데요, 중앙의 개방된 큰 테이블을 중심으로 사이사이 책장이 있고 그것을 둘러싸며 역사자료와 프라이빗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마치 옛날 안마당처럼 함께 소통하며 정을 쌓는 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의 흔적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의 외벽 중앙의 넝쿨 문양과 창호 주변의 연꽃 문양은 이 건물이 서구 양식이 도입된 근대식 건축물임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엔타시스식(중간 부분이 약간 굵은 형태) 원형 기둥을 따라 1층 천장 일부를 철거하면서 복층 구조로 개방감을 줬고, 2층 천장 마감재를 제거해 1929년 건축 당시 건물 구조를 그대로 노출했습니다. 천장 디자인은 동양척식주식회사 평양지점을 참고하여 과거의 시간의 흔적을 연결한 흔적이 보였습니다.

2층에는 별관 건물의 역사와 건물의 구조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소규모 전시 공간을 조성한 공간이 있었습니다. 건물의 역사를 기록하여 시민들이 쉽고 재밌게 볼 수 있게 연대기나 건물의 특징점을 소개하는 것이 부산의 역사를 한 번 더 되돌아보고 더 나아가 시민의 머릿속에 부산의 역사와 시간이 기억되는 프로그램인 것 같았습니다.

끝으로

별관 측은 “보수동 책방 골목, 임시수도기념관, 국제시장 등 원도심 역사 문화자원을 연결해 원도심 문화 재생을 위한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부산 역사의 한 발자취를 따라가며 부산의 정취를 느끼는 건 어떤가요? 시간의 흔적을 따라 도서, 공연, 전시 등 여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 인문 복합문화공간에서 재미를 느껴보세요.

알아두면 좋은 일정

2023년 6월 15일까지 별관 1층 특별서가에선 별관 개관 기념 북큐레이션 전시인 ‘부산의 책-시대의 감정, 지역의 얼굴’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1950년대 한국전쟁기 부산에서 출판됐거나, 부산을 다룬 단행본과 잡지 등 40여 권을 선보입니다. 대표 자료로는 부산 문인 김말봉의 ‘화려한 지옥’, 1954년 창간한 우리나라 최장수 문예지 ‘현대문학'(1954년 4호/2023년 2월 현재 818호)과 그 속에 실린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시인 조병화의 시집 ‘패각의 침실’ 등이 있습니다. 자료 대부분이 가치가 높은 초판본이자 창간호로, 평소에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